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체리를 먹을까?
페트릭 띠아르 지음, 이선혜 옮김, 바로 그림 / 그린북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누가 체리를 먹을까?

제목 자체가 호기심을 잔뜩 일으킨다.



읽어주는데 아이가 이런다.

도대체 누가 체리를 먹게 되는거야?

하하하, ‘도대체’라니!

엄청 궁금한가 보다.

하긴 읽어주는 엄마도 궁금했으니.

이 말을 아이 입에서 나오는 걸 보니 제목을 제대로 정했다싶다.




우리의 주인공 정원사 쟝 아저씨의 소중하고 소중한 체리나무.

어린 나무였을 때의 빨갛고 동그란 체리를 통해 쟝 아저씨의 체리 나무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읽는 우리도 어린 체리나무에 열린 작고 동그란 빨간 체리가 얼마나 예쁜지 입맞춰주고싶다.




쟝 아저씨의 키를 넘어 훌쩍 커 버린 체리나무.

그렇게 클 때까지 보살피고 아끼는데 그때까지도 안 먹고 어떻게 참았을까.




정원 울타리로 날아온 커다란 까마귀 두 마리

쟝 아저씨와 체리나무와 친구가 되었으면 좋았을걸.

순진한 쟝 아저씨의 까마귀로부터의 체리 지키기 전략이 재미있다.

마법사처럼 부릅뜬 눈의 커다란 허수아비.

허수아비를 보면서 왜 문득 허수아비가 쟝 아저씨를 닮았단 생각이 들까.




밤새 총들고 지키기.

꿈 속에서도 체리사랑은 일편단심이다.

체리가 멀리 달아나는 꿈은 예지몽이었을까.

다 읽고 난 뒤에는 그런 생각이 얼핏 들었다.

뭐냐 그 미리 말해주는 암시 그런 것?

어쨌든 쟝 아저씨의 심리 상태를 잘 말해 주었다.




체리나무 둘레에 빽빽한 철조망 치기.

이 부분은 좀 슬펐다.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체리나무가 더 외로워보이고 쟝 아저씨의 마음속에도 철조망이 쳐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다가 생각난 기발한 아이디어.

까마귀들을 꼼짝 못하게 할 로봇 만들기.

이건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로봇이라니......

그렇게 애쓰는 쟝 아저씨의 모습이 애잔해서 까마귀들이 그냥 날아가주었음싶기도 했다.




까마귀들을 잡아넣을 새장을 만드는 장면에선

그렇게까지야싶기도 하고.

내가 우유부단한건가.

쟝 아저씨가 안됐기도 하고 까마귀가 안 됐기도 했다.




커다란 딸기가 있다며 까마귀들이 옆집으로 날아가 버리는데 난 참 서운했다.




어쨌든 소중하고 소중한 체리 지키기는 성공.

혼자 먹으려고 예쁜 접시를 올리고 특별한 날에만 쓰는 냅킨을 목에 두르고.

와, 두근두근거린다.

그 체리 정말 맛있겠다.




다시 날아든 까마귀.

조르쥬를 보러 왔다네?

조르쥬가 ‘도대체’ 누구야?

포동포동하고 귀여운 조르쥬의 출현은 기막힌 반전이었다.

이거야말로 정말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책의 그림도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제일 마지막의 포동포동 조르쥬가 나타난 부분이다.

쟝 아저씨도 말도 못할 충격을 받았겠지만 읽는 우리도 놀랬다. 




초대받지 않은 이 장난꾸러기 손님, 작고 귀여운 애벌레의 활짝 웃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놀란 쟝 아저씨의 모습도 같이 그려졌다.

그 맛있는 체리를 먹어서 포동포동할까?

그러니까 진작 까마귀들이랑 같이 먹지.

아냐, 까마귀들이랑 조르쥬랑 쟝 아저씨랑 모두 같이 먹으면 되겠네.

아이가 그런다.

그 말이 명답이다.

소중한 건 함께 나누면 기쁨도 더 커지는 법이니.




그림은 우리 철수 아저씨의 판화를 연상시킨다.

단순하면서도 이야기의 핵심 심장부를 잘 보여준다.




앙팡태지상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보고 나니 상 받을 만 하단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이야기인데 꽤 철학적이다.

물론 이야기 줄거리만 가지고 따지자면 너무 쉽지 않나 하는 얘기도 나올 법 하지만

짤막한 이야기 안에서 펼쳐지는 즐거운 상상과 교훈이 강하게 도출되는 작품이다.




글쓴이와 기획자가 프랑스인이다.

우리 고전의 정서와는 다른 색다른 맛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이질적이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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