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메타포 꿈 - 생애 말 영적 돌봄에 대하여
켈리 버클리.패트리샤 버클리 지음, 윤득형 옮김 / 샘솟는기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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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죽음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는 죽음이다. - 159p.

"개꿈 꿨어" "꿈은 반대야" 꿈을 가볍게 여기는 말 중 하나입니다. 모든 꿈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태몽인 것 같아!" "그 꿈 나에게 팔아~" 꿈이지만 꿈을 진지하게 여기는 우리의 마음과 생각이 담겨 있는 문장입니다. 

사람은 꿈을 꿉니다. 밤새 꿀잠을 자는 경우도 있지만 악몽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고, 달콤한 그래서 깨기 싫은 꿈을 꿀 때도 있습니다. 어떤 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도 하고, 어떤 꿈은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어떤 꿈은 꾸고 나면 가슴이 아릿하기도 합니다. 꿈을 꾸었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꿈도 있고, 생생하다 못해 직접 경험한 것 같은 꿈도 있습니다. 꿈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성경을 보면 꿈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요셉과 다니엘을 들 수 있습니다. 요셉은 꿈꾸는 자라는 별명이 있었습니다. 별스러운 꿈을 꾸었고 눈치 없이 그것을 이복 형님들에게 자랑하듯 떠벌이기도 했습니다. 그가 그 꿈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잊어버렸는지 기록은 없습니다. 아마다 애굽으로 끌려가는 동안, 애굽에서 눈물을 쏟으며 사는 동안 그 꿈을,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꿈을 곱씹어 보았을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을 것 같습니다. 

꿈꾸는 자 요셉은 꿈을 해몽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아마 자신의 꿈을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생긴 능력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꼬이고 꼬이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누군가의 꿈을 해몽합니다. 그것이 연줄이 되어 수 년 후 그는 애굽 최고 통치자 파라오의 꿈을 해몽해 주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그는 일약 애굽의 넘버 2(애굽 총리)가 되었습니다. 그의 꿈은 결국 현실이 되었지요. 

다니엘 역시 꿈을 해몽하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자신이 꿈을 꾸었는지는 기록이 없습니다. 꿈 많은 십 대 왜 꿈이 없었을까요. 살고 싶은 곳,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꿈, 좋은 이웃이 되고 좋은 이웃을 얻으며 사는 꿈은 사치가 아닐 테니까요. 하지만 그의 꿈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십 대 때 바벨론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그는 거세를 당했고 결혼이나 자녀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원치 않는 곳에서 원치 않는 일을 하며 원치 않는 사람을 섬기는 것이 그의 꿈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그곳에서 느부갓네살의 꿈을 해석합니다. 다니엘의 탁월하고도 명쾌한 해석을 들은 느부갓네살은 다니엘을 총애했습니다. 다니엘은 그곳에서 일생 충성스럽게 살았습니다. 


켈리 버클리와 패트리샤 버클리가 함께 쓴 삶과 죽음의 메타포, 꿈은 꿈과 죽음에 관한 책입니다. 꿈을 통해 죽음을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할지, 죽음으로 꿈을 해석한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 둘 다라고 해야 할지 경계선이 명확하진 않습니다. 죽음과 꿈, 꿈과 죽음을 따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무리도 없습니다. 

죽음을 앞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꿈을 기록하고 그들과 주변 사람이 꿈에 보인 반응을 꼼꼼하게 기록한 것이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나치게 꿈에 함몰될 이유는 없겠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꿈을 내팽개치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진리입니다. 누구나 죽는다는 점에서는 모든 사람이 공평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은 가치로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고독사처럼 안타까운 죽음은 없으니까요. 책을 읽는 동안 죽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고, 꿈이 가지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심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오래전 어느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입니다.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아서 저의 언어로 조금 각색했습니다. 

엄마 뱃속에 있던 쌍둥이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기가 너무 좋아. 편안하고 위험도 없지. 그런데 다른 세상이 있는 것 같아. 더 큰 세상,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세상. 진짜 세상이 있는 것 같아. 여기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맛볼 수 있지만 어쩌면 더 실제 같은 세상이 있는 것 같아."

"그런 세상은 없어. 지금 여기가 전부야. 여기보다 더 좋은 세상은 없어.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해. 엉뚱한 소리 하지 말고 여기 삶에 만족해야 해"

"아니야. 더 큰 세상. 진짜 멋있고 아름다운 세상, 더 크고 놀라운 세상이 있는 것 같아. 우리 함께 나가자"


하나의 비유와 같은 이야기지만 힌트를 제공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엄마의 자궁만큼 편하고 안전하고 따뜻한 곳은 없겠지만 진짜 세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지금 우리 삶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여기가 전부가 아니라 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세상. 너무나 놀랍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고, 죽음이라는 관문을 통해 그곳을 향해 가는 거라고. 꿈이 어쩌면 죽음 넘어의 진짜 세상에 대해 우리에게 힐끔 보여주는 잠망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라는 말처럼 삶과 죽음의 메타포 꿈을 읽으면서 삶에 대해 한 번 더 진지하게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죽음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길이 있다는 것도 배우고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죽음과 관련한 일에 종사하시는 분이나, 호스피스 사역을 하시는 분, 죽음을 직면하신 분이나 애도 중에 있는 분, 꿈에 관해 연구하시는 분이 읽으면 참 유익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진리를 대면하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기 원하시는 분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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