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횔덜린을 다룬 챕터, '시인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사실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 아닐까요?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책을 읽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에 빠진 건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하이네의 챕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인은 민중의 대변자'라는 주제로 〈슐레지엔의 직조공들〉을 다루는데, 시 하나가 사회를 흔들 수 있다는 것, 언어가 가진 힘을 다시금 실감하게 해주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더 와닿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윤동주. 마지막 챕터인 '정의와 사랑의 변주곡'에서 윤동주를 만났을 때, 괜히 뭉클했습니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 읽던 그 시들이 이렇게 깊은 맥락 위에 있었구나 하는 걸 새삼 깨달았달까요. 이미 아는 시인인데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니 낯설고도 반가웠습니다. 무척이나.
소설 파트에서는 헤세의 《데미안》과 《나르시스와 골드문트》를 다룬 챕터가 좋았습니다. 제목이 '알의 껍데기를 부수고 성숙의 하늘로'인데, 이 표현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헤세를 10대 때 읽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챕터에서 분명 오래된 감정들을 다시 꺼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