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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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우주는 어디까지 더 커질 수 있는 걸까?

그 안에 마치 먼지와 같은

지구의 의미는 무엇이며

지구 안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인간의 자리는 무엇일까?


하버드 천재 물리학자이자 MIT 인문학자 앨런 라이트먼이 우주와 인간에 관한 사색을 글로 담아냈습니다. 작가 소개를 하면서 스며드는 이 황당함은 그 농도가 몹시 짙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천재 물리학자라는 별명과 함께 인문학자라는 명함까지 들고 있는 걸까요? 한 사람이 물리학과 인문학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비롭습니다. 동시에 이런 탁월한 사람의 사색을 담은 글이라면 얼마든지 곁에 두고 읽으며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따라가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일종의 확신도 생깁니다.




책의 구성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흥미를 확 잡아당기는 제목이 가득하거든요.

1. 무(無)에 관하여 :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무에 관하여, 원자,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2. 마음의 과학적 구조: 천억 개, 미소, 주의력의 해부학적 구조, 불멸, 내 어린 날의 유령의 집, 무질서의 놀라운 힘, 기적, 자연 속의 외로운 우리 집, 생명체는 정말 특별한가?

3. 무한에 관하여: 우주적 생물 중심주의, 무한을 아는 사람

그러게요.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지, 무(無)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철학적인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오묘한 글 솜씨에 감탄을 쏟아냈습니다. 우주가 무한히 큰,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이죠. 그 광활함 앞에서 초라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경탄을 쏟아내기도 하죠. 반대급부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가장 작은 것의 세상은 어떨까요? 예전 어느 한 과학 책에서 읽어 알고 있었지만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려주었습니다. 너무나 이상한 것은 그 빈 공간이 모이고 모이면 지금 나의 몸을 구성합니다. 빈 공간이 합쳐서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으며 감각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된다니 신비롭기 짝이 없습니다.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를 말 그대로 과학 사실에 비추어 설명합니다. 과학이 발견하고 찾아낸 근거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후 인문학적인 깊이와 소양으로 담백하게 기록했습니다. 제가 워낙 과학에 맹한 사람이다 보니 단어와 개념을 따라잡기 위해 약간의 수고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과학의 깊이와 발전과 발견에 감탄하기도 했고, 우주를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하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목받는 천재 물리학자이면서 인문학자답게 저자는 자신이 무의미한 어떤 존재이거나, 텅 빈 무엇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는 광활한 우주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고비 사막에서 모래 알갱이 한두 알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담담히 말하면서 생명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로운 존재인지 경탄합니다. 과학이 발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가르쳐 주면서도 인문학적 감각과 시선을 놓치지 않는 저자의 탁월한 균형감각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워낙 삶이 바쁘고 이런저런 문제가 많아 철학적인 질문 자체가 사치처럼 보이는 세상입니다. 우주의 시작과 인류의 시작(우주에서부터 지구가 탄생하고, 그 지구 안에서 인류가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실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탄소는 우주로부터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에 아무 관심 없이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언젠가 자신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질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삶의 무게에 눌려 쉽게 흘려보내버리고, 이런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생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조금은 무거운 조금은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삶의 방향과 내용을 점검할 수 있다는 사실과 보다 충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한 번쯤은 대면해 보아야 할 질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그 질문과 대답을 향한 여정을 안내할 좋은 출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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