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서 발견한 점은 이 농담과 이 분위기와 정서가 극지방을 사는 사람의 것일까 아닐까가 아니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남자들의 이야기처럼 읽힌다는 점입니다. 일단 등장인물이 남자 중심입니다. 물론 여성이 나오기는 하지만 중심축에서 비켜나가 있습니다. 그만큼 남자의 이야기로 그만큼 남자의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뜻입니다.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격한 공감과 손뼉 치며 맞장구칠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 나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 몇몇을 열거해 본다면 파이프 담배 하나 때문에 별별 짓을 다하다 결국 주먹다짐까지 하고 서로 잡아죽일 듯 싸운 남자 이야기. 화해하는 방식도 빼놓을 수 없죠. 화해하는 방식도 심할 정도로 남성미 뚝뚝 떨어집니다(꿀이 떨어지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먹다짐이죠. 서로 잡아죽일 듯 주먹다짐을 하고 더 이상 움직일 여력조차 없을 만큼 싸운 후에 언제 그랬냐는 듯 화해합니다. 이 지점은 여자로서는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는 남자들의 이야기이자 허풍처럼 들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목축업을 개척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도 읽다 보면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를 잡으러 갔다가 소 흉내나 내고 있는 모습이라니. 아무 준비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 남자의 단면을 보여주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느닷없이 휴가를 떠나는 이야기나, 스키를 타고 길을 가다 거의 죽을 뻔한 이야기,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은밀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남자들의 이야기, 어울리지 않게 뜨개질을 하는 남자와 그 남자에게 얽혀 있고 숨어 있는 입을 다물 수 없는 무용담까지. 북극 허풍담은 오롯이 남성의 세상을 탐구하고 탐험하며 소개하는 소설로 다가왔습니다. 허풍과 진지함과 유머가 절묘하게 뒤범벅 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