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전쟁 무기: 해답과 재앙에서 저자는 마지노선, 블루 피콕, 에이전트 오렌지 같은 사례들을 통해 인류가 '해답'이라 믿었던 것들이 어떻게 더 큰 재앙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인류는 얼마나 많은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는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정직함이다. 저자는 독자를 안심시키려 하지 않는다. 인류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존재인지를 설득하려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온 이성과 문명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뒤표지의 마지막 문장으로 조용히 말을 건넨다. 당신의 실수 역시 지극히 인간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여기서 나는 잠시 멈추었다. 이 책이 결국 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인류의 오답을 들여다보는 일은 타인의 추락을 구경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포함한 인간이라는 존재를 더 정직하게 이해하는 과정이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가 완벽한 문명을 꿈꾸며 저질러온 모순들, 그 모순의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제목이 경고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그 불면은 공포 때문이 아니라, 생각 때문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문명이란 무엇인가. 이 오래된 질문들이, 이 책을 덮은 밤에 다시 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