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무 선생은 [벌거벗은 미술관]에서 미술 속 반전 이야기를 크게 네 가지 틀에서 풀어갑니다. 첫 번째 주제는 고전은 없다입니다. 미술이라나는 말만 들어도 떠올리는 고전미술은 사실 짝퉁이라는 사실을 들려줍니다. 나에게도 이 부분이 충격이었습니다. 고전미술의 실체가 짝퉁이었다는 것. 미술이 잘못된 사상과 가치를 종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가감 없이 밝혀 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늘 보았던 미술 작품은 절대다수가 유럽에 속한 작가의 작품이며, 그들이 더 뛰어난 사람인 것을 은근히 주입하는 미술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술사에 이런 비밀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 나처럼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충격을 안겨줄 뿐 아니라 상당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챕터입니다.
두 번째 주제는 문명의 표정입니다. 그러고 보니 미술 작품에서 활짝 웃는 그림이나 조각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만큼 미소 짓는 생명체가 없는데 왜 그렇게 미술에서는 웃음에 야박한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양정무 선생은 그 이유를 미술사 이면에 있는 시대적 배경으로 정리해 줍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삶이 쉽고 평안했던 때보다 무겁고 힘겨웠던 때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인간의 내면을 담아내고, 시대를 보여주는 예술로서의 미술에서 활짝 웃는 표정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양정무 선생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나 혼자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 주제는 반전의 박물관으로 박물관의 역사를 세밀하게 다룬 챕터입니다. 고전을 소유하고 지키고 있다는 것이 유럽의 정신적 뿌리를 누가 차지하는 가로 연결됩니다. 고전의 소유가 유럽 전역에서 권위를 발휘할 정통성 문제와 직결된다고 하면 고전을 소유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이 가는 곳마다 예술 작품을 약탈한 이유이며, 지금도 프랑스와 영국이 약탈한 예술작품(고전)을 반환하지 않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열정으로 인해 예술작품이 잘 보전되었으며, 인류가 쉽게 감상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해 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박물관에 이런 숨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 영화관보다 박물관의 수가 거의 3배에 이른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려주었습니다. 박물관이 그만큼 중요하며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뜻으로 나는 이해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미술과 팬데믹입니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고 있습니다. 팬데믹은 우리만 경험한 것이 아닙니다. 흑사병과 스페인 독감은 무시무시한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팬데믹을 경험하면서도 인류는 그 안에서 예술을 꽃피웠습니다. 양정무 선생은 자가격리가 낳은 문학 데카메론, 흑사병으로 인기가 치솟은 성 세바스티아누스, 재난이 만들어 낸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을 쉽고 깊게 설명하면서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미술이 오히려 깊어지고 넓어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가 생각해야 하고, 또 걸어가야 할 삶의 방향성을 미술이 보여준다는 것을 넌지시 들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