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사 수업 - 유대 문헌으로 보는 신구약 중간사의 세계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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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걸까요?

성경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지어낸 이야기로 치부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상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올바른 태도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경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기독교를 배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얼마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유대교(구약성경)는 물론 가톨릭과 기독교에서 성경은 정경으로 인정받습니다. 이슬람의 뿌리도 아브라함에서 시작하며, 모세 오경은 중요한 위치를 갖습니다. 80억 인구 중 종교인구는 71억 명이고, 그중 46억 명 이상이 성경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역사, 문화, 문학, 철학, 과학, 예술 등 그 어느 것도 성경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성경을 읽지 않을 수 있지만, 성경을 무시하거나 도외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성경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태어나고 기록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때 성경을 바르게 읽고 이해할 가능성이 활짝 열리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거칠게 잡아도 1,500년 40여 명의 저자를 통해 기록된 문학이자 작품이며 경전입니다. 그들이 살아간 역사 현장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성경이 역사 속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특히 구약과 신약 사이에는 대략 500여 년의 공백 기간이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한 페이지 넘길 따름이지만, 역사로 보면 엄청난 기간을 건너뛰게 되는 셈입니다. 이 기간을 무시할 수도 있지만, 이 기간을 주목하면 얻을 수 있는 유익이 크고 많습니다. 신약 성경 역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역사 배경 속에서 그것도 격동의 시간을 지난 후 탄생한 책이 바로 신약 성경입니다. 그렇다면 신약 성경의 배경이 되는 중간사를 공부하는 것은 신약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는 바른 길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중간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시대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강의한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그 정도 시간을 연구하고 공부하고 강의한 사람을 향해 전문가라고 부릅니다. 전문가의 말은 그 자체로 권위가 있고, 충분히 귀 기울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관심 있는 영역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박양규 목사가 그 전문가이고 중간사 수업이 바로 오랜 시간의 숙성을 거쳐 태어난 결과물이자 작품입니다.




안타깝게도 중간사에 해당하는 역사 사료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상당 부분 추론에 의존해야 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가 요세푸스가 남긴 중요한 사료가 있습니다. 책 소제목이 보여주듯 중간사 수업은 유대 문헌을 중심을 신약 성경과 구약 성경 사이에 쏙 들어가 있는 중간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간사는 학술 용어로는 제2성전기라고 부르며, 주전 516년부터 주후 70년까지 제2성전기 시기를 일컫습니다. 저자 박양규 목사는 중간기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 세 가지를 알려줍니다. 이 질문을 기억하고 중간사를 공부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 질문을 통해 중간기를 보면 이 시대를 보는 안목도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질문 세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하나님은 여전히 존재하시는가?

  2.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인가?

  3. 우리에게 필요한 회복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박양규 목사가 문장으로 만든 질문이지만, 중간사를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이 던질 수밖에 없었던 질문입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유일신 하나님을 섬기던 이스라엘이 나라를 빼앗기고(나라가 멸망했습니다), 다른 나라에 포로로 끌려가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질문을 곱씹어 읽다 보니 이 질문은 중간사 시대를 살아간 이스라엘 백성만의 질문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처럼 보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 아니 지구촌을 살아가는 우리가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입니다. 하나님은 여전히 존재하실까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여전히 하나님의 백성일까요? 이 두 가지가 진리라고 한다면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과 교회에 필요한 회복은 무엇일까요?

중간사를 살아간 이스라엘 백성이 던진 이 치열한 질문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고 나면 도대체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주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중간사를 살아낸 저들이 토해낸 대답이 무엇인지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대답이 어쩌면 우리가 찾아야 할 대답에 한줄기 빛과 통찰을 제공할 테니 말입니다.




목차를 보면 책의 내용과 흐름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1강. 신구약 중간사는 무엇인가

2강. 고레스 칙령과 페르시아 시대

3강. 에스라-느헤미야 시대의 시작

4강. 알렉산드로스의 등장과 헬레니즘 시대

5강. 마카비 전쟁과 하스몬 가문의 등장

6강. 하시딤의 출현과 유대교의 변화

7강. 에세네파와 쿰란 공동체

8강. 사두개파의 출현과 영향

9강. 바리새파의 출현과 영향

10강. 헤롯 가문과 유대 엘리트 계급

11강. 유대 사회와 산헤드린 공회

12강. 유대 전쟁, 그리고 신약 성경

13강. 예수의 재판과 유대인들의 진심

주의 깊은 독자라면 신약 성경을 읽으면서 구약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셨을 것입니다. 일단 지파 별로 모여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구약 성경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여러 파가 있다는 점, 산헤드린 공회가 있다는 점과 같은 것들입니다. 도대체 에세네파, 사두개파, 바리새파는 언제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요? 그중 지금까지 바리새파만 존재하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성경을 조금 더 깊이 연구하고 질문하면서 읽은 독자라면 신약 성경을 읽을 때마다 간지러웠던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신약 성경이 역사 속에서 태어난 것이라면 당연히 중간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터인데 중간기가 남긴 흔적이나 자취는 무엇일까? 신약 성경에서 중간기의 영향을 받은 내용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입니다.

박양규 목사는 이 책에서 그 내용을 촘촘하게 다룹니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아무개에게 주목하면서 아무개가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살았을지, 어떤 질문을 던지며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지 추적하듯 따라갑니다. 그의 대답을 듣다 보면 하나님이 주목하시는 사람은 어떤 특별한 능력과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을 향한 질문과 신앙 사이에서 치열하게 살아간 '아무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시대에서도 하나님이 주목하시는 분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무개'일 것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힘과 동력을 얻기도 합니다.




강의답게 각 챕터마다 뚜렷한 목표가 있습니다. 그 목표를 따라 글을 읽다 보면 이전에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성경의 숨은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행간을 읽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사람을 주목하고 그들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합니다. 성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하지만, 성경을 더 잘 읽고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보조 장치가 있다면 더 풍성한 이야기와 메시지를 건져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신비롭기도 하고 무궁무진한 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설교자라면 곁에 두고 자주 펼쳐 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약 성경과 유대 역사는 물론 인류의 역사까지도 톺아볼 수 있고, 그 안에서 얻고 배울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이 많이 담긴 책입니다. 신앙을 탐색하는 신중한 그리스도인들도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 그 믿음이 내 삶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변화시키는지 책 속에서 통찰을 얻을 것입니다.

밑줄 그어가며 일독했습니다. 필요한 부분 부분 찾아가면서 발췌독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모르는 부분과 배우고 익혀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신약 성경을 더 바르고 깊게 읽고 이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 느낀 점


* 중간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모르는 것이 압도적으로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알았으니, 곁에 두고 틈틈 읽으면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중간사라른 한 우물을 깊게 판 저자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역사를 좋아하지만, 역사가 어려운 저에게 이 책은 도전이자 맑고 시원한 생수처럼 다가왔습니다. 몰랐던 점을 깨닫고,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주목하면서 신앙인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와 시야와 마음가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지식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역사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경험한 책입니다. 분야가 분야인 만큼 기독 신앙과 성경이 어떻게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을 빚어가고 형성해 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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