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풍경
마치에이 미크노 지음, 발렌티나 고타르디 그림, 김시형 옮김 / 모스그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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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다시 보는 법

마치에이 미흐노 글,

발렌티나 코타르디 그림 / 모스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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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집어 들 때마다 잠깐 망설이게 됩니다. 이것이 어른인 나에게도 말을 걸어올 책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사실 나는 그림책은 어른이 더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메마른 마음을 적셔주고, 세상을 바르게 다르게 보는 눈을 열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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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풍경』은 이 생각을 더 분명하게 해주었습니다. 펼치는 순간, 책이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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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풍경이란 무엇일까요? 묻고 나서 곧바로 답합니다. 모든 곳은 풍경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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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선언처럼 들리지만, 읽고 나면 초대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골목, 기찻길 옆 둑, 보도블록 가장자리, 아무도 돌보지 않는 빈 땅. 그 모든 것이 풍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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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조용히 말합니다. 풍경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가 바로 풍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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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티나 코타르디의 그림은 독특합니다. 정교한 펜 선 드로잉 위에 수채 물감이 번지고, 때로는 낙서처럼 자유로운 선들이 그 위를 가로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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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 보이는 붉은 지붕의 집과 산, 꽃병의 투명한 윤곽선. 종이배 안에 웅크린 소녀가 바닷가 모래에 무언가를 쓰고 있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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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들은 완성된 세계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아직 그려지고 있는 세계처럼 보입니다. 그 미완성의 느낌이 오히려 솔직합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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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 가장자리, 그리고 좁은 틈새들이라는 챕터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딱딱한 시멘트를 뚫고 피어난 작은 꽃 한 송이. 책은 그것을 가리키며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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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곳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대부분 바쁜 생각에 잠긴 채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지저분한 곳,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이라고만 여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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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새들이 사실은 수많은 생명의 오아시스라고, 책은 낮은 목소리로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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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에이 미흐노의 글에는 비난이 없습니다. 고발도 없습니다. 이 해변은 누구의 것일까요?, 사람이 너무 몰리면 위험해요. 이런 챕터 제목들도 날카롭지 않습니다. 문제를 말하지만, 다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계속해서 바라보게 합니다. 주목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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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꿀 수 있어요라는 챕터에서는 변화의 첫걸음이 주변을 잘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보지 못하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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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로 살면서 감사를 자주 말합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읽고, 그것을 전합니다. 정작 감사는 대상을 볼 때 가능한 것임을 이 책은 다시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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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하면 감사할 수 없습니다. 지나치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풍경을 주목하는 일은 단순한 심미안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존재를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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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세상이 자꾸 삭막해집니다. 오래된 골목이 사라지고, 익숙한 나무들이 베어집니다. 우리는 잠시 안타까워하다가 곧 익숙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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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난 뒤 그 빠른 익숙해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적응은 때로 포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책의 마지막 챕터 우리는 이곳에 살아요는 그 포기에 저항하자는 조용한 호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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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야기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생각을 내놓는 것. 책은 그것이 꿈에 다가가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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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어른에게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아마 이것일 겁니다. 많이 알고, 많이 바쁜 어른들이 자꾸만 잃어버리는 것들. 느리게 보는 능력. 작은 것에 오래 머무르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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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풍경』은 그 능력을 다시 불러냅니다. 다그치지 않고, 강요하지 않고, 그저 그림 한 장, 문장 한 줄로 천천히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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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서 창밖을 바라보았습니다. 5월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나무인데, 그날따라 다르게 보였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좋은 책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바꾸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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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두드린 장면들 공유합니다. 자녀들과 함께 읽어보면서 세상을 보는 눈을 더 깊고 넓게, 다르고 바르게 만들어 가시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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