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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행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7년 8월
평점 :
재인에서 나온 오쿠다 히데오의 장편 소설 한밤중의 행진
‘목표는 10억엔! 나사 풀린 갱스터와 야쿠자가 도쿄의 밤거리를 질주하며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인간과 파는 인간, 그리고 훔치는 인간.‘
책 표지 뒤쪽의 짤막한 글은 이 소설의 내용을 단적으로 잘 표현한 말이다.
25세의 동갑내기 세 젊은이와 중국인 도박 절도단, 야쿠자, 사람들을 속여 돈을 모으는 시라토리 모두 목표는 10억엔.
모두 훔치는 인간들이다.
이들의 엮고 엮이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숨막히는 스릴러.
책을 한 번 잡으면 쉽게 놓아지지 않는다. 뒷부분이 궁금해서.
짝짓기 파티업체를 운영하는 요코하마 겐지,
명문 게이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인 미타 그룹에 입사했지만 업무 능력이 떨어져 고문관이 되버린 미타 소이치로.
모델 출신의 미인이면서 10억엔으로 카페를 열어 편하게 먹고 살고 싶어하는 구로가와 치에.
멋진 옷차림을 즐겨 입는 인텔리 야쿠자 후루야
청산유수의 달변가이자 바퀴벌레같은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시라토리
멍청, 둔감, 그러나 순수한 19세의 다케시
주 인물들 모두 정상적이지 않은... 아니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이다.
각 인물들의 특성과 성격을 잘 살려내어 책을 읽는 재미를 더 해 준다.
쉽지 않은 10억엔 훔치기의 계속 반전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책을 손에서 놓지를 못하게 한다.
과집중으로 주위 사물은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실수투성이지만 암기와 추리력이 천재적인 미타 소이치로의 10억엔 훔치기 시나리오도 꽤 재미있었다.
아름다우면 모든게 용서되는걸까.
구로가와 치에의 어린 시절은 연민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인계는 어느 나라에서나 있기 마련.
끝나는 부분의 10억엔에 대한 그녀의 깔끔한 처리로 그녀의 안일주의 삶도 용서.
그녀가 진정 바라는 것은 10억엔이 아니라 평범하고 다복한 가정이었던 것이다.
스물 다섯이어서 가능했던 일일까. 두려울 것도 겁날 것도 없는 피끓는 청춘이라서?
인간에 대한 시각이 시니컬해보이면서도 따뜻했다. 그리고 인간 심리 묘사가 탁월했다.
공중그네에서처럼의 완전 폭소는 아니었지만 묵직한 스토리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솜씨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죽지 않는, 그리고 슬프지 않는, 인물들 거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화해의 헤피엔딩에서 어쩐지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무더운 한여름밤에 읽으면 딱 좋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