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의 일을 찾아서 - 자신에게 거짓되지 않은 삶의 방식·일하는 방식
에노모토 히데타케 지음, 정영희 옮김, 이태성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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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 1:1)



신앙 여부를 떠나서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너무나 간결하고 멋진 성경 첫 문장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테고, 어떤 사람은 이 한 문장에서 인생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 한 문장에서 세상이 존재하게 된 이유를 발견하게 되고, 어떤 사람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생각의 뒤안길로 집어던져 버리기도 합니다.



짧은 이 한 문장이 담고 있는 크고 많은 의미 가운데 너무나 멋진 의미 한 가지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이 일하시는 분이라는 진리입니다. 이 시선으로 성경을 보면 성경은 온통 일하시는 하나님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꾼 하나님" 누군가가 이 단어를 먼저 사용했는지 모르지만 "일꾼 하나님"이라는 짧은 두 단어로 만들어진 문장을 사랑합니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폴 스티븐스" 교수에게서 "일과 신앙"에 관한 수업을 들었습니다. "일의 신학"은 나의 지대한 관심사 중 하나였습니다. 늘 희미하게만 알고 있었던 부분이 선명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딘지 늘 가려웠던 부분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 후로도 나는 여전히 일과 신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일과 관련한 책을 탐독하고, 성경이 말하는 일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에 지금도 관심과 마음, 시간과 재정을 쏟고 있습니다. 그만큼 일이 우리 삶에 중요하며, 하나님께도 여전히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나에게 미그리스도인의 시선에서 본 "일"의 의미를 보여준 책이 나왔습니다. 옆 나라 일본의 에노모토 히데타케라는 작가가 쓴 "진정한 나의 일을 찾아서"입니다.









저자 에노모토 히데타케는 "일" 때문에 생긴 일종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인생을 쏟은 사람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어릴 때 "일" 하시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일"에 지쳐 곤죽으로 변해 집으로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일"에 대해 질문할 때면 불같이 화를 내시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일"에 대한 그의 생각은 경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른이 되고 일하기 시작하면서 일에 대한 그의 생각은 조금씩 동시에 매우 분명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에 대해 더 깊은 사유가 필요함을 직감한 저자는 미국 유학 길에 오릅니다. 그 시간을 통해 일에 대한 그만의 생각을 새롭게 정립하고, 그의 생각을 주변 사람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의 숙성 과정을 지나 탄생한 책이 [진정한 나의 일을 찾아서]입니다.




저자는 "천지창조"라는 단어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천직 창조"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습니다. 멋진 카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천직이란 말도 그렇고 그 천직을 창조한다는 개념까지 담아냈으니 꽤 근사한 조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크게 네 가지 틀에서 천직 창조에 관한 그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 안에는 일에 대한 많은 사람의 뿌리 깊은 오해를 반복해서 다루기도 합니다. 그만큼 일이 우리의 생각을 사로잡고 있으며, 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우리 마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1장은 삶의 목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라는 생각을 집중적으로 파헤칩니다. 물질의 시대에서는 돈이 일하는 이유가 될 수 있었지만 정신의 세계에 들어온 후로 더 이상 돈이 일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일이 곧 돈이라는 안경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일과 삶의 목적 사이에 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이 곧 삶의 목적이며, 삶의 목적이 곧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지점이 흥미로운 것은 삶의 목적을 일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주부가 가정에서 살림을 살고 아이를 돌보는 일과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일과 누군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손을 내미는 모든 것이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과 그 모든 행위가 삶의 목적으로 귀결되고 결국 멋진 일이 된다는 데에 있습니다.








2장에서 저자는 순수 의욕을 말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왜 직업으로 삼지 않는지 질문합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좀 더 어른스럽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걱정과 이유가 발목을 잡는 세상입니다. 순수 의욕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들러붙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순수 의욕이기 때문이죠.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만큼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순수 의욕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순수 의욕을 좇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쉽다는 뜻은 아니란 점도 놓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지 이해한다면, 순수 의욕을 좇는 일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 인내를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어려운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그 일 자체가 주는 기쁨,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3장에서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다룹니다. 어떻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점점 힘들어집니다. 무시할 수 있다고 해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저자는 천직을 창조하는 자기만의 지혜를 아낌없이 공유합니다. 생계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수입이 얼마인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살펴볼 것도 요구합니다. 천직을 위해 복수의 일을 하는 것도 주저하지 말자고 이야기합니다. 이미 하나의 직업만으로 살아가지 않는 세상입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천직을 찾기 위해 '택시 잡'(스쳐 지나가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그의 주장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열거하고, 잘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기록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그 일을 통해 조금씩이라도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면 천직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으니, 참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4장은 공명을 위한 행동입니다. 천직을 창조하려면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하는지 다룬 장입니다. 그는 먼저 어른이 척하는 대가가 무엇인지 정리합니다. 악마의 속사임(온갖 종류의 변명과 핑계, 발목을 잡는 생각)을 조심해자고 말합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심리적인 방법까지 제시합니다(의외로 간단하지만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순수 의욕을 말하며 그 부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야기합니다(이 부분을 그는 신의 역할이라고 부릅니다). 세상에 넘치는 공명을 주목하고, 공명을 지침 삼아 우선 행동으로 실천해 보자고 말합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모든 것이 어렵고 막힐 경우 "Give Up" 하자고 말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Give Up"은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하늘로 올려드리자는 뜻입니다. 통제권을 움켜쥐려 하지 말고, 하나님께 올려드리자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에서 저자는 자신의 주장과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줍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궁금할 경우 이 부분만 펼쳐 읽어도 전체 흐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책을 다 읽어야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시면 안 됩니다. 읽지 않으면 핵심을 짚어낼 수 없으니까요)



* 천직 창조의 4가지 안경


물질의 시대

정신의 시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자기 삶의 목적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것

일은 해야 하니까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자신을 맞춘다

자신에게 맞춘다

동시에 하나밖에 가질 수 없다

동시에 여러 개 가질 수 있다.



* 천직 창조의 4가지 스텝


스텝 1. 자신의 순수 의욕에 귀 기울이기

스텝 2. 발견한 순수 의욕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스텝 3. 그때 발생하는 공명을 알아차리기

스텝 4. 그 공명을 기반으로 실행하기







요즘 우리 사는 세상을 보면 일에 대한 오해가 너무나 뿌리 깊고 넓게 퍼진 것처럼 보입니다. 어떻게든 적게 일하고 많이 벌어서 좀 더 여가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 일은 가급적 적게 해야 한다는 생각. 일은 하지 않을 수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만연합니다.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태초부터 하나님은 일하셨습니다. 천지 창조라는 엄청난 일을 하셨고, 그것도 심혈을 기울이셨습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주를 운행하시고 통치하시고 다스리십니다. 사람과 함께 선을 이루는 일(진짜 이 말도 안 되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이루어 나가십니다.



사람은 일을 통해 하나님을 섬길 수 있고, 이웃을 섬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갑니다.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것과 최선을 다해 일하고 난 후 그 결과를 음미하는 것은 그야말로 천양지차입니다. 일하는 사람이 일의 즐거움, 성취감, 보람, 의미, 재미를 동시에 맛볼 수 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고 또 강조하듯 일을 통해 사람은 자신만의 삶의 목적을 이루어갈 수 있습니다. 사람은 일해야 합니다. 천직을 발견하거나, 창조하면서 일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사건이 아닐 수 없겠지요.



매일 일터로 나가는 발걸음이 가볍다면, 일을 통해 삶의 목적을 이루어 나간다면, 일을 통해 삶을 완성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섬기고, 우리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 삶이야말로 진심 아름다운 삶이며, 살아가야 할 삶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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