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행복을 굽습니다
석민진 지음 / W미디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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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먼저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굽는다는 동사가 행복이라는 명사와 만나는 자리, 그 낯설고도 다정한 조합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작은 온기를 건네었습니다. 빵 굽는 이야기일까? 쿠키 이야기도 있을까? 각종 레시피도 있을까? 호기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에서 파티시에로 살아가는 석민진 작가는 케이크를 굽고 쿠키를 굽습니다. 이 책은 그 이야기입니다.

무엇을 얼마에 팔았는지, 어떤 레시피가 성공했는지를 말하는 책이 아닙니다. 왜 굽는지를 말하는 책입니다. 오븐 앞에 선 한 사람이 밀가루를 만지고 버터를 녹이는 그 시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베이킹은 이 책에서 치유의 언어로 쓰입니다. 삶이 흔들릴 때, 마음이 헛헛할 때, 작가는 부엌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반죽을 치대는 손길 속에서 뒤엉킨 생각이 가라앉습니다. 오븐에서 흘러나오는 빵 냄새가 집 안을 채울 때, 무너졌던 하루가 조용히 제자리를 찾습니다.




마지막 장 제목이 말해줍니다.

"행복을 선택하기로 한 어느 날의 부엌."

부엌은 그에게 도피처가 아니라 회복의 장소였습니다. 정성을 기울이는 행위 그 자체가 자신을 돌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쿠키 하나에 마음을 담고, 그 마음을 포장하고,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련의 과정이 그를 다시 살아있게 했습니다.




목차를 훑으면 이 책의 결이 드러납니다.

총 여섯 개의 장은 집이라는 우주, 사소한 일상의 빛남, 관계의 온도, 마음을 배우는 시간, 계절을 걷는 여행, 부엌에서 피어나는 기적으로 이어집니다.

어느 장 하나 거창하지 않습니다. '누가 쓰레기통을 내놨지', '설거지 20분의 법칙', '아침의 작은 기쁨' 같은 글 제목들이 말해주듯, 이 책은 보통의 하루를 다룹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 그 평범한 연속 안에 이미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작가는 조용히 증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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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주변 사람에 대한 시선이 각별합니다. 아이의 엉뚱한 질문, 남편의 소소한 행동, 이웃과 나눈 짧은 인사, 오래된 친구와의 기억. 작가는 이런 장면들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삶의 행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온기를 길어올립니다. '다정한 가족의 비밀은 애칭에 있다', '시간이 키운 우정', '베이킹과 티타임, 그리고 소중한 인연' 같은 글들이 그렇습니다.

관계란 대단한 헌신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온도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 책은 설득하지 않고 보여줍니다.

프롤로그 제목이 인상 깊습니다.

"조금 늦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당신에게."

이 책이 향하는 독자가 누구인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 지금 이 자리에서도 충분하다는 말을 작가는 화려한 수사 없이 일상의 언어로 건넵니다.

에필로그 제목 또한 그렇습니다.

"사실은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독자에게 건네는 위로가 결국 자신을 향한 고백이기도 했음을 작가는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고요해졌습니다. 거대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 아닙니다.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요구하는 책도 아닙니다.

오늘 하루를 소홀히 대하지 않겠다는 마음, 내 곁의 사람들을 좀 더 귀하게 여기겠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갓 구운 쿠키처럼, 따뜻하고 소박하고 오래 남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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