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2018년 포르투갈 리스본 땅을 밟았습니다. 대학생 몇몇을 데리고 떠난 비전트립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선교사역을 하고 계신 선교사님을 만나 싸네르카 장로교회에서 집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여러 가지 준비해 갔지만 모두 허사였습니다. 허탈했습니다. 말이 한마디도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손이 빠른 아이들은 처음부터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내려놓으니 편했습니다.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그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도착한 다음 날에는 리스본 거리를 누비는 호사도 맛보았습니다. 구 도심을 걷는 기분은 그야말로 상쾌했습니다. 리스본이라는 도시 자체가 지나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들만의 색깔과 문양까지도 마음을 흔들어 놓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밤에 다시 찾은 도시는 낮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하긴 우리가 찾은 곳은 노숙자, 마약중독자, 매춘부였습니다. 그들에게 빵과 음료, 과일을 담은 봉지를 건네주었습니다. 어슬픈 노래를 불러드리며 나의 하나님께 손을 모아 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선교사님께서 특별히 주의를 요하신 곳도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우범지역. 아무나 쉽게 갈 수 없는 곳, 어쩌면 리스본의 가장 은밀한 곳까지 들어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에이즈 환자이자 마약 중독자인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 음식이 담긴 봉지를 건네주었습니다. 포르투갈 리스본은 나에게 특별한 장소로 다가왔습니다.
2019년 여름 또 다시 대학생과 장로님과 집사님 한 분 총 9명이 다시 리스본 땅을 밟았습니다. 여전히 싸네르카 장로교회 아이들은 통제 바깥이었습니다. 18년에 만났던 아이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었습니다. 19년에는 18년보다 더 재밌게 놀았습니다. 어차피 통제가 안 될 아이들이니 풀어놓았습니다. 싸들고간 선물 꾸러미도 알아서 가져가게 했습니다. 저마다 양 손 가득 무언가를 집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으로도 참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