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하는 청년 이성진은 헌병 출신입니다. 군에서부터 뜨개질을 했습니다. 어떤 시선을 받았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집돌이라 부르는 그는 바깥에서만큼이나 집안에서도 자유를 누린다고 합니다.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나, 큰 키나(헌병은 키가 큽니다), 섬세한 그의 모습(그의 글을 읽으면 이성진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은 나와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름의 공통분모(이건 다소 억지스럽긴 합니다)도 있습니다. 생각이 깊다는 부분입니다. 뜨개질 하는 청년의 철학 이야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은 책입니다. 책은 작고 가볍습니다. 두껍지 않습니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뜨개질과 철학이 어울리는 개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철학적입니다. 깊은 사유로 깨끗한 물을 길어올린 느낌입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무게감도 상당합니다. 처음에는 작가의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 그가 20대 젊은 청춘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활자를 읽을수록 저자를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누구의 시선이나 틀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오롯이 자신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깨끗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