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쉐도잉 - 속독은 기본, 속청, 속화를 한 번에, 진짜 영어 뇌혁명이 시작된다!
박세호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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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가깝고도 먼나라' 라는 말과 딱 어울리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어'입니다. 영어는 어지간해선 친해지기 어려운 언어입니다. 심지어 나는 미국에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미국에 가기 전 유학을 준비할 때 아내가 물었습니다. "영어 공부하고 가야하는 것 아니에요?" 그때 난 호기롭게 대답했습니다. "여기서 해봐야 별 의미가 없어 미국 가서 부딪히면 돼" 미국 땅에 도착하자마자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서 영어 공부 최소한은 하고 와야 한다는 것을... 공항을 통과할 때부터 굉장히 곤혹스러웠습니다 .미국 대사관에서 글쎄 아내 여권에 F1 비자를 찍어놓은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학생 비자가 F1이고 동반자는 F2입니다). 나의 불찰도 있었지만 명백하게 미대사관의 실수입니다. 그러나 미국 입국 때부터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끌려가 4시간 정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ESL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그때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공부는 하고 왔어야 했다는 것을 말입니다. 석사 과정에 들어가서는 진심 피를 말렸습니다. 수업을 들어도 다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영어 잘하는 동료에게 수업 후에 따로 질문하고 핵심을 간추려 들었습니다. 매 수업마다 필수로 해야 하는 Presentation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았습니다. 석사수준의 발표를 해야만 했습니다. 교수를 비롯한 다른 학생에게 통찰을 제공해야만 했습니다. 언어가 서툴렀던 나는 시쳇말로 피똥을 쌀 수밖에 없었습니다. 석사과정 마지막에 이르렀을 땐 3일 연속 잠을 자지 않았던, 정확하게 말하면 잠을 자지 못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돈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 시간을 낭비할 수도 없었던 나는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궁지에 몰리면 별별 짓을 다하게 된다는 것을 그때 나는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이 책을 집어든 순간 그때의 아찔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책 표지 앞머리를 자신만만하게 꿰찬 문구가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속독은 기본, 속청, 속화를 한 번에, 진짜 영어 뇌혁명이 시작된다!" 자신 없다면 도무지 쓸 수 없는 문구를 책머리에 활자로 박아놓았습니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띠지에 있는 문장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삼수생이 미 명문대 뇌과학도가 되기까지 뇌과학적으로 플어낸 초단기 영어엔진 완성법. 한국인이 영어 잘하는 법은 애초에 따로 있었다."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은 이야기니까 일단 들어볼 필요가 있겠다 싶습니다.

저자 박세호는 영어를 정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쉐도잉에 메타 인지를 접목했습니다. 쉐도잉은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따라하는 것을 뜻합니다. 복서들도 쉐도잉을 하죠. 언어도 쉐도잉을 통해 배웁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끊임없이 쉐도잉을 하면서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자는 거기에 완전학습의 개념을 가진 메타인지를 더해 메타쉐도잉이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박세호는 영어에서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세 가지 장벽이 강세와 연음과 연관언어라고 정의합니다. 영어가 잘 들리지 않거나(강세와 연음), 들어도 내가 생각했던 표현과 다르다고 느끼는 이유(연관언어)입니다. 실제 리서치 페이퍼를 제출한 후에 교수님이 따로 부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제출한 문장에 빨간색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쳐놓은 후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이런이런 뜻이라고 전달해드리니 영어에서는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종종 이런 경험을 하면서 영어는 영어적 표현으로 말하고 활자화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나의 모국어 한국말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예를 들어 "옷 벗지마" 라는 말은 "계속 입고 있어" 라는 식으로, "잘생겼다"는 말은 "핫"하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박세호는 성인이 영어를 빠르게 배우기 위해서는 자막을 사용해 크게 말하고 빠르게 말하기를 연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말한 것은 무조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원어민보다 더 빨리 말하는 연습을 통해(정확한 발음과 문장으로) 듣기와 말하기 실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고속도로 씽씽 달리다 국도로 들어오면 모든 것이 느릿하게 보이는 것처럼 최대한 빠르게 말하기를 연습하면 원어민의 모든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평소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영어는 문장 단위로 학습하라"는 저자의 주장입니다. 나의 아들과 딸은 한국에 돌아온 이후 영어를 빛의 속도로 잊어버렸습니다. 옹알거리다가 들어와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미국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영어를 통째로 듣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장을 그대로 흡수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어가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문장 안에서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문장을 통해 단어를 이해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당장 단어부터 외우라고 하더군요. 지금도 아들과 딸은 단어 외우느라 영어에 대한 관심과 매력을 급속도로 상실해 가는 중입니다. 통째 문장을 외우라고 말하면 더 좋을 것 같고,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분야의 문장을 외우면 훨씬 더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고, 매력도 더 느낄 것 같은데 왜 이렇게나 단어에 목을 매는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메타쉐도잉 7계명과 크레이지 스피킹 4계명을 소개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책을 사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를 어떻게든 정복해야겠다, 또는 영어와 한판 승부를 벌어야겠다, 인생에 영어 하나만큼은 뛰어넘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사서 보실만한 가치가 분명한 책입니다).

* 메타쉐도잉 7계명

1. 억지로 위우려고 애쓰지 마라

2. 한번 시작했으면 마지막까지 멈추지 마라

3. 어디서 힘을 세게 주는지, 말꼬리를 올리는지 내리는지에 집중하라

4. 연음을 발견하면 "심 봤다!"라고 외쳐라

5. 물에 빠져 죽지 말고 물을 차고 튕기듯 날아가라!

6. 충분한 수면은 메타쉐도잉의 필수조건

7. 따라 하는 소리는 들리는 원어민 소리 이상으로 커야 한다

* 크레이지 스피킹의 4계명(메타쉐도잉 11계명에 포함)

8. 정확한 문장 발음으로 크게 따라 읽어라

9. 빠른 스피드는 그보다 더 빠른 스피드로 극복해라

10. 생각을 짜내지 말고 입에서 툭툭 털어내라

11. 빙빙 현상과 크레이지 스피킹은 반드시 동시에 일어난다


영어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내년 하늘 길이 열린다면 박사학위 졸업식에 참석할 계획이 있습니다. 지난 6월 학위를 받았는데 온라인으로 졸업했습니다. 학교에서 내년에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다고 알려주어서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미국 길에 오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가족과 졸업식에 참석하게 된다면 졸업식 전후로 미국 이곳저곳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그때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영어를 다시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빛의 속도로 잊어버린 영어를 다시 복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이 책에서도 영어 복구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시의적절했을 뿐 아니라 신기했습니다).

영어로 승부를 내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해서 우리말부터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우리말 잘 쓰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그럼에도 영어를 계속 붙들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나의 자녀보단 영어를 조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야 자녀들 학습 때도 도와줄 수 있고, 행여나 외국으로 여행을 가면 아빠의 위상을 조금 더 높이고 싶은 욕심도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쉐도잉으로 영어복구도 하고, 짬짬히 실력도 키워야겠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제가 읽었던 책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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