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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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난 후

20년 전에 읽었던 책을 읽으면 어떨까요?

기억을 더듬을 수 있을까요?

큰 줄기나 흐름을 기억할 수 있을까요?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 책은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가 저에게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가

아마 2000년 초반인 것 같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했던

누나 덕분이라고 해야겠죠.

책장에 빨간색으로 떡하니

꽂혀 있는 책을 보면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인간의 뇌를 주제로

어떤 소설을 썼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펼치고 난 후

책장을 덮을 때까지 단숨에 읽었고

1권을 독파하기 무섭게

2권까지 독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20년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만나게 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이번에도 그때의 충격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치밀하고

이렇게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니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생각을 끌어안고

책을 읽었습니다.


책은 사뮈엘 핀처와

인공지능 디프 블루 4가

체스 시합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세계 최고 체스 기사와

컴퓨터의 체스 시합은

이제는 시들해진 이야기입니다.

오래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시합을 끝으로

이제는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압도하는 형국이죠.

어쩌면 이와 비슷한 분위기로

소설은 문을 엽니다.

이세돌 기사처럼

사뮈엘 핀처가 디프 블루 4를 꺾고

승리를 거두는 통쾌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뮈엘 핀처는 싸늘한 주검으로 전락합니다.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사뮈엘 핀처가

사랑하는 아리따운 애인과의 잠자리에서

사망한 했다는 점입니다.

언론은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은

사뮈엘 핀처의 죽음을

"사랑에 치여죽다"로 갈무리합니다.

이 죽음은 단순한 죽음일까요?

아니면 그 뒤에 복잡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숨죽여 가며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듭니다.




책은 다른 남자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한 남자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뺑소니차에 치여

하늘로 솟구쳐 오른 장루이 마르탱은

하늘로 솟구쳐 오른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장면을

아주 자세히 아주 느리게 목격합니다.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이토록 자세하고 느리고 목격하다니

엄청난 사고를 당할 때

살아온 세월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루이 마르탱은 끔찍한 사고 후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겨우 목숨을 건졌다는 말이 보여주듯

그는 눈 하나만 깜빡일 수 있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맙니다.

전문용어로는 LIS에 빠졌습니다.

록트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은

환자가 자기 안에 감금되어 버린 듯한

상태가 되는 증후군입니다.

뇌는 여전히 기능하지만

신경 계통의 여타 부분이

더는 뇌에 응답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장루이 마르탱은

자신에 대해 엄청난 연민을 느낄 뿐 아니라

병실에 누운 채

시각과 청각이 극도로 예민해지는

경험을 합니다.

이는 장루이 마르탱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합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장루이 마르탱은

세계 최고의 뇌의학 박사

사뮈엘 핀처를 만납니다.

사뮈엘 핀처는 장루이 마르탱에게

안구의 움직임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도록

장비를 세팅해 줍니다.

장루이 마르탱에게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린 셈이죠.

그는 안구로만

8백 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쓰기도 합니다.

사고로 인해 이전과 다른 수준의

사고력을 가진 사람으로

변화된 셈이지요.

이 둘의 만남은 어디까지

흘러가게 될까요?


책의 주인공은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닮은 듯 서로 다른 이 두 사람은

사뮈엘 핀처의 죽음이

사랑에 치여 죽은 죽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집요하고 끈질기게

사건의 이모저모를 파고듭니다.

이들은 과연 사뮈엘 핀처의 죽음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1권의 핵심적인 문장을

찾아보라고 한다면

저는 이 문장을 고르고 싶습니다.

인간의 뇌는 신비 중의 신비입니다.

우리는 그 신비를 밝혀내려고

애쓰고 있지만,

문제는 이 일을 시도하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가....

바로 뇌라는 점이죠.

베르나르 베르베르 뇌 1. 82p




겨울이 오는 문턱에서

따뜻한 이불 속에서

이 책을 펼쳐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함께

인간의 뇌에 대해

탐사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느낀 점

  • 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논리와 방대한 연구에 기초한 글은 왜 그가 세계 최고의 글쟁이인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 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여전히 뇌는 신비로운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뇌를 연구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 1권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2권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역시 좋은 책은 독서를 부르고, 깊은 독서로 이끄는 것 같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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