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고 이어령 선생님의 책 [너 누구니]를 읽을 때 느꼈던 감정을 박완서 작가님의 [호미]를 읽으면서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탁월한 지성과 깊은 관찰로 젓가락에 관한 사유를 글로 담아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설마 책 한 권이 모두 젓가락 이야기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나의 이 생각을 가볍게 날려버렸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젓가락을 이렇게 오래, 자세히, 깊이 들여다보았는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글의 모양과 느낌, 결은 사뭇 다르지만 박완서 작가님의 [호미]를 읽으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 호미는 이어령 선생님의 젓가락과는 달리 한 꼭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박완서 작가님 역시 호미를 오래, 자세히, 그리고 깊이 들여다보았고 그 생각을 단아한 글로 담아냈습니다. 호미뿐 아니라 마당에서 피는 꽃 하나하나를 그렇게나 오래, 자세히, 깊이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곱게 담아낸 것은 일상을 오래, 자세히, 깊이 들여다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쉽게 놓치거나 간과하기 쉬운 자연의 변화와 일상의 소소한 일을 이렇게나 오래, 자세히,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만의 문체와 언어로 정갈하고 깊게 담아내는 이 두 거장의 글을 읽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오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