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영어구문 잉글맵 : 기본편 (한국, 미국, 중국, 일본 특허등록) 보이는 영어구문 잉글맵
고광철 지음, 김두식 감수 / 제네시스에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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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입학한 후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0년 이상 영어를 공부합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개인 과외를 받기도 하고 학원에 등록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영어를 접하고 공부하는 시기가 훨씬 앞당겨졌다는 사실입니다. 유치원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있습니다. 꼭 영어 유치원이 아니어도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에 영어 알파벳은 알고 가야 한다고 난리도 아닌 세상입니다. 우리나라 말과 글을 배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의 나라 언어인 영어를 배웁니다.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 영어를 공부하는데도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자신감은 멀리멀리 달아납니다. 간단한 인사말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알아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가 기억납니다. 아내랑 자신 있게 맥도날드에 갔습니다. 들어선 순간 잘못 왔다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그 맥도날드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이 식사하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식사하던 모든 사람이 흑인이었습니다. 흑인 사이에 조그만 동양인 부부가 들어갔으니 모든 사람의 시선이 오롯이 저희에게로 쏠렸습니다. 차례를 기다리며 주문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미국에서는 'Set'가 아니라 'Combo'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내 앞에서 당당하게 주문을 시작했습니다.

"I want to number 1 combo with coke, my wife wants number 3 combo with sprite"

주문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느닷없이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흑인 특유의 슬랭으로 쏟아낸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식사로 먹을 것이냐는 말이었습니다. 종종 미국 맥도날드에서 'meal'로 먹으면 soup와 다른 샐러드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진땀을 흘리며 주문을 끝냈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무지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아내에게 집에 가서 먹자고 말했습니다. "I wanna take out!" 그러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는 밑도 끝도 없는 단어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For here or to go?' 일평생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여기서 먹을 거예요? 아니면 가지고 가실 거예요?라는 말입니다. 주어도 없는 저 말을 나는 평생 처음 들었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몸짓을 쏟아내며 겨우 집으로 가져와서 먹었습니다. 기록하고 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이외에도 영어에 얽힌 에피소드는 다 기록할 수가 없을 정도로 넘쳐납니다. "아... 부끄럽다"


나의 영어의 민낯을 공개한 이유는 이런 나에게 도움을 준 책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구조적으로 보게 하는 책 [보이는 영어 구문 잉글맵]입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 책은 기본 편과 고급 편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기본 편은 마디 훈련이, 고급 편에서는 매듭과 꼬리표 훈련이 중심입니다. 기본 편에서는 영어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구문을 자세히 뜯어가며 설명해 줍니다. 문장 전체 구조를 들여다보게 하고 이해하게 합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영어를 보다 쉽게 이해하게 한다고 하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적당한 예가 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칠판에 쓰셨던 문장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을 떠올랐습니다. 문장을 어디까지 끊어서 쓰고 읽고 들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문장이지요.

1.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2.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조사를 생각하면 2번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가 맞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말로 정확하게 바꾼다면 "아버지께서 방에 들어가신다"라고 해야 옳다고 생각하거든요. ^^;;

책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무척이나 친절하다는 겁니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고, 각양 도형, 도식, 그림을 사용해서 문장 전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저는 과외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친절한 과외 선생님이라면 이렇게 가르쳐 주시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책이었습니다.

고급 편은 매듭, 꼬리표 훈련입니다. 'that' 'whose' 'wh로 시작하는 관계사'라는 매듭, 꼬리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진짜 너무너무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늘 낯설고 정이 가지 않았던 영어를 익숙하게 또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고급 편에서 나의 눈에 쏙 들어왔던 부분은 찰리 채플린의 연설입니다(234-235p). 탁월한 연설이라면 늘 그렇듯 문장이 간결합니다.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이 운율을 이루고 있습니다. 상아탑에 갇힌 단어나 문장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주를 이룹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보이는 영어 구문 잉글맵을 전체적으로 복습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 특유의 몸짓을 생각하면서 문장을 읽는 재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뭐랄까 우리나라 영어 교육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요? 장점이자 단점처럼 보이는(그래도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습니다) 부분입니다. 영어를 문화로 보고나 생활로 접근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맞게 영어를 문법, 구문, 독해의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당장에 영어 시험을 눈앞에 둔 학생, 영어 성적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생이라면 영어를 생활이나 문화로 접근하기보단 아무래도 성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수험생을 정확하게 타게팅 한 전략이 탁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반복해서 읽고 공부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마도 영어를 보는 눈이 깊어질 뿐 아니라 달라질 겁니다. 분명히 이 책을 보기 전보단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예요.

나에게 좋았던 점은 영어를 읽고 들을 때 구문을 따라 읽고 들으면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해 준 점입니다. 저자 고광철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저에게 영어라는 숲에서 종종 길을 잃던 저에게 길을 보여주신 일타 강사님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덤이었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참, 저자 고광철 선생님께서 친필 사인까지 해서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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