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를 읽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100페이지가 넘는 이 편지는 결국 아버지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전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카프카는 편지 안에서 아버지의 압도적인 존재감 앞에 자신이 얼마나 작아지고 위축되었는지를 담담하게, 그러나 처절하게 써 내려갑니다.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아들의 글쓰기를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카프카는 평생 아버지의 인정을 갈망했고, 그 갈망이 끝내 채워지지 않은 채 마흔하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변신」의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벌레로 변해 가족에게 짐이 되어가는 이야기는, 읽고 나면 카프카 자신의 자화상처럼 느껴집니다. 아버지 앞에서 자신을 벌레처럼 여겼던 한 인간의 내면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