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어머, 어머! 어쩜~
읽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쩜 이렇게도 나와 같을까, 내 마음과 같을까 하는 생각에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반갑기도 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안도감이었다.
아이들도 잘 돌보고, 남편에게도 훌륭히 내조하고, 집안 살림도 끝내주게 잘 하고.......
이런 슈퍼우먼이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지 못하다.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가끔씩은 책에 푹 빠져 TV위나 거실장 위에 먼지가 부옇게 쌓일 때도 있고, 아침 먹은 그릇들이 수북히 쌓여 날 언제 바라봐주나 할 때도 있다.
정말 열심히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지만 해 놓고도 스스로도 시원스럽지 못할 때가 많다.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도 진공 청소기가 빨아들이고 하지만 일일이 손세탁 하지 않고 그대로 돌려 희미하게 땟자국이 남기도 한다.
살림엔 참 소질이 없다.
일종의 자기합리화라고나 할까 그래도 난 열심히 산다 이러면서 스스로 위로도 해보지만
마음 한 구석이 개운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작가의 이름만 아니라면,
카이저슈마른, 예거슈니첼 같은 익숙하지 않은 요리 이름이 아니라면
오스트리아 작가, 아니 서양 여인이 썼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리네 정서와 닮았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래서 놀라고, 나와 같은 이가 있구나 반갑고, 읽으면서 이렇게 살아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아도 되겠구나 안도감을 느꼈다.
픽 웃으면서 어쩜 이렇게도 주부의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싶다.
책을 읽고 나서는 조금 늦게 가도 좋겠다싶다.
너무 부지런한 것도 병이라지 않은가.
설거지기계가 그렇게도 경제적이었던가.
아침부터 그릇들 쌓아놓지 말고 나도 한 번 써봐야겠다.
전기세 물세가 엄청 나올 것 같아 아껴두기만 했었는데 말이다.
따지고 계산해보았다 하니 믿어도 될 것이다.
주부의 살림에 대한 꼼꼼한 계산은 깜박깜박 잘 하는 건망증이 아무리 심하다 하더라도 그것만큼은 정확하니까.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위에서 이미 말했다.
그래서 뭘 얻었느냐고?
^^ 동지의식, 그리고 삶의 기쁨.
이렇게 살아도 되겠구나, 크게 나쁘지 않으니까.
지구를 반바퀴 돌아도 주부들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참 신기했다.
거리가 이렇게 먼데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니.
이 책을 읽기 전엔 막연히 서양 문화권은 우리와 좀 다르리라 생각했었다.
문화적 사대주의는 아니지만 사고와 생활방식에 차이가 있으니 다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건 비슷한가 보다.
어깨 쭉 펴고 자신감 있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