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브레인 - 코로나19는 우리 뇌와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정수근 지음 / 부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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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이었다. 함께 사역하던 교역자와 함께 부산으로 가족 수련회를 다녀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때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라는 질병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계획한 가족 수련회를 일정대로 다 마치고 돌아왔다. 이후 나는 필리핀으로 여러 성도님과 단기선교를 갔었다. 단기선교를 가기 직전 필리핀에서 화산 폭발이 감지되었다. 공기 중 화산재가 많이 떠돌아다니기 때문에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써야 할 마스크와 현지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과 현지인에게 필요한 마스크를 대량 챙겨서 단기선교를 떠났다. 예상외로 공기는 깨끗했다. 마스크를 쓸 일이 전혀 없었다.

단기 선교를 마치고 돌아온 후 우리나라에도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 예배는 모두 비대면 예배로 바뀌었다. 필리핀에 두고 온 많은 마스크가 신의 한 수였다는 선교사님의 말씀도 들려왔다.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2년이 훌쩍 지나도록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다행히도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다. 어디든 갈 수 있다. 놀이공원이나 공연장 스포츠 경기장에 사람이 꽉꽉 들어차고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급증해서 비행깃값이 치솟기도 했다. 식당에 가면 자리마다 사람이 앉아 있다. 어느 정도 일상이 회복된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가 끝난 것은 아니다. 국민 1/3에 해당하는 수가 감염되었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신경 쓰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감염되지 않기 위해 신경 쓰고 조심할 사람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각종 변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코로나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온 2년. 우리 삶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질문을 바꿀 수 있다. 코로나는 우리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코로나는 우리의 의식과 사고, 생활 패턴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코로나는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대답을 찾아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대답하는 책이 나왔다. [팬데믹 브레인]이 바로 그 책이다.




저자의 이력이 궁금했다. 저자 정수근은 누구일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 대학교 신경과학 연구소와 존스홉킨스 대학교 심리 뇌과학과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한국 뇌연구원 인지과학 연구그룹에서 선임 연구원 및 그룹장을 거쳐 현재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력이 대단하다. 팬데믹 브레인이란 책을 집필하기에 이보다 적합한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코로나가 뇌와 마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심리학, 뇌 과학, 신경 과학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저자 정수근은 이 결과를 읽고 해석한 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독자를 위해 읽기 쉬운 언어로 다시 썼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나 아직 걸리지 않은 사람이나 코로나가 우리 마음과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후 어떤 증상이 생길지도 여전히 미지수여서 더욱 그렇다. 우리가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들, 끊임없이 가려울 수밖에 없는 질문을 하나하나 다루면서 간결한 언어로 대답을 들려준다.


책 속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자.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코로나는 우리 뇌와 마음을 어떻게 위협하는가?라는 주제로 코로나가 우리 뇌와 마음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코로나 때문에 우리가 겪게 된 일이 무엇인지 정리한다. 코로나에 걸리면 정말 우리 뇌가 손상될까? 팬데믹이 정신 건강을 악화시켰을까? 팬데믹 시대를 사는 우리 뇌를 위한 최고 보약은 무엇일까?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서 스킨십이 더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팬데믹 기간에 태어난 아이들은 인지 기능이 떨어질까? 등과 같은 궁금할 뿐 아니라 염려스러운 질문에 대한 과학에 기초한 대답을 들려준다. 무척이나 흥미로울 뿐 아니라 질문과 대답을 통해 어떤 가치와 삶의 방향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챕터이다.


2부는 전 지구적 방역 현장이 된 우리의 일상이라는 주제로 10개의 질문을 던지고 대답한다. 화상 회의와 줌 미팅이 대면 미팅보다 더 피곤한 이유.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통해 학습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 마스크를 쓰면 더 예뻐 보이고 잘생겨 보이는 이유. 마스크를 쓰면 사람을 알아보기 힘든 이유. 자가 격리가 이렇게나 지겨운 이유.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미터로 결정한 이유. 방역 수칙을 잘 지키게 만드는 뇌 과학적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챕터이다. 앞으로도 화상 회의와 줌 회의, 비대면 온라인 수업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활용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관심 가지고 읽어야 할 챕터라고 생각했다.


3부는 팬데믹에도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주제로 10가지 꼭지를 풀어낸다. 제목처럼 많은 역경과 시련을 만났지만 늘 그랬듯이 문제를 해결해 낸 인류를 향한 소망을 담고 있는 챕터다. 질문과 대답도 흥미롭다. 팬데믹이 끝나면 우리 뇌와 인지 기능도 회복될까? 집콕 생활 중 게임은 약일까 병일까? 팬데믹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깨울 최고 가성비 방법은? SNS와 메타버스(Metaverse)는 과연 대면 만남을 대체할 수 있을까? 공포영화 마니아가 팬데믹을 더 잘 견딜까? 꿀잠이 어떻게 팬데믹에 맞서 무기가 될까? 팬데믹을 통해 더 행복해진 사람이 있을까? 등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팬데믹을 이길 수 있는 방법, 앞으로도 찾아올지 모르는 여러 가지 불행한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지 방향성을 얻을 수 있는 챕터라 생각한다.




[팬데믹 브레인]은 코로나 팬데믹 2년간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가 던질 수밖에 없고, 던지고 있는 질문, 호기심과 염려가 뒤섞인 채 던지는 질문을 함께 던진다. 시대의 석학이 내놓은 대답의 핵심만 간추려 우리가 던지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내놓는다. 그것도 무척이나 읽기 쉬운 언어로 대답을 들려준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아직은 초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가 우리 뇌와 마음, 관계와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이고, 계속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며, 극복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은 엔데믹(풍토병)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코로나 이후 시대를 대처해야 할 우리 마음을 붙들고,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다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팬데믹 브레인]은 이처럼 낯설고 당혹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책이다. 더 나아가 코로나 팬데믹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일과 나와 우리에게 끼친 영향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을 위한 지혜와 방향을 얻기 원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좋은 책을 출간한 부키 출판사와 정수근 교수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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