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우습게보고 의연하게 대처하기
하병무 지음 / 밝은세상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논술. 결코 우습지 않은데 우습게 보고 의연하게 대처하라니 궁금했다.

어떻게?




첨부터 논술선생이었던 사람이 어딨어! 공부하면 될 거 아냐!

고3인 두 조카와 고등학교에 들어간 딸아이의 논술을 책임지고 맡기 위해 단 두 마디에 무릎을 꿇고 이땅의 고3 수험생의 눈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논술 기출문제와 예시문제들을 찾아 모으고 읽고 분석했단다.

분석 결과 느낀 점이

축제 시즌도 아닌데 겨울마다 대학 캠퍼스에 웃기는 콘서트가 열린다고.

이 웃기는 콘서트, 웃기는 논술시험에 철저히 대비하려면 고교 3년생 모두가 시험에 출제될 수 있는 모든 분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종교, 역사, 예술 등의 모든 분야의 지식을 두루 알아야 하고, 거기에 활용되는 용어와 개념을 알아야 하고, 거기에 거론 될 수 있는 사건과 역사적 사회적 배경까지 알아야 한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란다.

그런데 어떻게 논술을 우습게 볼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대한민국 대입 논술을 멀리서 들여다보니 농심의 철학이 담겨 있단다. 뿌린대로 거두리라?




근 한 달을 기출문제와 예시문제를 보고 나니 이렇게 보이더란다.

첫째, 대한민국 논술시험은 어렵다. 하지만 이건 전혀 신경 쓸 어려움이 아니다. 문제가 쉽든 어렵든 미리 찜 해놓은 머릿수는 반드시 뽑아야 하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려우면 모두에게 어렵고 쉬우면 모두에게 쉬우니 문제의 어려움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상대평가라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시험을 봐야 하는게 어렵다.

둘째, 일단 시작은 같은 말로 한다. 출제자가 쓴 논제가 어렵고 그들이 발췌한 제시문이 어렵지 그 문제가 의도하고 요구하는 바가 어려운 건 아니다. 따라서 그 글의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글이 추구하는 바 뜻하는 바만 파악하면 된다.

셋째, 하느님은 선악과를 주시고 아담을 심판하셨다. 출제자들은 우리에게 모르는 선악과(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지식과일을 던져주며 어떤 걸 먹을거니 어떻게 먹을거니 묻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준 재료(제시문)으로 그들이 시키는 대로(논제) 무언가를 요리하거나 먹으면 된다.

넷째, 논술은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 이 부분의 말은 당연한데 이 부분과 관련된 글이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논술이란 무엇인지 일단 멀리서 파악해 두고

채점자의 허점과 그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논술 시험전까지 남아 있는 한 달 혹은 두 달 논술 우습게 보고 의연하게 대처하기



나는 이 글이 참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여타의 논술 책과 달리 읽는 이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보다 더 친근했다.

옆집 아저씨가 논술을 공부하고 와서 내게 비법을 전수해준다고나 할까.

논술은 일종의 자기소개서

학적부와 수능 성적만으론 알 수 없는 나의 진가, 나의 숨겨진 실력, 나의 비범한 정신세계를 논술이라는 문답의 형식을 빌려 자유롭게 펼쳐 나가는 것.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얼마나 괜찮은 학생인지, 내 머리가 얼마나 통통 튀는지, 내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인지, 그래서 나를 선택했을 경우 대학은 얼마나 복터지는 행운을 잡은 것인지.

읽고 있노라니 괜시리 나도 논술 쓰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피곤한 채점자들에게 그 밥에 그 국과는 다른 내 새롭고도 풋풋한 글로 상쾌하게 하라.

글은 별게 아니다 소리를 문자로 표시한 것이다. 가볍게 글 전체를 읽어 내려가면서 글 쓴 자가 나에게 전달하려는 게 무엇인지 감으로 알기만 하면 된다.

어려운 글은 권투선수가 하듯이 멀리서 쓰윽 한 번 훑어보고 걸리적거리는 포장지들은 툭툭 털어버리고 진정 먹어야 할 먹이만 찾아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면 된다.

논제의 땅에 나의 주장으로 울타리를 세워라. 답안의 방향과 구성을 생각하고 시간을 배분한다.

글의 얼굴은 서론이니 작게, 글의 심장은 결론이니 이것도 작게. 서론 본론 결론의 분량은 1:5:1 정도가 좋다.

서투른 짙은 화장보다 생얼이 낫듯이 글 쓰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첫인상을 강하게 주는 글쓰기부터 시작해서 예제와 함께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퇴고. 미운 곳은 예쁘게, 예쁜 곳은 더 예쁘게 내 글을 성형 수술하기. 내 글이 더 쉽고 뜻이 더 분명해지도록.




첫 글도 좋았지만 특히 5장은 실제 활용도가 높고 적용해야할 부분이 많다.

그만큼 실용적이고 쓸모있단 이야기다.

물론 그렇다고 나머지 부분들이 덜 쓸모 있단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 시뮬레이션과 피드백까지.

작가의 시시콜콜 가벼운 듯 알찬 논술 이야기는 꽤 재미있으면서도 귀가 솔깃했다.

결코 쉽지 않은 논술 우습게 보이지 않는데 이 책을 읽으면 논술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겠단 생각이 든다.

멀리서 바라보고 어떻게 요리를 할까 구상하고 생얼같이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상큼하게 쓰는 연습하기.

하면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딱딱하지 않고 친한 친구처럼 조곤조곤 일러주는 말들이 고맙고 좋은 친구를 얻은 것처럼 힘이 난다.




논술 우습게 보고 의연하게 대처하기.

논술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논술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에게도 권해주고싶은 책이다.




* 책 속에서

알아 둬서 나쁠 것 없는 좋은 문장의 10가지 조건

1. 속이 알차야 한다.

2. 개성이 있어야 한다.

3. 정직해야 한다.

4.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

5. 뜻이 선명해야 한다.

6. 군살이 없어야 한다.

7. 지켜야 할 규칙은 지켜야 한다.

8. 환경친화적이어야 한다.

9. 곧장 한 길로 가야 한다.

10. 자연스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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