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웠습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십대 청소년이 있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속세에 해탈한 분으로 보였습니다. 아마도 내가 초등학생 아들딸을 기르기 때문에 더욱 크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해탈의 경지에 오르지 않고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신 분으로 보입니다. 자녀에게 너만의 길을 걸을 수 있다고, 그 길을 걸어가라고 등을 떠미는 부모라니... 천년기념물로 보입니다.
용장 아래 약졸없다는 말처럼 그 부모 아래서 자란 서와는 참 대단한 행보를 보여줍니다. 홈스쿨링을 시작한 이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법을 찾아냅니다. 서와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이곳저곳을 그간 가보지 않았던 곳을 걸으며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보고 자신의 삶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10 후반에 들어서는 '공감유랑'이란 이름의 버스를 타고 300일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습니다. 3명의 선생님과 18명의 학생으로 조직된 공동체입니다. 300일이란 긴 시간동안 숙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없이, 가는 곳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돈을 벌고, 숙식을 해결하면서 다녔습니다. 때로는 공연을 준비해서 여비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논어를 배우고 고추장을 만들고 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탐색해 나가더군요. 십대 후반에 말이에요.
20대가 되어서는 모든 순례자의 꿈의 장소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산티아고 800킬로를 걷는 여정에 올랐습니다(저자 서와는 여기서 조금 더 보태 대략 900킬로를 걷습니다). 이 길고 긴 시간을 홀로 걸으며 자신의 삶을 탐색하고 자신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순례길에서 만나는 사람과 서로를 격려하는 법을 배우고, 음식을 해먹고, 도움을 주고 받으며 대장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산티아고를 걷는다고 해서 갑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아닐테지만 그 시간동안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삶의 방향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는 것만으로도 이전보다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산티아고를 걸으며 짐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서와는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작은 가방이라도 길고 긴 순례길에 거추장스럽고, 무거웠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짐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자신의 짐을 가볍게 했습니다. 달팽이처럼 자신이 지고 갈만한 짐만 소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깨달음을 20대 중반에도 이르지 않은 청년이 얻었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결국 서와는 낭만 쫌 아는 농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농촌으로 들어가 농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것에서 정직하게 수고하고 땀 흘리며 농사를 짓고 열매를 거두고 있습니다. 정성껏 기른 작물을 팔면서 생계를 이어가더군요. 영농협동조합을 만들고, 주변 어르신과 이웃을 위한 음악회를 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강차를 만들어 수익을 올리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