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러 왔니? 동시만세
염연화 지음, 서미경 그림 / 국민서관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시골에서 자라서인지 제법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자연을 좋아합니다. 그때의 이야기가 마음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고, 추억하기도 합니다. 조금 고른 언어로 표현했지만 쉽게 말해 촌에서 자란 촌놈입니다. 그래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에서 태어난 작가 염연화. 그녀의 마음을 가득 채운 추억과 아름다움을 소복하게 담은 동시집 [나를 만나러 왔니?]를 만났을 때 참 반가웠습니다.








곱게 담아놓은 언어는 마음까지 곱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시를 읽는 이유겠지요. 동시라면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동시를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부드러워집니다. 포근해집니다. 나에게도 이런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지... 나도 한때는 어린아이였었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답답한 세상, 마음이 무뎌지고 퍽퍽해지는 세상,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간격이 생기고 거리가 멀어지는 세상, 돈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세상을 살다 보니 상상력이 쪼그라듭니다. 인간성이 사라집니다. 언어가 거칠어지고 생각이 투박해집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겪는 일입니다.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동시를 읽어야 할 때입니다. 여기서 동시 한 편 소개하고 싶습니다. "불똥 튀겠다"라는 제목의 동시입니다.



불똥 튀겠다


아빠와 다툰 뒤

문을 쾅 닫고

안방에서 나오는 엄마


두 눈에

불꽃이 활활


큰일 났다!


일주일째 청소 안 한 내 방

엉망진창인데


밀린 학원 숙제

하나도 안 했는데





이 시를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가끔 부모님이 다투시면 마음이 오그라들었던 기억.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가 책을 펼쳤던 기억(혼나지 않으려는 뻔한 수작)이.... 동시에 나의 아들과 딸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아내와 갈등하고 다투고 나면 마음이 움츠려들고, 불편해지고, 두려웠을 나의 아들과 딸. 아내의 두 눈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던 나의 모습이 겹치기도 했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습니다. 희한하게 나의 어린 시절 기억은 왜곡된 것인지 그것마저 소중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나의 아들딸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갖게 되길 바라는 도둑놈 심보까지 발동했습니다). 동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보들보들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들과 딸에게 동시집을 슬그머니 내밀었습니다. 아들은 무관심 반면 딸은 호기심 뚝뚝. 동시집을 열어보고 읽어보고 페이지마다 수를 놓은 그림까지 꾹꾹 눌러 담아 보았습니다. 자기 마음을 닮은 시를 찾아냈는지, 자기 생각을 담아낸 시어를 골라냈는지 궁금합니다. 질문해 보아도 묵묵부답. 그마저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은 아빠의 마음이겠지요.



염연화 시인의 동시를 따라가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아궁이에서 소 여물 끓이던 일과 잉걸불에 군고구마 구워 먹던 일까지. 동시가 기억 저 너머에 숨어 있던 추억을 돋아나게 해주어서 더욱 고마웠습니다. 염연화 시인의 동시집 [나를 만나러 왔니?], 마음 텁텁하신 분, 자녀와 함께 사시는 부모님에게 즐겁게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