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 재미와 역사가 동시에 잡히는 세계 속 일본 읽기, 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조재면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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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를 꿰뚫어 본 기분!

일본이란 나라의 속살을 파헤친 느낌!

미국에서 5년간 유학하면서 미국이란 나라의 이면을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종종 튀어나왔던 말이 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 도대체 왜 이래?"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그들의 문화를 경험하면서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흘러나왔던 탄식입니다. 징그러울 정도로 느린 행정,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인터넷 속도, 권위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강박관념, 매월 거액을 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경험할 때마다 참으로 희한한 나라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의 소비자 중심의 소비구조(물건 실컷 사용하고도 얼마든지 환불 가능한 정책은 지금도 신기합니다), 어린아이와 여자에게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배려와 친절,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카드 마일리지를 제공하는 배짱은 과연 천조국이다 싶을 정도로 고마운 혜택이기도 했습니다.


일본은 어떨까요? 나는 일본 땅을 몇 번 밟아보았습니다. 경유를 위한 여정으로 나리타 공항을 밟은 것을 포함한다면 말입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가까운 땅입니다. 맑은 날이면 부산 영도에서 대마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도 여러 번 대마도를 육안으로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나에게 너무나 먼 나라입니다. 이상하게 일본은 정이 안 갑니다. 축구 한일전이라면 무조건 이겨야 합니다. 다른 나라에 지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일본에 지면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WBC에서 일본을 이겼을 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은 거의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일본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지금 지구는 지구촌이라 불릴 만큼 가깝습니다. 비록 얄미운 일본이지만 일본을 이해하지 않고, 일본을 무시하고, 일본을 외면한 채 글로벌 한국으로 나갈 수는 없습니다. 정 안 가는 일본이지만 일본을 알아야 할 필요충분조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나에게 일본의 속살을 오롯이 맛보게 해 준 책이 나왔습니다.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입니다.



목차만 보아도 단박에 흥미를 일으키고 호기심을 잡아당깁니다. 특별히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던 제목만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부를 다 소개하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압박감 때문에, 흥미를 유발하려는 일종의 신비주의 전술도 한몫!!

Part 1. 법

입법부 - 일본 국회에는 좀비도 있고 소도 있다?

사법부 - 존속살인죄? 그런 거 없어요

교육권 - 교육은 사람의 영혼을 바꾸는 일! 교육 탄압에 맞서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 국회에는 진짜 좀비도 있고 소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전엔 전혀 몰랐던 일본의 문화였습니다. 게다가 존속살인죄도 없어졌습니다. 존속살인죄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으로 존속살인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먹으로 덧칠한 교과서가 있었다는 점과 일제 고사에 반발한 지식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일본이란 나라에 묘한 매력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쌤, 정신 차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Part 2. 정치, 경제

정치인 - 일본에서는 정치도 세습된다?

지방자치 - 지방 도시, 중앙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다?

사토리 세대 - 득도한 젊은이들 그리고 장기 불황

이건 진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엔 정치 세습이 있더군요. 단지 있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정치 세습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상상조차 못 할 일처럼 보입니다(박정희 - 박근혜 라인을 세습으로 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들 시선에선 이 문제가 더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가난한 지방자치를 이기기 위해 고향세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고향세를 내는 사람에게 지역 특산물을 선물로 주기도 하고, 심지어 아마존 기프티권까지 주는 지방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면서 지방 도시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있었습니다. 일본이란 나라 참 매력적입니다.

일본의 장기 불황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장기 불황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은 반강제적으로 득도(사토리)할 수밖에 없겠지요. 헬조선이라는 별명이 생긴 오늘의 대한민국을 사는 청년들 역시 어떤 면에선 득도(사토리)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내몰리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먼 나라지만 가까운 나라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청년들 때문에 더더욱... 일본이란 나라에서 우리의 얼굴을 보다니 묘한 감정입니다.




Part 3. 사회

사회보장제도 -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싶습니다

철도와 교통 - 철도의 나라에서 일어난 최악의 철도 탈선 사고?

소수자, 부라쿠 - 결혼하는데 커밍아웃을 해야 해?

고령화 - 죽을 때만큼은 마음대로 하게 해줘

가장 몰입도 있게 읽었던 파트입니다. 다 재밌고 흥미로웠습니다. 몰랐던 사실, 일본의 숨겨진 이면, 그들의 속내를 들여다본 기분을 느낀 부분이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이름을 가진 마을이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최저한도의 생활수준을 보장한다는 헌법에도 불구하고 600엔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 사소한 일로 그에게 지급되던 혜택이 사라져 버렸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한 사람 때문에 일본인의 인식과 사회제도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놀라운 사실도 엿보았습니다.

일본은 철도의 나라입니다(아직 한 번도 타보지 않았지만). 또한 일본은 정확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나라기도 하지요. 이 두 가지 일이 묘하게 겹치면서 최악의 철도 사고가 났다는 것이 참 역설적이었습니다.

사람에게 등급을 매긴 카스트 제도를 보면서 인도라는 나라가 참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하긴 우리나라에도 양반과 상놈이 있고, 백정이 있었으니 딱히 지적할 자격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카스트 제도에서 제일 밑바닥에 속하는 불가촉천민이 일본에도 있었습니다. '부라쿠'입니다. 이 문제가 아직도 그들의 내면에 깔려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았습니다.

일본의 고령화는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참 오래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죽을 때라도 마음대로 하게 해달라는 한 사람의 부르짖음이 온 일본 열도를 뒤흔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직시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도 그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습니다.


Part 4 문화

자연재해 - 쓰나미가 발생해도 가족을 찾지 말라니?

종교 - 인구보다 신자가 더 많다고?

오타쿠, 서브컬처 - '오타쿠'라는 말은 취향을 묻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쓰나미입니다. 후쿠오카 원전 사고와 함께 엄청난 피해를 입힌 쓰나미 때문인 것 같습니다. 쓰나미가 발생할 때 가족을 찾지 말라는 것은 무정해지라는 뜻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돌보고 각자도생의 길을 먼저 찾으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더 많이 살 수 있기 때문이더군요. 실제 쓰나미 사고가 있었을 때 놀라운 생존율이 이 명제를 증명했습니다. 재난을 당할 때 스스로를 살릴 수 있는 자세를 갖추는 것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제주도 지진을 경험하면서 우리도 지진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은 인구 수보다 종교수가 더 많은 나라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책에서 보니 더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그들의 문화이자 삶의 방식인 것 같습니다.

오타쿠, 한때 나쁜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덕업일치라는 말이 생길 정도이니 말 다 한 거겠지요. 실제 나의 처남도 어릴 때부터 취미로 했던 열대어 키우기가 지금은 꽤나 괜찮은 부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나의 아들이 좋아하는 유튜버 정브르나 다흑은 오타쿠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증명한 사람이라 해도 충분히 좋을 듯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본을 탐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본이란 나라의 겉모습뿐 아니라 속살을 몰래 들쳐본 기분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살았을 뿐 아니라 저자가 일본을 깊숙이 들여다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조금은 생경하고 조금은 이질적인 일본이지만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여전히 나에게 가깝고도 먼 일본이란 나라를 꼭 한 번 밟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일본에 대한 나쁜 감정의 출처가 어디인지(각종 미디어나 정치인의 술수에 놀아난 부분이 없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일본을 감정적으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객관화시켜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일본을 알아갔을 뿐 아니라 묘하게도 우리나라와 우리 문화를 더 많이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의 시선에서 볼 때 우리의 모습이 어떠할지, 우리가 가진 이상한 모습, 그들의 시선에서 볼 때 도무지 따라잡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타산지석이란 말처럼 일본을 보면서 우리를 더 많이 생각하고, 우리 문화의 아쉬운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인지할 때 더 나은 대한민국,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창의적인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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