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세우는 신앙을 찾아서 - 종교사회학자의 가정교회 DNA 해석서
이성우 지음 / 샘솟는기쁨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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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여전히 세상의 소망일까?

아직도 교회가 세상에

소망을 줄 수 있을까?

서울 강남에 자리 잡은 초대형 교회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목사의 이야기가 아니라, 강화군 하점면에 자리 잡은 작은 봉천 교회 이야기가 한국 교회의 어제와 오늘, 더 나아가 내일을 생각하게 한다면 지나친 이야기일까요? 얼토당토 없는 황당한 이야기일까요?




말로만 들었을 뿐 나는 강화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강화군에 하점면이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고, 그곳에 봉천교회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습니다. 이쯤 되면 강화군 하점면에 있는 봉천 교회는 듣보잡(?) 교회라고 불러도 모욕(?)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봉천 교회의 역사를 보니 기가 막혔습니다. "빨갱이가 많아 교화를 위해 세워진 교회"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시작한 교회니까요. 실제 탈북민이 거쳐가는 곳이었습니다. 정주하는 교회가 아니라 남한에 정착하기 위한 거점이나 수단과 같은 곳으로 봉천 교회가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지역 주민들이 머물렀던 교회입니다. 안타깝게도 교회 안에 많은 갈등이 있었고, 싸우는 교회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목회자들의 잦은 이동도 교회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것처럼 보입니다. 목사와 그의 가족이 머물 곳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목회자의 잦은 이동은 교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없습니다. 당연히 터를 잡고 사는 사람과 교회 안에 영향력 있는 몇몇 사람이 실권을 장악하는 교회이며, 목사는 바지사장 노릇 하는 교회일 따름입니다. 봉천 교회의 과거 이력을 살펴보면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보이지 않는 교회입니다. 봉천 교회의 이력은 나쁜 의미로 무척 화려해 보입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봉천 교회 이야기를 책으로 낼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생전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봉천 교회 이야기를 읽을 이유도 없었겠지요. 기막힌 반전이라고 할까요? 하나님의 높고 깊은 계획과 섭리의 결과라고 해야 할까요? 봉천 교회는 전혀 다른 교회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재익 목사님이 있습니다.




화려한 과거(?)를 가지고 있는 교회에 부임한 이재익 목사님 역시 교회의 이력과 DNA와 말도 안 되는 구조에 눌리기도 하셨습니다. 교회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실제 다른 곳에서의 청빙도 있었으니 그 유혹의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재익 목사님은 봉천 교회에서 은퇴하기로 결심하고 그곳에 머무는 길을 걷습니다.

이재익 목사님이 사활을 걸었던 것은 가정교회이며, 성경대로 살아보자는 원칙입니다. 나는 그것을 아드 폰테스(AD FONTES-다시 원천으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책에서는 원형 목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봉천 교회 성도가 삶공부라고 부르는 목장 모임 역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합니다. 봉천 교회는 처음 참석하는 사람이라면 당혹스러움을 느낄 정도의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삶 공부 시간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는 교회로 탈바꿈했습니다.




교회의 리더십도 색다른(?) 모습입니다. 목회자는 설교하는 일에서 리더로 설 뿐 다른 분야에서는 그 분야에 더 탁월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리더십 구조입니다. 목회자의 제왕적 리더십은 산산조각 나고 없으며 섬김의 리더십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설교 후 앞치마를 두르고 설교하는 담임목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봉천 교회가 그런 교회라고 하니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일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 같습니다.

봉천 교회 성도들이 가진 하나님 이미지에 대한 조사도 흥미롭습니다. 이 부분이 흥미로운 이유는 대다수 한국교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하나님 이미지와 상당히 겹치기 때문입니다. 봉천 교회 성도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이미지는 "딱 요만큼 채우시는 하나님"과 "가족 일상에 계신 하나님"입니다(다른 이미지를 가진 분도 있습니다). 특히 "딱 요만큼 채우시는 하나님"은 봉천 교회 성도들이 크게 공감하는 하나님 이미지입니다. 이 부분이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가진 하나님 이미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교회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봉천 교회가 좋은 교회로 탈바꿈한 것은 사실이지만 봉천 교회 역시 흠결이 있는 교회라는 점도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봉천 교회가 가진 특징 중 하나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 하나만 바꿔보자는 생활신앙 태도입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습득하고 머리만 키울 것이 아니라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살아내 보자는 신앙 태도(그들은 이런 태도를 생활 신앙이라 부릅니다. 흔히 사용하는 신앙생활이란 단어의 어순을 바꾸었을 뿐인데 어감은 상당히 다르고, 방향성도 무척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를 지향합니다. 나는 이 단어를 살아낸 신앙으로 이해했습니다. 말로만 떠들어 댄 신앙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낸 신앙이 결국 우리 신앙을 견고하게 하고, 세상 속에서 교회(예수 믿는 사람이 교회입니다)를 교회되게 만드는 차이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과 시원한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한국교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봉천 교회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모교회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로 갈등하기도 하고, 텃세를 부려 목회자를 바지 사장으로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몰아내기도 했던 교회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목회자의 실수와 실패, 자질 부족으로 빚어진 갈등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탁월할 수는 없습니다. 전능한 목사를 기대하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일입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교회가 슈퍼 목사, 전능한 목사를 기대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불편한 사실은 목사의 부족한 점을 크게 부각시킵니다. 여기에 목사의 실수와 실패가 겹치고 불성실한 태도가 겹친다면 교회는 더 큰 갈등을 겪습니다. 결국 목회자가 쫓겨가거나 분열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교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부끄러운 민낯입니다.

봉천 교회 이야기가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어디에서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던 우리의 민낯을 봉천 교회 이야기에 빗대어 낱낱이 까발린 저자의 담대함에 시원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전히 교회가 세상에 소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한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환골탈태의 정신과 수고가 필요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한 명 두 명 그 길을 걷는 목회자와 그 길에 참여하는 성도가 있다면 여기저기서 작은 불씨를 일으킬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지난한 작업을 위해 목회자는 자신의 소명을 다시금 점검해야 합니다. 교회는 교회 대로 왜 우리가 교회로 모이는지, 어떤 교회를 세워가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한국 개신교회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바닥을 파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봉천 교회 이야기를 통해 처음 접한 단어 "사회 안의 교회"처럼 교회가 사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이 단어를 세상 속 교회로 이해합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교회는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이라는 진리를 견고하게 붙들어야 합니다. 지역 교회는 그 지역 속으로 들어가 지역 사회 속에서 자신을 녹이고 태워 지역사회를 섬기고 살리는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섬기는 교회, 세상과 적극 소통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요. 이 지점에서 전도해서 예배당에 앉히려는 생각은 저기 저 안드로메다로 던져버려야 할 테고요.

강화군 하점면에 자리 잡은 성도가 채 100명도 되지 않는 봉천 교회의 역사, 봉천 교회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나의 실패를 곱씹어 보고, 한국 교회가 걸어가야 할 방향성을 조율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한국 교회에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득 안은 교회가 많을 것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담아내고 지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이런 식으로 담아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금 추락한 한국 교회가 다시 일어나 세상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나 텁텁하고 답답한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고, 그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교회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장밋빛 상상도 펼쳐보았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목회자,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목회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고 고민하는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 교회의 교회다움에 관심을 가진 평신도 지도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봉천 교회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이 속한 교회의 이야기를 읽어내고, 지역사회 속에서 어떤 교회로 자리매김해야 할지 고민하고, 이 난리 법석인 시대 속에서 회복해야 할 교회다움이 무엇인지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그때에 비로소 교회는 또다시 세상의 소망이 될 테니까요. 세상에 소망을 주는 교회로 거듭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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