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쥬메, 셰프의 자격
심성철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흑백 요리사를 처음 봤을 때, 요리보다 사람이 더 궁금했습니다. 저 사람은 어떻게 저기까지 갔을까? 무엇이 저 사람을 저 자리에 세웠을까? 저 자리에 가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고 곰곰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이 완성되는 과정보다, 그 음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의 내면이 더 오래 눈에 남았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놀라울 정도로 완성도 높은 요리를 만들어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심성철 셰프는 뉴욕에서 한식 레스토랑 코치(Kochi)와 마리(Mari)를 운영하는 오너 셰프입니다. 두 곳 모두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매장입니다.

책의 제목이 『레쥬메, 셰프의 자격』입니다. 레쥬메는 이력서입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한 문장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레쥬메는 종이 위가 아니라 시간 속에 쓴다." 책 전체가 그 문장의 해설입니다.



책은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모한 열정, 셰프에서 오너 셰프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시간, 뉴욕에서 함께 일할 셰프를 찾습니다. 순서대로 읽으면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단련되고 확장되는지, 그 궤적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화려한 성취의 기록이 아닙니다. 실패와 좌절과 막막함이 먼저 나옵니다. 뉴욕에서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던 시절, 아무도 대신 싸워주지 않는 주방에서 혼자 버티던 날들, 레스토랑을 열기 전의 고군분투. 그 이야기들이 담담하게 펼쳐집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가 열정을 말하는 방식입니다. 이 책에는 "나는 할 수 있다"는 식의 자기 고양이 거의 없습니다. 잘 알고 있는 것, 잘하는 것을 하자. 기다림도 실력이다.

레시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성공을 향한 구호가 아니라, 주방에서 몸으로 배운 원칙들입니다. 떠들지 않아서 더 깊이 남습니다.




저자는 환대를 요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부릅니다. 음식이 완성되는 것은 조리대 위에서가 아니라, 손님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이라는 뜻일 겁니다.

셰프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이 책은 꽤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요리는 낭만이 아닙니다. 불 앞에 서는 노동이고, 재료와 씨름하는 기술이며, 그 모든 것을 접시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는 집중입니다.



 


흑백 요리사에서 처음 그를 봤다면, 이 책에서 그 이면을 만나게 됩니다. 방송에서 보이지 않던 시간들, 뉴욕의 주방에서 쌓아온 긴 세월이 여기 있습니다. 그 세월이 만만하지 않았음을 알게 됩니다.

자격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시간 속에 눌러쓴 것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그 문장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