맙소사 오해해서 미안해 - 숭민이의 일기(아니올시다!) 풀빛 동화의 아이들
이승민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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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일기를 몰래 엿보고 말았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정독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가볍고 밝아지는 걸까요?


일기, 참 어려운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일기 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수년 간 써온 일기장을 보물처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들 앞에 설 때마다 저는 주눅이 듭니다. 무언가를 기록하는 것, 특히 매일 꾸준하게 무언가를 잘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계획적이지도 않고, 꾸준하지도 못하고, 끈기가 부족한 나는 매일 쓰는 일기가 참 부담스럽고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보는 일만큼 짜릿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일기도 쓰지 않는 사람이 남의 일기를 훔쳐본다니 비양심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 양심이 있는지라 다른 사람의 일기를 발견하면 펼쳐 볼까 말까 고민합니다. 끝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펼쳐 든다는 것이 문제지만요. 이런 제가 대놓고 남의 일기를 정독했습니다. 제가 대놓고 정독한 다른 사람의 일기는 이승민 글, 박정섭 그림의 [맙소사, 오해해서 미안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주인공은 초등학생 숭민이. 4월 11일부터 시작한 숭민이의 일기는 7월 3일에 끝납니다. 약 석 달가량 숭민이의 일상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숭민이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 친구, 새롭게 사귀는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숭민 마음과 시선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숭민이가 겪는 소소한 일상과 크고 작은 일들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졸다가 자신이 만든 벌칙을 당하는 일, 순수한 우리말로만 말해보기, 텃밭을 가꾸는 일...

작은 실수가 가져온 오해와 갈등을 대면하기도 했습니다. 갈등 해소 비용이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가진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숭민이의 갈등과 오해에 함께 참여하고, 왜 그런 오해와 갈등이 생겼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사소한 실수로 인해 큰 갈등이 생길 뻔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숭민이는 자신의 실수라는 점을 깨닫고 나름 지혜로운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합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숭민이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고, 사과할 줄 아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친구니까요. 우리 어른들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고, 용기 내서 사과할 줄 알고, 사과받을 줄 아는 문화를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처럼 지역, 진영, 세대, 소유, 외모, 성 등으로 사분오열 갈라진 대한민국을 싸매고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더 나은 세상,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테니까요.




성장소설, 성장동화를 읽으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밝아집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복잡한 생각이 단순해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그래서 성장소설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이 더 많이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기도 하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점검할 수 있으니까요.

[맙소사, 오해해서 미안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과 복잡한 세상을 만들어 놓은 어른이 함께 읽으면 좋겠습니다. 오해를 이해로 바꾸어 더 나은 세상, 더 살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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