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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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비결은 복수, 재료는 남편.

완벽하고 치명적인 레시피가 펼쳐진다."

치명적인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띠지의 글이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요리로 복수하는 이야기인가? 아내가 남편에게 은밀하게 치명적인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일까? 무슨 말을 하려는 책일까? 시대 배경은 언제일까? 등장인물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토론토스타 선정 올해의 책, 가장 기대되는 여성 소설, 아마존 인터내셔널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15개국 판권 판매, 출간 즉시 영화화 확정 등 주목할 수밖에 없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슈로 나의 관심과 호기심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많은 질문을 불러일으킨 소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입니다.




1950년대와 2010년대가 배경입니다. 장소는 같은 집, 같은 공간입니다. 1950년대 그 집에서 살아간 여성의 이야기와 2010년 후반에 그 집에서 살아간 여성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얽혀 있습니다. 다른 장면과 다른 시대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서로에게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살아간 아내이자 주부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 시대 여성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았는지, 아내이자 주부 여성으로서 어떤 사회 위치를 가지고 있었는지, 남편은 아내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우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세월이 훌쩍 지난 2010년 후반 미국을 살아가는 아내이자 주부 그리고 여성의 사회 위치를 보여줍니다. 남편은 아내를 어떻게 대하는지, 이 시대 여성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교차적으로 보여줍니다.

액면가 그대로 본다면 1950년대를 살아간 여성의 사회 위치가 지금보단 더 낮아 보입니다. 그 시대 미국 여성은 전업주부로 가정을 돌보고, 정원을 가꾸고, 손님을 맞이하고, 요리하고, 남편의 뒷바라지에 전념합니다. 이웃 사람과도 비교적 가깝게 지내며, 속내를 터놓기도 합니다. 2010년 후반을 살아가는 여성은 커리어 우먼으로 자신의 일을 사랑합니다. 어설프지만 요리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이웃 사람과도 교제하며 지냅니다.

또 다른 공통점은 '아기'입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여성은 아기를 낳는다는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1950년대 여성에게는 아기를 가지는 일에 크게 선택권이 없었다는 것과 2010년 후반을 사는 여성은 아기를 가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결정권이 있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은 자녀를 낳아야 할 특권과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라면 남자의 기대입니다. 아내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과 기대는 전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현재보다 과거엔 남자가 지나칠 정도로 가부장적이라는 것과 폭력을 행사한다는 점입니다.


소설이 말하려는 바는 분명해 보입니다. 여성의 위치입니다. 아내이자 주부, 여성으로서의 여성의 위치와 사회적 기대와 시선입니다. 남성이자 남편이 여성을 어떻게 대하는지, 여성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페미니즘으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야 하는지, 아내이자 주부 또 여성으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지금은 여성의 인권이 많이 신장되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남자보다 여자가 살기 좋은 곳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준이 무엇인지 애매하지만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여성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면에서는 확실히 남자보다 여성이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남자는 죽도록 일만 하고 돈만 벌어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여성은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고 친구와 느긋하게 차를 마시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이지만 여성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가지 증거라고도 삼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여성의 인권은 더 존중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아직 유리 천장에 금이 제대로 가지 않았다고 느끼는 영역은 얼마든지 존재하니까요. 무엇보다 직장에서 성폭력이나 추행, 차별의 문제는 명백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같은 조건에서 일을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봉급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각종 사회 지도자 계층엔 여전히 여성보다 남성이 더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성에 대한 사회 인식과 개인의 인식의 문제를 소설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는 주부, 아내, 여성의 이야기로 잘 풀어냈습니다. 남성으로서 여성이자 아내를 더 존중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여성의 위치에 대해 더 깊고 신중한 접근과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도 깨닫게 한 소설입니다. 여성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주부, 커리어 우먼, 아내, 이웃으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생명을 탄생한다는 점에서는 무엇보다 존중받아야 하겠지요. [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를 읽으며 제가 생각해 본 것들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바로 레시피입니다. 각 챕터를 시작할 때마다 첫 자리를 차지하는 요리 이름과 레시피는 독자에게 보너스처럼 다가옵니다. 나는 요리를 전혀 못하지만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해보고 싶은 욕구가 피어오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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