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한껏 무용하게 - 뜨개질하는 남자의 오롯이 나답게 살기
이성진 지음 / 샘터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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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하는 남자... 매력 있지 않나요?

남자라고 뜨개질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상한 일인지 나의 주변에는 아직 뜨개질 하는 남자가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뜨개질은 여자가 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내 주변에 뜨개질을 하는 사람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여자였으니까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자 이성진도 그렇게 말합니다. 지하철에서 뜨개질 하는 남자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어린 남자를 보았다고 말입니다. 아마 나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산에 살 때 지하철 1호선에서 뜨개질 하는 성인 남자를 보았다면 생경한 풍경에 한동안 그 모습을 쳐다보았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쯤은 어디서라도 뜨개질하는 남자 청년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나의 익숙한 사고의 틀을 깨보고 싶기도 하고, 나 역시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어떤 일을 시도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에서...



뜨개질 하는 청년 이성진은 헌병 출신입니다. 군에서부터 뜨개질을 했습니다. 어떤 시선을 받았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집돌이라 부르는 그는 바깥에서만큼이나 집안에서도 자유를 누린다고 합니다. 뜨개질을 하는 모습이나, 큰 키나(헌병은 키가 큽니다), 섬세한 그의 모습(그의 글을 읽으면 이성진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은 나와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름의 공통분모(이건 다소 억지스럽긴 합니다)도 있습니다. 생각이 깊다는 부분입니다. 뜨개질 하는 청년의 철학 이야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은 책입니다. 책은 작고 가볍습니다. 두껍지 않습니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뜨개질과 철학이 어울리는 개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철학적입니다. 깊은 사유로 깨끗한 물을 길어올린 느낌입니다.

그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무게감도 상당합니다. 처음에는 작가의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 그가 20대 젊은 청춘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활자를 읽을수록 저자를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누구의 시선이나 틀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는,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오롯이 자신다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깨끗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고마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십 대를 살아가는 작가를 보면서 나의 이십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거든요. 나도 나름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나의 입으로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하기가 웃긴데 나름의 치열함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말도 안 되는 실력으로 밴드 보컬로 활동하며 노래하는 일에 몰입했으니까요. 이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웠습니다.

한 가지 더 고마운 것은 사유하는 삶, 나다운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입니다.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링컨이 말했다죠. 예리하고 시사하는 바가 풍성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말과 삶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


말이 쉽지 삶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이성진 작가를 읽으면서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할 뿐 아니라 생각과 생각을 담아내는 말과 말을 살아내는 삶에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나의 일터에서, 더불어 만나는 사람 속에서, 무엇보다 가정에서 얼굴과 말과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물꼬를 터주었습니다. 가볍지만 무거운, 고마우면서도 부끄럽게 만드는 멋진 책입니다. 찬바람이 이는 겨울 따뜻한 커피 한 잔, 분위기 있는 음악과 함께 곱씹으며 읽으면 좋을 책이라 생각합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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