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he Lost Art of Dying]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죽음의 기술을 잃어버리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이 죽음의 기술을 잃어버렸다는 데 착안한 책이며, 어떻게 죽음의 기술을 회복할 것인가, 어떻게 죽음의 기술을 회복하고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고민하는 책입니다. 내가 읽어낸 저자의 의도를 풀이하자면 잘 죽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고민 대답을 엮어낸 책입니다.
1장에서는 아르스 모리엔디(죽음의 기술)를 다룬 소책자 이야기를 통해 죽음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고대 사회에서 아르스 모리엔디는 많이 읽혔던 책입니다. 이 책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합니다.
2장에서 저자는 인간의 유한성을 이야기합니다. 인간이 유한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르스 모리엔디(죽음의 기술)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하고, 죽음의 기술을 배워가야 함을 더 강조합니다.
3장은 죽음과 공동체의 관계를 심도 있게 다룹니다. 공동체에 소속된 삶과 죽음이 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삶과 죽음에 비해 훨씬 아름답고 주목할만하며 안정감이 있다는 사실을 사례를 통해 증명합니다. 개인화 되고 파편화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주목해서 보아야 할 챕터라 생각합니다.
4장은 어디에서 죽을 것인가?에 관한 고찰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이 병원에서 죽습니다. 아픈 사람이라면 중환자실에서, 고령과 노환에 시달리는 분이라면 요양병원에서 생을 마칩니다. 이런 죽음의 풍경이 그리 오래된 역사는 아닙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다다수 사람이 아플 때 병원에 가셨습니다.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것이 없고 죽음을 맞이할 땐 병원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오셨습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요즘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저자는 어느 쪽이든 좋은 죽음, 외롭지 않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공동체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대두되는 지점이라 하겠습니다.
5장은 죽음이 가져다주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은 두렵습니다. 죽음 이후는 미지의 세상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양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학계의 대모라 할 수 있는 수전 손택이 죽음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죽음과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죽음을 똑같은 방식과 크기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6장은 죽음을 향해 치달으면서 일어나는 육체의 부패와 죽음 이후에 일어나는 육체의 부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육체가 스러져 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질병이 얼마나 인간을 짓이겨 놓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장입니다. 그러므로 살아 있는 동안에 언젠가 경험하게 될지 모르는 고통에 대비하는 것이 지혜롭다 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약하고 병든 이들과 동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7장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글입니다. 죽음과 종교는 많은 부분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실제 죽음은 삶의 의미를 찾게 만들기도 합니다. 미국에는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sprititual but not religious - SBNR) 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따르는 사람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SBNR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종교 공동체로 돌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요점은 분명합니다.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입니다. 종교적이거나 종교적이지 않거나 상관없이 사람은 영적이며, 영적인 사람은 본능적으로 죽음 이후에 대해 질문합니다. 이 장에서 저자는 예수의 이야기와 유대교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8장은 사랑하는 사람을 잘 보내는 법으로서 의례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아픕니다. 상실의 아픔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 삶과 죽음을 의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충분한 애도, 격식 있는 애도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더 잘 떠나보낼 수 있고, 결국엔 나에게 주어진 삶도 더 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9장(이 책에서도 마지막 장이 주인공입니다)에서는 잘 죽기 위해 잘 사는 방법을 실용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정리합니다. 마지막 장은 책 전체의 결론과도 같고 책 전체의 흐름을 아우르기도 합니다. 아르스 모리엔디(죽음의 기술)를 통해 죽음을 예상하고 준비하자는 것과 잘 죽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고립된 상태에서는 결코 좋은 죽음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고독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죽음일 수 없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길을 끝까지 함께할 공동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역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