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어휘 일력 365 (스프링) -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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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어른이 저 말고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학창 시절 억지로 외웠던 한자들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휘발되었고, 성인이 된 지금도 신문 기사나 계약서의 한자어 앞에서 뜻을 짐작만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제가 이 책을 집어 든 이유는 사실 저 자신보다 중학생 딸 때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한자 급수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딸에게 무언가 꾸준히 곁에 둘 만한 교재가 필요했고, 달력처럼 책상 위에 세워두고 매일 한 장씩 넘기며 익힐 수 있다는 형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일력입니다. 하루에 한 장씩, 365일 동안 한자를 익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지에 적힌 소개처럼 교육부 지정 필수 한자 900자를 완전히 반영했습니다.

낱글자 하나만 배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자가 들어간 합성어와 활용 어휘까지 함께 실어, 한 페이지에서 다섯 글자 이상을 익히도록 설계했습니다.

단순히 한자의 음과 뜻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자가 실제로 쓰이는 단어와 짧은 문장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외운 글자가 곧바로 독해력으로 이어지도록 짜여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자 이은경 선생님은 초등 교육 분야에서 오랫동안 학부모들과 소통해 온 분으로, 표지에도 그 신뢰가 문구로 드러나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십만 학부모의 고민을 들어온 경험이 이 책의 구성 곳곳에 스며 있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이 없다는 점입니다. 하루 10분이면 한 장을 넘길 수 있을 만큼 분량이 알맞고, 스프링 제본으로 되어 있어 책상 한쪽에 세워두고 달력처럼 매일 넘기기에 편리합니다.

저처럼 한자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아이와 나란히 앉아 하루 한 장을 함께 읽는 것만으로 부담 없이 한자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딸은 학교 시험에 나오는 한자 어휘가 실제로 여러 번 겹쳐서 나왔다며 반가워했고, 단어 따로 문장 따로 외우던 예전 방식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뜻이 머리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선 이 책은 한자를 읽고 뜻을 이해하는 데는 강하지만, 획순을 따라 직접 써보는 훈련은 다루지 않습니다.

급수 시험 중에는 쓰기 능력을 함께 평가하는 경우도 있어, 쓰기 연습이 필요한 아이라면 별도의 노트나 교재를 병행해야 합니다.

또한 "10대를 위한"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초등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를 아우르는 900자를 한 흐름으로 담고 있다 보니, 학년별 난이도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초등학생에게는 다소 이르고 어렵게 느껴지는 한자와 어휘가 중간중간 섞여 있어, 아이의 학년과 수준에 따라 순서대로 다 소화하기보다는 발췌해서 활용하는 편이 나을 수 있습니다.

25,000원이라는 가격도 일반 학습서에 비하면 다소 높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는 매일 한 장씩 넘기는 일력이라는 형태 자체가 갖는 제작비 특성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낮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꾸준히 넘겨보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두꺼운 한자 학습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겠다는 결심은 대개 작심삼일로 끝나기 마련인데, 하루 한 장이라는 형식은 그 부담을 눈에 띄게 낮춰 줍니다.

책상 위에 세워두는 순간 그 자체로 매일 한 번씩은 눈길이 가게 되고, 그 반복이 결국 한자를 몸에 새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쓰면서 다시 느꼈습니다.

한자에 약한 부모와, 급수 시험을 준비하는 자녀가 한 책상에서 매일 함께 넘겨볼 수 있는 교재를 찾고 있다면, 이 일력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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