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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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무겁습니다. 손에서 내려놓았는데도 그 무게가 가시지 않습니다. 이 책이 그랬습니다.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 20세기 초 프라하와 빈을 배경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시대를 앞서간 두 천재. 이 책을 덮고 나서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돈 것은 그들의 천재성이 아니었습니다. 그 천재성이 얼마나 깊은 고통의 토양 위에서 피어났는가 하는 물음이었습니다.




이 책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같은 도시권에 머물렀으며, 놀랍도록 닮은 삶의 궤적을 그렸지만, 두 사람은 생전에 서로를 알지 못했습니다.

소설가 홍선기가 이 두 사람을 "만나지 않은 쌍둥이"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닮음은 외형이 아니라 상처에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그늘, 그것이 두 사람을 하나로 묶는 가장 깊은 실이었습니다.




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100페이지가 넘는 이 편지는 결국 아버지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전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카프카는 편지 안에서 아버지의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 자신이 얼마나 작아지고 위축되었는지를 담담하게, 그러나 처절하게 써 내려갑니다.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아들의 글쓰기를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카프카는 평생 아버지의 인정을 갈망했고, 그 갈망이 끝내 채워지지 않은 채 마흔하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해 가족에게 짐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읽고 나면 카프카 자신의 자화상처럼 느껴집니다. 아버지 앞에서 자신을 벌레처럼 여겼던 한 인간의 내면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곤 실레의 이야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마음을 흔듭니다. 그는 스스로를 "나, 영원한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열다섯 살에 아버지를 잃은 실레는 이후 삼촌 레오폴트 체하우스키의 후견 아래 성장했지만, 그 관계 역시 억압과 통제의 연속이었습니다. 실레의 그림은 뒤틀리고 앙상하며 날카롭습니다.

아름다움을 찾기보다 인간 존재의 날것을 드러내려 했고, 그 때문에 외설 혐의로 감옥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안하고 취약해 보입니다.

그것은 기법이 아니라 실레 자신의 내면이었을 것입니다. 스물여덟에 스페인 독감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그는 자신의 모든 고통과 불안을 캔버스 위에 쏟아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질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 두 사람이 다른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면 어땠을까. 억압이 아니라 인정을, 통제가 아니라 자유를 주는 아버지를 만났다면, 카프카의 문학과 실레의 그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 질문은 쉽게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고통이 없었다면 그 깊이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상처가 없었다면 그토록 날카롭게 인간 존재를 들여다보는 눈도 생기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고통이 천재성의 조건이어야 한다는 논리는 얼마나 잔인한가. 그들이 조금 더 사랑받으며 자랐더라면, 그들의 재능은 더 오래, 더 찬란하게 빛났을지 모른다고.




이 책의 구성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카프카의 글과 실레의 그림을 번갈아 배치하면서 두 사람의 세계를 교차시키는 방식이 자연스럽습니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와 「변신」, 카프카의 잠언과 관찰들, 실레의 시와 편지들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읽힙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따로 읽었을 때와 달리, 나란히 놓였을 때 서로를 더 선명하게 비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 비춤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두 예술가의 삶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었던 두 인간을 만나게 됩니다.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두 사람이 이렇게 닮아 있다는 사실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닮음은 재능의 닮음이기도 했지만, 상처의 닮음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들의 상처,

그 상처가 예술이 되었고, 그 예술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히고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일인지, 슬픈 일인지 쉽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읽고 나서 한동안 조용히 생각에 잠기게 되는 책입니다. 두 천재의 삶이 빛나는 만큼, 그 빛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서,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게 따뜻한 눈길 하나를 더 건네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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