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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1학년
에마뉘엘 부르디에 글, 엘렌 조르주 그림,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서평]할아버지는 1학년
초등학생 1학년의 이야기였다.
내 이름은 피에르. 양배추를 싫어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입학 전날의 떨림은 잠을 설치게 했다.
달님이 윙크로 응원을 해주었다.
아이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담임 선생님이신 파파니 선생님은 나를 좋아한다.
키가 커서 나는 제일 뒤쪽에 앉는다.
가장 친한 친구가 생겼다. 나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로랑.
로랑은 내게 아이들이 잘 쓰는 욕을 가르쳐주고 나는 캠핑카 그리는 법을 알려주었다.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할 때에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체육은 잘 못한다.
나도 우리 반 아이들과 같은 게 있다. 이가 자꾸 빠지는 것.
우리 반에 굉장한 일이 생겼다. 너무 예쁜 어린 여자아이가 전학을 온 것이다.
난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정말 초등학생 1학년의 이야기였다.
아이들과 같이 웃고 수업 받으며 아이들의 마음을 느끼며 행복해하는 순수한 동심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 은퇴한 기술자 일흔다섯 살의 할아버지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초등학교 1학년 시절로 돌아간 이야기이다.
나이를 밝히지 않고 위처럼 초등학생 생활만 이야기하면 나이 든 할아버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똑같은 초등 1학년 아이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맑고 순수한 이야기다.
키가 커서 제일 뒤쪽에 앉았지만 안경을 써서 괜찮고, 앞쪽에 앉았더니 아이들이 내 큰 머리와 세 가닥의 머리카락만 보인다는 이야기에 나도 웃음을 터뜨렸다.
체육은 잘 못하고 쉬는 시간에만 몸이 말을 잘 들어 공룡처럼 코를 곤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내 일학년 때는 어땠나 되돌아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할아버지 1학년 때처럼 걱정도 별로 없고(물론 1학년의 나이에 맞는 나 나름대로의 심각한 고민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어른들에 비해) 행복하고 즐거운 생활이었으리라.
새 여자친구가 전학을 와서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할아버지의 고백은 재미있기도 했지만 삶의 활력을 되찾은 것 같아 나도 그 아름다운 사랑을 응원해주고싶어졌다.
말하는 이가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새 여자친구가 전학왔다. 예쁘다. 아주 어리다는 부분을 읽었을 땐 정말 어린 여자아인 줄 알았다.
예순일곱 살밖에 안된 마리.
이 부분에서 웃음이 나왔다.
읽고 나선 따뜻함이 번지고 미소를 머금게 되는 책이었다.
생의 아름다운 시절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나도 돌아가고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래도록 따스한 미소와 함께 긴 여운이 남는 책,
아이들의 동심을 살릴 아름다운 책으로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