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처럼 생각하기 - 목적 있는 삶을 위한 11가지 기술
제이 셰티 지음, 이지연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식당을 만나면 반갑습니다. 자주 찾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를 즐기기도 합니다. 특별한 날에 찾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더욱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은 알아갈수록 더 깊은 멋과 향을 느끼게 해줍니다. 자연스럽게 오래도록 알아가고 싶습니다. 그(그녀)와 더 깊이 교제하고 더 친밀한 사귐을 갖고 싶습니다. 세상과 사람과 자연과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면서 나도 좋은 사람으로 변해가길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좋은 책을 만나면 좋은 식당과 좋은 사람을 동시에 만난 것 같습니다. 곁에 두고 반복해서 꺼내보게 됩니다. 마음에 콕 박힌 문장이나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을 보면 따라 써보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을 어떻게 저런 단어로 표현했는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안타깝게도 좋은 책의 저자를 만날 수 없는 경우가 절대다수입니다. 고전이라면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습니다. 아직 살아 있는 저자라 하더라도 만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깊이 읽고, 자주 읽고, 생각하며 읽고, 질문하며 읽다보면 책에서 저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질문하고 저자의 호흡과 숨결을 따라 읽으며 그의 친절하고 예리한 대답을 듣습니다. 반복해서 읽고 읽다보면 어느새 저자와 친구가 된 것 같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자를 좋아하게 되고 심지어 일면식도 없는 저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저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어 마치 그가 오래도록 사귀어 온 좋은 친구로 여깁니다.

제이 셰티의 [수도자처럼 생각하기 - Think Like a Monk]가 나에게 그런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곁에 두고 곱씹어 가며 읽고 싶은 책입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어떻게 이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 제이 셰티에게 질문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의 호흡과 시선을 따라가며 책 속에서 친절하고도 쾌활한 그의 대답을 듣게 되었습니다. 더 자주 펼치게 만드는 맛집과 책입니다. 더 자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좋은 사람, 좋은 친구로 다가온 책입니다.




제이 셰티는 삶에 큰 관심을 쏟습니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깊은 통찰을 유쾌하고도 명료한 언어로 담아 냈습니다. 아마도 오랜 강연과 깊은 사유를 통해 저술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곁으로 찾아온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때로는 놓아주어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2. 오직 당신 안에서 시작될 때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3. 당신이 나눌수록 주변이 아름다움과 의미로 채워진다.

커다란 세 개의 구조 아래 총 11가지 목적 있는 삶을 위한 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나의 언어로 바꾸자면 의미와 재미로 가득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11가지 삶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미와 재미로 가득한 삶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요. 탁월한 길잡이와 같은 제이 셰티의 안내를 따라 책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이 선명해 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개가 걷힌다고 표현하면 적합할 것 같습니다.

1장에서 제이 셰티는 정체성, 부정적인 생각, 두려움, 의도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2장에서는 목적, 루틴, 마음, 자존심을 상세하게 다룹니다. 3장에서 제이 셰티는 감사, 관계, 봉사라는 매우 구체적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주제를 폭넓고도 깊게 다룹니다. 그가 제시한 의미와 재미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11가지 삶의 기술은 그가 수도원에서 배우고 명상하면서 배운 삶의 지혜입니다. 상아탑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익히며, 고승의 가르침을 받으며 동료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배운 삶의 지혜입니다.

나는 특별히 2장과 3장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제이 셰티의 놀라운 통찰에 무릎을 치며 읽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많이 놀랐습니다. 나는 목사입니다. 성경을 읽고, 예수의 가르침을 곱씹고, 그것을 현대적인 언어로 바꾸어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누고 전하고 가르치고 선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 예수께서 가르치신 말씀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을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일전 [오래된 질문]이란 책을 읽으며 불교에서 가르치는 내용 중 상당한 부분이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수도자처럼 생각하기]를 읽으면서는 그 놀라움이 몇 배는 더 증폭되었습니다.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삶에 지대한 관심이 있습니다. 특별히 지금 여기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라는 문제를 아주 중요하게 다룹니다. 게다가 성경과 예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어마어마한 무게를 둡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나 "황금률"이 가장 대표적인 말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려진 말씀 외에도 이웃 사랑이 기독교의 가장 핵심 가치입니다.

[수도자처럼 생각하기]에서 제이 셰티가 이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먼저 자신을 바르게 알고 사랑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기독교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말은 자신을 바르게 사랑한 후에 이웃을 사랑하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나의 마음에 쏙 들어온 "다르마"라는 부분은 기독교에서 힘주어 가르치는 "소명"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장소와 시간 역시 오늘 지금 여기 이곳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정신과 일치합니다. 자존심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자신감을 길러가야 하는 것도 다르지 않습니다. 3장에서 다루는 감사, 관계, 봉사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예수는 자신의 사명을 "섬김"이라고 천명했습니다(마가복음 10:45). 셰티는 봉사야 말로 가장 숭고한 가치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나 닮을 수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책에는 주옥과 같은 문장이 가득합니다. 고맙게도 편집하시는 분께서 볼드체(굵은 글씨)로 눈에 확 띄게 편집해 주어서 더 몰입하고 집중해서 그리고 한 번 더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던 문장, 나의 마음에 잘 박힌 못처럼 콕 박힌 문장을 골라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진짜' 내 삶을 살려고 노력하다 보면, 일부 인간관계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 그 사람들을 잃는 게 감수할 만한 위험이기는 하지만, 그들을 계속 내 삶에 남겨둘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충분히 노력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37쪽.

주변 세상의 온갖 의견, 기대, 의무를 차단하고 나면

그제야 나 자신이 들리기 시작한다. 45쪽

나와 다른 병이 있다고 남을 비난하지 마라.

누구도 완벽하기를 기대하지 마라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0쪽

열정 + 전문성 + 유용성 = 다르마 173쪽

내가 과정을 즐겼는가? 201쪽

당신이 아침에 일어날 때 느끼는 감정은 전날 잠이 들 때

느꼈던 감정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224쪽

늘 가던 길을 걸으며 새로운 돌을 찾는 것은

마음을 여는 일이다. 228쪽

"현재에 집중하는 것은 진정으로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234쪽

장소에는 에너지가 있고, 시간에는 기억이 있다.

어떤 일을 매일 같은 시간에 하면,

그 일이 더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어떤 일을 매일 같은 장소에서 하면,

그 일이 더 쉽고 자연스러워진다. 239쪽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과 똑같은 사랑과 존경으로

스스로를 대하라. 275쪽

오직 초연해질 때 우리는 진정으로 마음을 제어할 수 있다. 278쪽

'왜 우리는 참사가 일어나야만 힘을 합칠 수 있는가?' 298쪽

스스로 자존심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

삶이 대신 그 자존심을 깨줄 것이다. 305쪽

당신은 당신의 성공도, 실패도 아니다. 326쪽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다른 감정은 밀고 들어오지 못한다. 343쪽

오래된 것에서 새로움을 찾아라.

시간을 함께 보낼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함께 봉사활동을 하라.

함께 명상하라.

이 관계를 통해 두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함께 떠올려보라. 406-407쪽

모든 인간관계에는 내가 기대하는 기쁨의 수준과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고통의 수준을 설정할 기회가 있다. 408쪽

내 성장에 투자하라. 관계 속에서 나를 상실했다면,

이별 속에서 나를 찾아내라. 411쪽

가장 고귀한 목적은 봉사하는 삶이다. 417쪽

이타심은 자아를 치유한다. 417쪽

우리는 사용한 장소를 처음보다 더 깨끗하게 남기려고 한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나를 만나기 전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려고 한다. 내가 사는 세상을 내가 있기 전보다 더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418쪽.

(이 문장을 다른 컬러로 표현한 것은

이 문장이 나의 마음에 가장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평소 내가 생각하던 삶의 방향과 가치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문장이기 때문입니다.)

봉사는 의미 있는 삶으로 가는 직통 코스다. 437쪽


책을 읽으면서 갈수록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비교적 두꺼운 책이라 한 번에 읽기 어려웠습니다. 질문하며 생각하며 꼽씹어 가며 읽어야 했기에 빠르게 읽지 못했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기가 아쉬울 때도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더 읽어야겠다. 곱씹으며 읽어야겠다. 제이 셰티가 제시하는 방법을 연습하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내가 제이 셰티를 만나는 날은 오지 않겠지만 책을 통해 그와 더 깊은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싶은 욕망이 피어올랐습니다.

굳이 코로나가 아니어도 우리네 삶은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가 겹치고 덮치면서 조금 더 복잡해졌습니다. 동시에 코로나가 가져다준 밝은 면도 있습니다. 삶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든, 코로나 이후의 삶을 살아가든 우리는 살아갈 것입니다. 반복해서 여러 번 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삶을, 오늘을 살아갈 것입니다. 언젠가 이 땅을 떠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을 의미와 재미로 충만하게 살아야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제이 셰티가 말한 것처럼 무엇보다 누구보다 내가 사랑하는 예수, 내가 따르는 예수, 내가 닮아가고 싶은 예수께서 말씀으로 가르쳤을 뿐 아니라 살아내신 것처럼 나는 "사용한 장소를 처음보다 더 깨끗하게 남기고 싶습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을 나를 만나기 전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내가 있기 전보다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후회를 줄여나갈 뿐 아니라 의미와 재미가 날마다 풍성해지는 삶을 원하신다면 제이 셰티의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삶을 살아갈 뿐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길 원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을 정독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에 더하여 예수께서 가르치신 산상수훈의 말씀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마하트마 간디는 예수의 산상수훈을 늘 가슴에 품고 다녔다고 하니, 예수 믿지 않으시는 분들이라도 예수의 산상수훈은 한 번쯤 정독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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