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의 번역을 음미하듯 읽으면서 섬광처럼 스쳐간 생각이 있습니다. 모순 그 자체이자 이율배반적인 생각입니다. "음식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무조건 읽어보셔야 할 책"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음식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절대로 읽지 말아야 할 책"이란 생각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도리스 되리가 소개하는 음식의 이름과 맛과 질감을 생각하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이 될 테니까요.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리스트에 명단을 올릴 이름이 있을 테니까요. 모순으로 보이지만 나는 이 사실만으로 충분히 읽어야 할 이유이자, 절대 읽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먹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테니까.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행복할 테니까.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반대로 지금 당장 먹지 못해 다른 음식으로 대체할 테니까. 어쩌면 식비가 솟구칠 수도 있을 테니까. 다이어트에 또 다시 실패할 테니까...
여기서 나의 의견을 살짝 얹는다면 사서 읽어보시길, 읽어보시면서 맛보아야 할 음식 명단에 리스트를 올리시길, 적당한 때가 되었을 때 맛보시길 추천합니다. 지금처럼 퍽퍽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최소한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음식을 즐기시는 분, 음식을 사랑하시는 분, 음식 만들기를 즐기시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탁의 교제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미각의번역]은 필독서가 될 것 같습니다. 즐거운 마음, 맛있는 마음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