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배달룡 선생님 - 제2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작(저학년) 신나는 책읽기 61
박미경 지음, 윤담요 그림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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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슬프게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 이름을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죄송한 마음과 함께 참으로 존재감이 없으셨다는 생각이 교차합니다. 기억나는 것이라고 아침 조례 시간 교장 선생님의 지루하고도 긴 훈시(그때마다 픽픽 쓰러지는 학생은 덤입니다. 왜 그렇게 그땐 픽픽 쓰러지는 친구가 많았는지...), 교장실 앞을 지나갈 때마다 소리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전부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학부모가 되고 조그마한 대안학교에 보내면서 처음으로 교장선생님의 이름(성함)을 알게 되었으니 내가 불행한 것인지 그동안 내가 만난 교장선생님이 불행한 것인지 헷갈립니다. 아마도 교장 선생님 역시 자신이 이런 존재로 전락하는 것을 원하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 초, 중, 고를 막론하고 말이에요. 만약 이런 마음을 가진 교장 선생님이 계시다면, 교장 선생님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바꾸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교장 선생님이 있습니다. 바로 "배달룡 선생님"입니다.





배달룡 선생님으로 말하자면 사탕을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승부를 벌이고 평정하는 분이기도 하지요. 학생 수진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분식집을 방문하고, 자신을 희생하시는 분입니다. 친구에게 강압적으로 영어 숙제를 맡기는 아이를 보면서 자신이 그 숙제를 대신해주겠노라고 진심 가득 담아 이야기를 건네시는 교장선생님입니다.

가르치던 아이가 전학을 갈 때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아이의 앞길을 열어주시고, 돌아올 수 있는 공간까지 진심으로 마련해두겠노라 약속하는 교장선생님. 한 겨울 눈이 쌓이자 아이들과 진지하게 눈썰매를 타시고, 먼저 눈싸움을 걸어오시는 교장선생님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십니다. 300명 이상 아이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다고 자부하면서 151명 밖에 안 돼서 아쉽다고 말하는 교장선생님입니다.

어떠세요? 이런 교장 선생님이라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배달룡 교장선생님 같은 교장선생님과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으세요?




아들딸이 이런 교장선생님이 계신 학교에서 생활하면 좋겠습니다. 친구들과 우정을 쌓을 뿐 아니라 교장선생님과 떡볶이를 먹고, 딱지치기를 하고, 눈썰매를 타고 눈싸움까지 할 수 있는 곳에서 학교생활을 하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욕심이 생기더군요. 내가 이런 어른이 되면 어떨까? 아이들과 진지하게 딱지치기를 하고 눈썰매를 타고 눈싸움을 하고 분식을 즐기는 아빠. 이웃집 아저씨, 동네 어른이 되면 어떨까? 내가 살아가는 곳 한구석을 조금이라도 더 살맛 나는 곳으로 바꾸어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음....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갈수록 세상 살이가 힘들어진다는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힘겨운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마주하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 얻을까요? 엄마 아빠입니다. 이웃집 아저씨이고 동네 어른이 아닐까요? 내 마음을 이해해 주고 나와 시선을 맞추어 주는 어른이 있는 세상을 살아본 아이라면 이 세상 속에서도 삐뚤어지지 않을 겁니다. 사랑받는 존재라는 인식이 뚜렷하니까요. 언제든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아이일 테니까요.

떴다ㅣ 배달룡 선생님을 읽으며 우리 사는 세상이 더 좋아지길 꿈꾸어 봅니다.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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