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의 단어 - 당신의 삶을 떠받치고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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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서부터 가까운 사람까지

자주 접하고 가깝게 지내다 보니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그러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우선멈춤이란 말처럼 멈추게 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보편이라는 단어가 그렇습니다.

워낙 익숙하게 사용하다 보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편의 단어]라는 제목의 책을 만나면서

잠깐 멈추어 서서 '보편'이란 단어를 곱씹었습니다.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사전이 정의하는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많은 개별례(個別例)

또는 어느 범위의 모든 개별례에

다 같이 해당하는 공통적인 사항.

단어의 정의를 보면서 더 헷갈렸습니다.

손에 잡힐만한 의미를 찾고 싶어

'보편적'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보편적'이라는 뜻의 영어 catholic은

헬라어 '카돌리코스'의 음역으로

'전체를 통하여', '일반의', '우주적', '보편적', '공동적'

이라는 뜻을 지닌다.

여기서 건져 올린 의미는

'일반적', '우주적', '공동적'입니다.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진짜로 물어야 할 것은

작가의 의도겠지요.

이기주 작가가 담고 싶었던

'보편'이란 단어의 진짜 뜻은 무엇일까?

책에서 답을 주지 않을까 짐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있었습니다.

개인의 정체성과

그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는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정서와 사유 체계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새롭게 낯선 무언가가

일상을 덮쳐 흙처럼 쌓이는 날이 있고,

익숙한 것이 세월의 바람에

사정없이 깎여나가는 날도 있다.

새로운 것과 친숙한 것 모두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지만

일상을 떠받치는 건 후자가 아닌가 싶다.

삶의 무게에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날,

마음을 지탱해 주는 건

우리 곁에 있는 익숙한 것들이다.

예컨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결에 사용하는 보편의 단어야말로

삶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지 모른다.

보편의 언어 11~12, 건네는 말

작가가 말하려 했던 '보편'의 의미는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것, 익숙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속살을 살짝 공개하겠습니다.

책은 전체 6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01.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고귀하다.

02. 하나의 면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없다.

03.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준다.

04. 조금 알면 자랑하고 많이 알면 질문한다.

05. 손잡이 없는 칼은 위험하다.

06. 저마다 다른 짐을 어깨에 지고 살아간다.

각 장은 열 개의 단어를 주목합니다.

일상에서 이 보편의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것이 어떻게 작가의 삶을 지탱할 뿐 아니라

우리 삶을 떠받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면

2장만 11개 단어라는 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혼자만 11개 보편의 단어를 품고 있는 2장이

조금은 특별해 보이긴 합니다.

괜한 의미 부여일 수도 있을 테고요.


보편의 언어가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글의 품격 같은

이기주 작가의 다른 책과 닮은 점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산문이라는 점입니다.

하나씩 곱씹어 본 단어를

간결한 언어로 담았습니다.

덜어내고 버리고 벼린 결과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글 호흡이 간결합니다.

읽기가 쉽고

읽는 맛도 좋습니다.

일상을 주목해서 보았다는 점도

닮았습니다.

보편의 단어를 살폈지만

사전적 의미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일상에서 보편의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 단어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기주 작가의 시선으로 담았고

그만의 언어로 풀어놓았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어떤 성품을 가지고 있을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말투로 말하고,

어떤 태도로 다른 사람을 대할지

상상해 보곤 했습니다.

만나본 적이 없어서

섣불리 말하기가 어렵지만,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은 분명합니다.

조용한 느낌,

단정한 외모,

조금은 방어적인 듯한

조곤조곤한 말투,

적당한 거리 두기,

사람을 쉽게 대하지 않는 태도와

그런 태도를 기대하는 마음,

일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

다가가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은 느낌,

막상 다가가면 친절한 태도.

이기주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혼자 해본 상상입니다.

글은 글쓴이를 닮는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기도 합니다.

혹여나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보편의 단어]를 읽으면서

일상에서 자주 또 쉽게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가

이렇게나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단어 하나를 사용할 때도

함부로 쉽게 뱉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문장 앞에서는

마음이 뜨끔하기도 했습니다.

사용하는 단어가

정갈하지만은 않은 나를

대면하게 만든 문장이어서...

섣불리 말하기보다는

차라리 말을 뱉지 않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지혜로운

단어와 언어의 사용이 아닐까.

시간을 절약하고

관계를 아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느낀 점

  • 이기주 작가의 글은 가독성이 좋습니다. 쉽게 읽힌다고 해서 쉽게 썼다거나, 쉬운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쉽게 읽히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버리고 벼렸다는 뜻입니다. 쓰고 난 이후 읊조려보았을 수도 있습니다. 쉽게, 입에 착 달라붙게 읽을 수 있게 하려고. 이기주 작가가 얼마나 아껴 글을 썼는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 일상의 단어를 신중하게 사용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상을 아껴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엿보고 배운 것 같습니다. 이기주 작가의 말처럼 우리 일상을 떠받치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할 뿐 아니라 우리 삶과 가치를 담고 있는 보편의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저자 서명이 된 책을 받는, 그것도 좋아하는 작가의 친필 서명이 된 책을 받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한 번 더 맛보았습니다. 기회가 닿아 이기주 작가를 만나는 날이 온다면, 고맙다는 보편의 단어를 마음 담아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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