-
-
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 글 사진 / 을유문화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몰스킨... 헤밍웨이, 고흐 등 많은 위인들이 애용한 수첩이라고.
기름을 머금은 듯한 종이. 질감을 상상하건대 연필로 글을 쓴다면 사각사각 촉감과 소리가 무척 좋을 것 같다.
긴 글이든 간단한 기억의 보조도구로 활용한 짧은 메모이든 자주 글을 쓰고 글 쓰기를 즐겨 하는 사람들은 그런 촉감이 얼마나 좋은지 알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쾌감.
손끝에서 연필 끝, 펜 끝에서 느껴지는 그 느낌과 그 느낌과 함께 글자 끝에서 잠시 쌓여 머물렀다 가는 사각거리는 소리...
그 사각거림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은 안다.
다음에 수첩을 산다면 꼭 몰스킨을 사서 써보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독일제 파버카스텔.
여러 명사들이 썼던 제품이라서만이 아니라, 7성 호텔 밀라노 타운하우스 갤러리아에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바쳐 만들어 온 장인의 물건이기에, 250년의 세월이 흘러도 원칙을 고수하는 그 장인 정신 때문에.
명품을 명품으로 느끼게 하는 책.
몰스킨, 파버 카스텔, 비스콘티 만년필, 일상 속에서 우리의 삶 일상 속에서 우리와 함께 나이들고 묵어가는 가구, 스티클리 스핀들 세틀, 오로지 안경만을 만든다는 하우스 브랜드 아이씨베를린, 안경 다리를 빼서 젓가락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발함이 담긴 안경,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쇠가 아닌 흰색의 세라믹 소재로 만든 교세라의 주방 칼........
그의 책에서 소개하는 명품들이 진정 명품이라 느껴지는 것은 오래도록 지켜오는 고집과 마음, 장인 정신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명품임을 인정하게 하고 공감하게 하는 그의 글 솜씨.
그의 글은 비싸서 명품이 아니라 명품이어서 명품임을 인정하게 한다.
생활 속 명품을 즐기고 사랑함으로써 삶이 더 즐거워진다.
그의 생활 속 명품 이야기 속에 삶에 대한 긍정적 인생관, 삶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우리나라의 독창적 발명품 전기장판, 야외용 콜맨 휘발유 버너, 미군용 수통 컵, 잦은 야외 생활과 소소한 작업 현장의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반전시켜주는 레더 맨, 20년 넘게 작가와 함께 살다 몽골에서 도둑맞은 미로 주전자, 혀 끝에서 느껴지는 기쁨과 행복-제주 위미의 오렌지, 문화라는 포장을 씌우지 못한 단돈 일천 원의 장수막걸리-고단하고 힘든 노동을 주흥으로 반전시키는 놀라움을 지닌 우리의 명품주, 가끔 기업의 행사 선물로 쓰리세븐 손톱깍이 세트를 받아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시 선물하면서 퍼주면 퍼줄수록 더 고이는 마음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는 그.
좋은 것만 누리기에도 인생은 짧다는 그의 인생관이 그의 글 속 곳곳에서 느껴진다.
명쾌하고 즐거운 생활 명품 예찬. 그 찬가로 인해 생활이 인생이 더 즐거워진다.
나도 이 대열에 끼이고 싶어 휙휙 둘러보며 내 주위에서 내가 사랑하는 명품을 찾아본다.
명품보단 명품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명품 인간은 입고 먹고 쓰는 물건 모두를 명품으로 만든다.
-작가의 말 007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