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열어보지 마] 시리즈를 통해 작가 샤를로테 하버작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소포를 받았는데, 열어보지 말라고 쓰여 있다면 누군들 열어보고야 말 테니까요. 소포를 열면 일종의 재앙이 닥칩니다. 슬라이미 때는 끈적끈적한 비가 내렸고, 아이시 때는 눈보라가 몰아쳤습니다. 이번 시리즈 뱀파이어 아냐 때는 칠흑 같은 어둠이 마을 전체를 덮어버립니다. 대낮에도 캄캄한 세상이 되었으니 마을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은 이내 평정심을 찾고 일상을 이어갑니다. 150년 동안 이어져 왔던 마을 학교 축제도 대로 진행합니다. 여전히 세상은 어두컴컴하지만 마을 사람은 일상의 삶을 살아간다는 설정이 독특할 뿐 아니라 흥미롭습니다. 세상엔 언제나 어려움이 있지만 그 속에서도 적응하며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 같아 힘이 불끈 솟아올랐습니다. 코로나로 어두컴컴한 시대입니다. 나라에 따라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하는 곳도 있겠지요. 이런 낯선 세상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지켜나가야 할 전통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지켜나가자는 메시지로 읽었습니다.
주인공 네모, 프레드, 오다는 이 사건 역시 소포를 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문제를 찾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프레드는 뱀파이어 아냐를 만나고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친근하게 대하고, 아냐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경계하고 두려워하고 밀어내기 바쁜 어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처럼 반목과 분리 갈등과 분쟁이 심한 세상에서 프레드처럼 나와 다른 사람에게도 손을 내밀고,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모와 프레드, 오다는 뱀파이어 아냐를 원래 모습을 돌려보내고, 마을을 둘러싼 어둠을 걷어치웁니다. 그 과정 속에서 세 친구는 함께 모험합니다. 어려움을 함께 맞섭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업합니다. 모든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네모와 오다는 프레드가 아냐에게 물렸다고 생각합니다. 오해 때문에 서로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친구는 프레드에게 물리기를 선택합니다. 자신도 프레드처럼 뱀파이어가 되어 프레드와 영원히 친구로 남는 길을 선택합니다. 아, 오해는 금물입니다. 프레드는 뱀파이어가 아니니까요. 친구를 향한 아이들의 마음, 우정을 위해 자신의 운명까지도 포기하려는 마음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지 세 친구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가득합니다. 모험하고 도전하기를 즐거워합니다. 부모가 막아서고, 부모가 모든 것을 대신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려움에 맞서고, 때로는 모험하고 도전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와 우정을 키워가고 인간미 물씬 풍기는 사람으로 자라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자 역할일 테니까요.
[절대 열어보지 마 - 뱀파이어 아냐] 모험하고 도전하는 자녀, 친구와의 우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녀,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른 채 하는 자녀,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녀로 길러가고 싶은 부모님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어른이 읽어도 재밌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