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죽음을 배우다
리디아 더그데일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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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습니다. 모든 사람은 죽습니다. 죽음이 달가울리야 없겠지만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를 뿐 모든 사람은 죽습니다. 보기에 따라 모든 사람이 죽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모든 죽음이 같은 무게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사람의 죽음은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슬픔의 눈물을 삼키게 합니다. 두고두고 그(그녀) 기억합니다. 좋은 죽음이라 하겠습니다. 반대의 죽음도 있습니다. 잘 죽었다. 속이 시원하다 말하는 죽음도 있습니다. 반어법으로 그 역시 좋은 죽음일 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변하지 않는 아니 변할 수 없는 진리 앞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잘 죽기 위해 잘 사는 인생은 어떤 모습일까? 라는 질문입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의 저자 리디아 더그데일은 의사로서 그녀가 목격한 수많은 죽음 앞에서 이 질문을 던집니다. 수많은 경험(임상)과 죽음에 대한 숙고와 연구로 그 대답을 찾아갑니다.






원제는 [The Lost Art of Dying]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죽음의 기술을 잃어버리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의 기술을 잃어버렸다는 데 착안한 책이며, 어떻게 죽음의 기술을 회복할 것인가, 어떻게 죽음의 기술을 회복하고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는 책입니다. 내가 읽어낸 저자의 의도를 풀이하자면 잘 죽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고민 대답을 엮어낸 책입니다.


1장에서는 아르스 모리엔디(죽음의 기술)를 다룬 소책자 이야기를 통해 죽음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아르스 모리엔디는 많이 읽혔던 책입니다. 이 책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2장에서 저자는 인간의 유한성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유한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르스 모리엔디(죽음의 기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하고, 죽음의 기술을 배워가야 함을 더 강조합니다.


3장은 죽음과 공동체의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공동체에 소속된 삶과 죽음이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비해 훨씬 아름답고 주목할만하며 안정감이 있다는 사실을 사례를 통해 증명합니다. 개인화 되고 파편화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할 챕터라 생각합니다.


4장은 어디에서 죽을 것인가?에 관한 고찰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이 병원에서 죽습니다. 아픈 사람이라면 중환자실에서, 고령과 노환에 시달리는 분이라면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칩니다. 이런 죽음의 풍경이 그리 오래된 역사는 아닙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다다수 사람이 아플 때 병원에 가셨습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것이 없고 죽음을 맞이할 땐 병원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오셨습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요즘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저자는 어느 쪽이든 좋은 죽음, 외롭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되는 지점이라 하겠습니다.


5장은 죽음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은 두렵습니다. 죽음 이후는 미지의 세상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양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학계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수전 손택이 죽음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죽음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죽음을 똑같은 방식과 크기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6장은 죽음을 향해 치달으면서 일어나는 육체의 부패와 죽음 이후에 일어나는 육체의 부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육체가 스러져 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질병이 얼마나 인간을 짓이겨 놓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입니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동안에 언젠가 경험하게 될지 모르는 고통에 대비하는 것이 지혜롭다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약하고 병든 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7장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글입니다. 죽음과 종교는 많은 부분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실제 죽음은 삶의 의미를 찾게 만들기도 합니다. 미국에는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rititual but not religious - SBNR) 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따르는 사람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SBNR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종교 공동체로 돌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요점은 분명합니다.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입니다. 종교적이거나 종교적이지 않거나 상관없이 사람은 영적이며, 영적인 사람은 본능적으로 죽음 이후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 장에서 저자는 예수의 이야기와 유대교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8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잘 보내는 법으로서 의례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아픕니다. 상실의 아픔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 삶과 죽음을 의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충분한 애도, 격식 있는 애도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더 잘 떠나보낼 수 있고, 결국엔 나에게 주어진 삶도 더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9장(이 책에서도 마지막 장이 주인공입니다)에서는 잘 죽기 위해 잘 사는 방법을 실용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정리합니다. 마지막 장은 책 전체의 결론과도 같고 책 전체의 흐름을 아우르기도 합니다. 아르스 모리엔디(죽음의 기술)를 통해 죽음을 예상하고 준비하자는 것과 잘 죽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고립된 상태에서는 결코 좋은 죽음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고독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죽음일 수 없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길을 끝까지 함께할 공동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합니다.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저자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될 터이니 아르스 모리엔디가 가르치듯 흔히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받는 5가지 유혹을 이길 5가지 미덕에 집중하자고 말합니다. 아르스 모리엔디에서 발견한 저자가 강조하는 5가지 미덕은 "인내, 희망, 겸손, 믿음, 초월"이라는 덕목입니다. 이 5가지 미덕이 풍성한 삶과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죽음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9장 끝자락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을 초월하는 습관은 인간의 유한함을 인정하는 태도와

겸손의 습관은 공동체 구성원을 수용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유한함을 깨닫고 공동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죽음의 기술에서 빠뜨려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이다. 희망과 믿음은 죽음을 향한 두려움을 완화하고, 가장 심오한 실존적 불안에 답을 제시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인내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죽음을 약속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오늘부터 위에서 이야기한 5가지 미덕을 함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성품들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매일 삶에서 연습하며 함양해 나가야 한다.

잘 살아낸 오늘이 모여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만든다.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248P


[메멘토 모리] '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처럼 우리는 죽는다. 죽음을 그 누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좋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의 스승 중 한 분은 "죽음을 기억하면 삶이 단순해진다"라는 격언을 들려주었습니다. 좋은 죽음을 위해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살아가기 위해, 좋은 죽음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인내, 희망, 겸손, 믿음, 초월이라는 5가지 미덕을 날마다 연습해야겠습니다(이것은 나의 종교적 신념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나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테고요. 어쩌면 제 2, 제 3의 코로나가 우리를 찾아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하지만 거시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죽음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좋은 죽음, 아름다운 죽음, 눈부신 죽음을 위해 오늘을 잘 살아야겠습니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 멋지고 아름다운 삶을 원하시는 분들, 한번 뿐인 인생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책 소개합니다. 세 책 모두 죽음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참 아름다운 책입니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숨결이 바람 될 때
저자: 폴 칼라니티
출판: 흐름출판
발매: 2016.08.22.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저자: 샐리 티스데일
출판: 비잉(Being)
발매: 2019.06.19.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저자: 위지안
출판: 위즈덤하우스
발매: 201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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