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번역 - 요리가 주는 영감에 관하여
도리스 되리 지음, 함미라 옮김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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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정성이 담긴 음식은 신비한 매력으로 가득합니다. 좋은 음식은 삶의 즐거움을 가져다 줍니다. 좋은 음식은 새로운 활력을 얻게 합니다. 좋은 음식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좋은 음식은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맑은 정신을 갖게 합니다. 좋은 음식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좋은 음식은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좋은 음식은 특별한 날에 더욱 특별함을 선물해 줍니다. 좋은 음식은 사람을 하나로 묶어 줍니다. 좋은 음식은 슬픔을 완화시켜 줍니다. 좋은 음식은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려버립니다. 좋은 음식은 웃음을 선물합니다. 무엇보다 맛과 정성이 가득한 음식은 엄마의 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모든 내용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 나왔습니다. 영화감독이자 작가이며 나의 시선에서 보기엔 훌륭한 요리사이자 소믈리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도리스 되리의 [미각의 번역]입니다.







[미각의 번역]은 영화 감독이자 작가 도리스 되리가 풀어낸 48가지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작가가 영화 감독이면서 동시에 작가라는 점이 불편합니다. 영화 감독은 아무나 덤벼들 수 있는 직업이 아닙니다. 천부적인 감각에다 재능, 전체를 아우르는 마에스트로 같은 지휘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작가도 다르지 않습니다. 근래에 일인 출판사가 많이 생기고, 자비량 출판이 대세를 이루면서 쏟아지듯 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작가가 되기 비교적 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 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사서 읽을 만한 책을 저술하는 작가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자비량 출판이 아니라 출판사에서 출판한다면 조건은 더 까다로워집니다. 이에 더하여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할만한 책을 저술한다는 조건까지 따라붙으면 조금 과장해서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어려운 일이 틀림없습니다. 도리스 되리는 이 둘을 해낸 사람입니다. 시작부터 "이건 좀 불공평하지 않아?"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라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던 책입니다.


[미각의 번역]이란 제목을 보면서 음식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맞습니다. 도리스 되리가 사랑한 48가지 음식이야기입니다. 알고 보니 도리스 되리는 영화 감독이자 작가이며 훌륭한 요리사에다가 소믈리에(프랑스어로 소믈리에의 뜻은 음식감별사입니다)입니다.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의 질투와 고마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도리스 되리는 자신의 추억이 담긴 음식에서부터 해외에 살면서 경험한 다양한 음식문화와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찰지게 들려줍니다. 찰지다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 글솜씨가 좋습니다. 아마도 번역하신 함미라씨의 각고의 노력도 더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번역은 반역이다"라는 말을 생각해보면 글에 담김 맛과 멋을 담아내기 위해 함미라씨가 얼마나 노력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음식에 열광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어릴 땐 " 한끼만 먹고 하루를 살 수 있다면 좋겠다, 한끼만 먹고 한달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했을 정도라면 충분한 설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은 생각이 변했습니다. 좋은 음식은 추억을 제공할 뿐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고, 감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굶어보면서(마지못한 금식이 주였지만)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음식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며 좋은 관계를 맺도록 이끌어 주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도리스 되리의 글을 맛보면서 그녀가 소개하는 낯선 음식의 외모라도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책 맛보기를 중단하고 종종 인터넷에서 작가가 소개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찾아가며 글을 읽고 맛보았습니다. 때론 맛을 상상하며 읽기도 했고, 가족과 함께 저 음식은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읽을 때도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침이 고이고, 무언가를 섭취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작가의 글솜씨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미각의 번역을 음미하듯 읽으면서 섬광처럼 스쳐간 생각이 있습니다. 모순 그 자체이자 이율배반적인 생각입니다. "음식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조건 읽어보셔야 할 책"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음식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절대로 읽지 말아야 할 책"이란 생각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도리스 되리가 소개하는 음식의 이름과 맛과 질감을 생각하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이 될 테니까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리스트에 명단을 올릴 이름이 있을 테니까요. 모순으로 보이지만 나는 이 사실만으로 충분히 읽어야 할 이유이자, 절대 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먹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테니까.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행복할 테니까.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반대로 지금 당장 먹지 못해 다른 음식으로 대체할 테니까. 어쩌면 식비가 솟구칠 수도 있을 테니까. 다이어트에 또 다시 실패할 테니까...


여기서 나의 의견을 살짝 얹는다면 사서 읽어보시길, 읽어보시면서 맛보아야 할 음식 명단에 리스트를 올리시길,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지금처럼 퍽퍽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최소한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음식을 즐기시는 분, 음식을 사랑하시는 분, 음식 만들기를 즐기시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탁의 교제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미각의번역]은 필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마음, 맛있는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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