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와 달라이 라마의 대화
수전 바우어-우.툽텐 진파 지음, 고영아 옮김 / 책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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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나요?



2019년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담에서 16살 그레타 툰베리가 세계 각국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쏟아낸 질문입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질책에 가깝다고 해야 하겠지요. 십 대 청소년으로부터 이런 질책을 받은 세계 각국 정상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직 철이 없어서... 세상 물정 몰라서... 어린아이의 한 번의 외침으로... 아니면 뼈에 새겨야 할 다음 세대의 외침으로...


어떤 생각으로 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후 세계 정상들이 보인 행보를 보면 철없는 청소년의 한 번의 외침으로 들은 모양입니다. 그렇게나 많은 과학자와 환경보호단체가 연구 결과를 지표로 내밀었지만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답답할 노릇입니다.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그들이 삶의 터전을 잃건 말건, 심지어 죽건 말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인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기후 변화라는 거대 담론에 참여하도록 우리의 마음과 생각과 시선을 잡아끄는 책을 만났습니다. 그레타 툰베리와 달라이 라마의 대화: 인간에게는 지구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라는 긴 제목의 책입니다.







책은 그레타 툰베리와 달라이 라마의 만남과 기후 환경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지구를 살리려는 그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동양과 서양 노인과 청소년이라는 극과 극에 있는 이들이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양극단에 있는 이 두 지도자는 세계 각국 정상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구 온난화를 멈추는 일에 적극 참여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지금 이 세대뿐 아니라 앞으로 올 세대가 지구에서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책임감 있게 열어가자는 초대장입니다.






그레타 툰베리와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책의 저자 수전 바우어-우와 툽텐 진파는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기후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s)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기후 문제의 위기와 가능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기후 피드백 루프는 기후변화를 촉진하여 재앙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동시에 기후 피드백 루프는 지속 가능한 지구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기후 피드백 루프가 어려운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의미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연료로 지구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온난화를 더 가속시킵니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 되돌릴 수 없는, 사람이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쉽게 설명한 기후 피드백 루프입니다.








기후 피드백 루프에는 크게 네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첫 번째 영구 동토 피드백 루프입니다.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동토층이 녹으면 걷잡을 수 없는 탄소와 메탄가스가 분출된다는 사실입니다. 녹고 있는 동토는 탄소를 쏟아내고 더 빨리 동토를 녹이며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다다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산림 피드백 루프입니다. 벌목과 산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아마존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탄소를 빨아들이고 흡수하는 산림이 사라지면 지구는 더 더워집니다. 지구가 더워지면 각종 해충과 산불로 산림은 더 파괴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대기 피드백 루프입니다. 대기로 올라간 수증기는 지구를 더 덥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차가운 제트기류는 점점 더 위축됩니다. 북극의 만년설이 빠르게 녹아내리고, 얼음이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대기가 따뜻해지면 제트기류는 줄어들 뿐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며 이는 결국 지구를 더 덥게 만드는 결과를 가지고 옵니다.



네 번째는 반사율 피드백 루프입니다. 반사율 피드백 루프는 얼음, 눈과 직결된 기후 피드백 루프입니다. 얼음과 눈은 태양빛을 반사하여 대기 바깥으로 열을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눈이 적게 오고 빨리 녹거나, 얼음이 빨리 녹아내릴수록 반사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사율이 떨어지면 지구는 더 더워지고 지구가 더 더워지면 눈과 얼음이 녹아버려 반사율은 더 낮아집니다. 결국 지구는 더 더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네 가지 기후 피드백 루프는 지구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를 대면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끝없는 경제성장과 탐욕으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영구 동토 지역인 툰드라가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산림은 끝없이 벌목당하며 산불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기는 점점 더워지고 제트 기류는 심각한 수준으로 위축되었습니다. 눈과 얼음이 녹고 사라져서 반사율도 최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후 피드백 루프가 보여주는 지표는 공멸의 길입니다.



그레타 툰베리와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기후 피드백 루프를 이용하여 지구를 되살릴 수 있으며 그 길을 함께 걷자고 초대합니다. 나무를 많이 심고 녹지대 조림에 힘쓰자고 이야기합니다. 환경을 개선하고 변화시키는 일에 공부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원과 텃밭을 가꾸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제안합니다. 자연에 귀 기울이고 함께 경탄하는 일에도 참여하자고 말합니다.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 피드백 루프에 대해 침묵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자고 말합니다.



오래된 삼림을 보호하는 단체, 복합적인 생물 다양성을 지닌 지역 보존을 위해 애쓰는 단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공급하는 단체를 후원하자고 촉구합니다. 자신의 탄소발자국을 추적하고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소비행태를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공장형 축산 방식으로 생산된 축산품 소비를 중단하고 지역 농장과 밭에서 나온 식품을 소비하자고 제안합니다. 태양과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고 그런 기업에 투자하자고 말합니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이동 수단을 이용하자고 말합니다.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알려줍니다.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과 리사이클링을 실천하자고 말합니다. 정부의 공동 대응책을 요구하는 운동에 참여하자고 말합니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가 중대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국가 원수와 정부 수장에게 투표하자고 주장합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합니다. 멸종된 동식물이 부지기수이며, 멸종을 눈앞에 둔 생명체도 적지 않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처참한 결과입니다. 인간이 탐욕을 멈추지 않는다면 결국 이 탐욕은 인간을 집어삼킬 것입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기상학과 교수 케리 임마누엘의 말로 서평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지구는 괜찮을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유감스럽게도 

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지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대멸종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구의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요.

내가 걱정하는 것은 우리 인류의 미래입니다."







지속 가능한 지구는 아직 가능합니다. 기후 피드백 루프를 이해하고 지금 내가 살아가는 곳에서 나무를 심고 돌보는 일, 전기를 아껴 쓰는 일,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일, 소비행태를 면밀히 따져보고 건강한 소비행태를 훈련하는 일, 가속되고 있는 기후 피드백 루프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일, 냉난방 온도를 조절하는 일, 친환경 기업과 단체를 후원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를 보호할 능력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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