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세계 - 뇌과학자가 전하는 가장 단순한 운동의 경이로움
셰인 오마라 지음, 구희성 옮김 / 미래의창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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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생각한 것만 가치가 있다 - 프리드리히 니체


걷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해서 알려주는 니체의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사람처럼 걷는 생명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직립보행.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은 치타처럼 빠르게 뛰지 못하지만 지구력 하나만큼은 세상 그 어떤 생명체도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갖추었습니다. 직립보행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걷기는 사람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적인 연구로 결과를 걷기가 주는 유익이 무엇인지 검증하고,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걷기라는 행위가 왜 이렇게나 인간적인 행위인지 소개하고 보여주는 멋진 책이 나왔습니다. 셰인 오마라의 [걷기의 세계]입니다









사람은 걷습니다. 직립보행하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직립보행을 하니 두 손이 자유롭습니다.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두 팔로도 엄청난 전투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주먹으로만 싸우는 복싱을 생각해 보십시오. 주먹으로만 싸운다면 복싱을 이길 수 있는 무술은 없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직립보행이 가져다준 결과 중 하나입니다. 직립보행이라는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익히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아기가 태어나 얼마나 넘어지는지 그 숫자를 헤아려 보면 직립보행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이 리드미컬은 움직임을 익히고 나면 두 손은 물론이거니와 두 발도 상당한 자유를 얻습니다. 정말 대단한 운동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걷는 행위는 근력을 강화시켜줍니다. 당연히 뇌를 자극하고 건강한 뇌를 가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걸으면 감정적으로 순화될 뿐 아니라 창의력이 솟구쳐 오르기도 합니다. 니체가 걸으면서 생각한 것만 가치가 있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걷기는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걸으면서 주변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시각적인 자극이 크다는 뜻이지요. 당연히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놀라운 것은 사람의 뇌에 GPS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걸으면서 자신이 어디쯤에 있는지 어느 정도 인지한다는 뜻입니다. 시각 장애인이 길을 정확하게 찾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실제 눈을 가리고 걷게 하고 특정한 곳을 찾아가게 하고 심지어 어느 곳으로 갔다고 처음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오게 해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사람에게 있다고 합니다. 후덜덜한 능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연어의 회귀본능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유학 시절 쉬는 시간에 학생과 함께 걷는 교수님을 만나고 배운 적이 있습니다. 수업하면 생긴 질문을 쉬는 시간에 던지면 늘 함께 걷자고 하셨습니다. 느릿한 걸음으로 주변을 한 바퀴 걸으며 질문하고 대답을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질문을 질문으로 받기도 하셨지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때 무슨 질문하고 무슨 대답을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 기억하는 것, 아마도 평생 잊기 힘든 기억은 함께 걸었다는 그 자체입니다.



책에서도 걷기의 사회성이란 챕터가 있습니다. 걷는다는 것 자체가 혼자의 일이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일이기도 하지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실제 이 문장이 책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걷기라는 행위가 인간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인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챕터였습니다. 이 챕터를 읽다 보니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걷고 싶고, 아들딸과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활활 타올랐습니다.









다른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앉아서가 아니라 서서 걸으면서 읽었습니다.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걸으면서 읽어서인지 머리에 쏙쏙 박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걷는 것이 이렇게나 행복한 지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 아들딸 연인의 손을 잡고 걸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자라나게 해주었습니다. 직장동료와도 종종 함께 걸으며 담소를 나눈다면 일터 분위기도 사뭇 다르게 바꾸어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종의 기대감마저 갖게 해주었습니다.


나는 예수 믿는 사람입니다. 성경을 보면 종종 "하나님과 함께 걷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수께서도 제자들과 함께 걸으셨고 그 장면을 복음서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걸으신 예수를 생각하니 "예수께서도 걷기의 힘을 잘 알고 계셨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분과 함께 걷고 싶다는 마음이 돋아난 것은 감출 수 없는 비밀이고요.








어지간해서는 잘 걷지 않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저처럼 사무실에 앉아서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은 더더욱 걷지 않으려는 시대인 것 같기도 하고요. 걷지 않고 걷지 않으려고 하고 웬만해서는 걷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것은 아닐까요? 반대로 함께 걷고, 자주 걷고, 더 많이 걸어 다닌다면 우리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는 더 나은 곳이 되지 않을까? 조금 더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하고 갈등과 분열된 이 땅 대한민국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저자 셰인 오마라는 매일 만보 이상 걸으려고 애쓰고 14,000 이상 걸으면 만족해한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로 매일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당장에 일어나 산책부터 하고 와야겠습니다. [걷기의 세계]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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