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된다는 것 -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지음, 장혜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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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마,

너 자신이 돼라"


종종 들었던 문장입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 자주 하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누군가가 나에게 너 자신이 되라고 할 때면 참 멋진 말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참 어려운 말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던 자신이 다른 사람을 향해 너 자신이 되라고 말하고 있으니 뭔가 역설적입니다.


생각이 이 지점에 이르니 더 궁금해집니다. 자신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이 되는 길이며,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답게 사는 걸까요? 이 질문은 엄청나게 철학적이며 사색적인 질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매우 과학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누구인가? 내가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붙들고 대답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쏟아부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뇌 과학자 아닐 세스입니다. 아닐 세스는 내가 된다는 것(Being You)라는 책에서 내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과한 대답을 "의식"에서 찾습니다.





아닐 세스는 천재적인 뇌 과학자 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의식을 찾아 탐구하는 그의 열정과 수고는 혀를 내두를만합니다. 실은 과학 언어가 많아서 읽는 동안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닐 세스가 쉽게 쓰고 설명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나의 과학 상식과 지식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했을 따름이었습니다. 덕분에 과학 공부도 했다고 할까요.


1부는 의식의 수준이란 제목의 글입니다. 의식이 무엇인지 본격적인 탐구를 하기에 앞서 약간의 설명과 의식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를 주로 다룬 챕터입니다. 의식에 관심 있는 과학도라면 이 챕터에서부터 매료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2부는 의식의 내용입니다. 이 챕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하고, 보고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챕터에서 깨달았습니다.


3부는 자기(Self)입니다. 자기가 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심도 있게 다룬 챕터입니다. 섬망, 자기 예측, 동물 기계 되기(이런 연구와 실험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물속의 물고기, 자유도라는 소제목을 달고 많은 뇌 과학 이야기를 만나는 챕터입니다.


4부는 또 다른 것들이란 이름의 챕터입니다. 인간 너머, 기계의 마음에 관한 아닐 세스의 생각을 모은 챕터입니다. 인공지능이나 기계도 의식을 가질 수 있을지 아닐 세스의 견해를 들어볼 수 있는 챕터입니다.





책을 시작하면서 강력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아닐 세스가 '의식'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던 문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의 문장의 들어보시죠.


"의식이란 무엇인가?

의식이 있는 생물에게는 그 생물이 되는 것이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당신이 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양이나 돌고래가 되는 것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그 무엇이다." (27p.)


책의 끝자락에서도 의식에 관한 아닐 세스의 주장을 요약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이 방대한 연구의 끝에 아닐 세스가 의식에 관해 요약정리한 문장을 읽어보시죠.

"의식과 지능은 같지 않으며,

의식은 지능보다 살아 있다는 것과 더 관련이 있다.

지능이 많지 않아도

의식이 존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으로 지능도 의식 없이 존재할 수 있다." (309)





팔다리가 하나씩 떨어져 나가도 나는 나입니다. 건강해도 나이고, 심지어 아파도 나입니다. 알츠하이머나 기억 상실증을 앓는다면 어떨까요? 그때도 여전히 나는 나일까요? 아니면 나를 잃어버린 또 다른 나가 되는 걸까요? 의식에 관한 과학의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아직 명쾌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닙니다. 과학이 더 발전하고 의식이란 것에 감춰진 것을 모두 읽어낸다면(그런 날이 올지 오지 않을지 미지수지만)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길이 더 활짝 열릴까요?


내가 된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와는 분명 구별된 존재로서의 인식이겠지만 나라는 존재 자체가 다른 사람과 환경과 긴밀하게 엮여 있기 때문에 결국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나고 자란 시대 배경과 내 안에 흘러들어온 인류 문화와 역사를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한껏 끄집어내 준 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조금은 어렵습니다. 뇌와 의식에 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라면 읽어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낸다면 뇌와 의식에 대해 나다움에 대해 더 무겁고 깊은 질문을 쏟아낼 가능성도 높습니다. 나 자신이 된다는 것에 대한 과학의 대답과 그 대답을 탐구하고 싶은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독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다소 수준 높은 독서를 요구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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