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물을 (양장)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서평]코끼리에게 물을




처음엔 무슨 제목일까 생각했었다. 코끼리에게 물을?

마지막 옮긴이의 말 영화까지 빠짐없이 읽고나서 아, 코끼리에게 물을......

의미가 이해가 되었다. 걸맞는 제목이라 생각되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빠져드는 재미, 사서 읽든 빌려서 읽든 어떻게 읽어라는 아마존 독자들의 서평을 보면서 맞아, 맞아! 하는 소리가 나온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깨알 같은 글씨가 작은지 큰지 의식하지도 못하고 숨가쁘게 눈이 활자를 쫒아가기 바빴다.

읽는 내내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밥 먹는 것도 거르고 책을 끼고 살았다. 한 손으론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론 아이 밥을 떠먹이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아이를 안고 둥글게 만 왼손에 책을 잡고 숟가락이 아이 입으로 제대로 들어가는지 살필 겨를이 없었다. 

도저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서커스

나도 서커스를 본 적이 있다. 물론 명절날 TV에서도 봤었지만 TV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중국 기예단이라고 했었다. 변검, 접시 돌리기, 높이 쌓은 의자들 위에서 묘기부리기, 항아리 돌리기, 에펠탑 같은 사람탑 만들기, 몇 가지의 동물 쇼...... 아주 큰 무대는 아니었지만 사람 몸이 그렇게까지나 유연할 수 있는지 놀라웠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수련을 쌓았을지 대단했었다.




아흔 혹은 아흔셋(경찰의 이야기로는 아흔셋이라고 한다)의 제이콥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노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다 이해했다고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노인의 심리가 너무도 생생히 잘 묘사되어 있어 읽으면서 노인의 감정이 어떠하구나 알게 되었다.

아흔셋과 스물셋의 기억을 넘나들면서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의 역사와 함께 대공황과 밀주, 생강술....... 미국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았다.

작가가 모아 놓은 자료인 사진 기록을 보면서 보다 더 실감나게 읽었다.

우연한 기회로 이 이야기를 듣게 되고 스토리가 떠오르고 부지런히 자료를 구하고 이야기를 얽어짜는 작가의 모습도 떠올랐다.

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노고에 고개숙인다.

그리고 이 소설을 써 주어 감사하다.




스물셋, 갑작스런 부모님의 교통사고와 무일푼의 유산, 친척들은 폴란드에.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린다.

수의사가 되는 코넬 대학의 마지막 기말시험도 의미가 없어지고 사람들 얼굴이 없어지고 우연히 올라탄 기차가 그의 운명의 기차가 될 줄은......

코끼리가 그렇게까지 영리한 줄은 몰랐다. 로지가 제이콥과 말레나를 만나 다행이라 생각된다.

물론 픽션으로 꾸며진 이야기지만 거의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아흔셋에 만난 서커스 단장은 엉클 앨과 달라 다행이고.

그의 마지막 인생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의 반전이고.




올해가 몇 년도인지, 혀끝에 할 말이 맴돌다 사라져 가는, 자신의 나이가 아흔인지 아흔셋인지 모르는 제이콥과

빨간 머리 폴란드 태생의 동물을 사랑하는 수의사학을 전공한 스물 셋의 제이콥

교차되는 기억들, 플래시백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과 함께 한 삼개월, 말레나와 침팬지 보보와 열한마리의 말과 코끼리 로지와의 링글링 서커스단의 칠 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한 육십일 년, 그리고 그의 아흔셋 생애 속에 미국의 서커스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칠십 년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담아두었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끝까지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마지막 반전과 숨어 있는 또 하나의 반전.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건 웬일일까.

어느새 제이콥에게 물들었나 보다.




좋아, 가자! 죽여 버려! 진짜로 죽이지는 마!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신사아아아~ 숙녀어어어~ 여러부우우운~

죽여주는 소설, 여기에 있습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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