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프랑켄슈타인 인생그림책 11
메 지음 / 길벗어린이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19로 사람의 활동이 잦아들었습니다. 국가간 이동이 줄어들었습니다. 하늘을 가득 채우던 비행기의 숫자도 줄어들었습니다. 사람이 모인 곳을 피하다보니 사람이 몰리는 일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러자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동물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이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서 들리는 말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바이러스였다" 라는 말입니다.


지구환경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 경고처럼 울려퍼지는 말이 우후죽순처럼 돋아올랐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치적인 힘을 등에 업고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순수하게 세상을 보아야 하는데 어느새 나이가 들어서인지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만 볼 수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은 것 같기도 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기념비적인 책 "사피엔스"에서 수많은 동물이 멸종한 것과 사피엔스의 출현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동물 세상에서는 사람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라고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인류가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들에게 갚아야 할 책임과 빚이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반려동물과 반려곤충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반려견, 반려묘, 반려파충류, 반려충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반려동물이나 반려곤충 사업의 경제규모도 확장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반려동물이나 곤충을 향한 사람의 태도가 깊어지고 넓어졌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사람은 편의와 편리에 동물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듯한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이 사실을 날카로운 시선과 필치, 예리한 화법으로 표현한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이 함께 읽어야 할 그림책 [나의 프랑켄슈타인]입니다.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딸아이가 책을 보자마자 한마디 던졌습니다. "아빠, 무서워요!" 옆에 있던 아내도 딸아이의 말에 동의하면서 책표지가 무섭다고 했습니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분노에 찬 동물의 눈만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프랑켄슈타인은 상상력을 극대화시킵니다. 글밥이 거의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네 일상에서 쉽게 또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를 사람의 시선과 동물의 시선에서 모두 표현해 놓았습니다.


어린아이가 반려견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누가 반려견을 싫어할까요. 아이도 반려견을 좋아했습니다. 반려견은 두려웠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손길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둘 사이는 틀어집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개를 좋아할 뿐 아니라 키우기도 했습니다. 마을 여러 집에서 개를 키웠습니다. 방안에서 같이 지내지 않고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거나 묶어놓고 키우는 것만 다를 뿐이었습니다. 반려견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개를 좋아하고 개를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개는 짖는다는 것, 여기저기 뛰어다닌다는 것, 여기저기 어지럽힌다는 것, 주인을 심하게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개는 마땅히 짖고, 뛰어다니고, 어지럽힙니다. 그것이 개의 개다움, 개가 마땅히 누려야 할 영광스러움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람은 조금 다릅니다. 개가 짖어대면 견디지 못합니다. 층간 소음이 신경이 쓰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에게 짜증을 냅니다. 개를 타박합니다. 개에게 분노를 쏟기도 합니다. 짖지 말라고! 시끄럽다고! 그만 어지럽히라고! 결국 사람은 개의 성대를 제거합니다. 번식을 막기 위해 거세합니다. 힘으로 짓눌러 뛰어다니지 못하게 합니다. 나의 편리를 위해 개의 개다움을 빼앗습니다. 개가 마땅히 누려야 할 개의 영광을 짓밟습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아서 반려견을 키우시는 분의 마음을 정확하게 헤아리지 못합니다.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주변 사람으로부터 어떤 눈총을 받는지 모릅니다. 개는 키우고 싶은데 개를 키우며 겪는 어려움을 거의 매일 자주 직면하셔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반려견을 키우려면 지불해야 할 대가라고 말하면 가장 간단하겠지요. 아마 속사정은 더 복잡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면 여러 가지 신중하게 생각한 후에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편리, 나의 만족을 위해 동물의 권리와 영광을 마음껏 빼앗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떠나 도망가버린 반려견을 찾아 떠납니다. 결국 둘은 조우합니다. 반려견의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괴물이 되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누구의 잘못일까요? 아이에서 어른이 된 소년은 자신의 실수, 과오를 뉘우칩니다. 꾹꾹 눌러담은 한마디 말을 전합니다.


"미안해"


글쎄요. 작가 메의 자전적 이야기인지, 상상의 결과인지 나는 알 수 없습니다. 마치 그의 이야기인 듯한 엽서가 마지막 장을 장식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그의 마음을 상상하며 읽어보시죠.


너를 처음 본 것은 아주 어릴 때였지.

우리는 연약했고

작은 실수도

용서받지 못하던 때가 있었어.

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어느 날

너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나는 몰라.

가여운 나의 프랑켄슈타인,

너를 떠올리면 아직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해.

어쩌면 나는 너에게 괴물이지 않았을까.

나의 프랑켄슈타인




나는 이 이야기를 먼저는 사람과 동물의 관계로 읽었습니다. 착취를 일삼는 오늘을 살아가는 인류와 인류에게 유린당하는 반려동물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의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인류가 이 땅의 주인이라는 오만한 생각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이라면 주인답게 다른 생명체를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류가 주인이 아니라면 난폭한 주인 행세는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을 존중해야 합니다. 언젠가 진짜 주인을 만나게 됐을 때 어떤 추궁을 당하게 될지, 그때 발붙일 곳조차 없지 않으려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도 읽었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부모는 힘이 있습니다. 내 뜻대로 자녀가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도 큽니다. 자녀가 말을 듣지 않으면 힘으로 짓누릅니다.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아이의 심리를 조작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의견이나 생각, 마음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엔 아이를 괴물로, 프랑켄슈타인으로 만들고 맙니다. 이 땅에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을 보세요. 그곳엔 당연하다는 듯 괴물같은 인간, 차마 사람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괴물이 있습니다. 누가 그를 또는 그녀를 프랑켄슈타인으로, 괴물로 만들었을까요? 혹 부모는 아닐까요? 나의 삐뚤어진 태도와 마음을 자녀에게 심어두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나는 이 이야기를 사회와 사람의 관계로도 읽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 이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사회폭력,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개개인을 짓밟기도 합니다. 금수저 흙수저 따위의 말이 생겨나고 통용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회사와 사원의 관계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갑과 을, 열정페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 역시 우연한 일은 아닙니다. 마땅히 누려야할 인간다움과 인간이 받아야 할 영광을 한쪽으로 걷어치워버리고, 힘과 권위로 짓눌러대면 결국엔 프랑켄슈타인을 양산해낼 따름입니다.


책 속에서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칩니다. 먼 길을 떠나 자신이 학대했던 반려견을 찾고 그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관계의 회복은 용서를 구할 때부터 시작하는 법입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인류는 지구와 지구 속을 채우고 있는 많고 다양한 생명체에게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로 다가가도 다르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남편에게, 자녀에게, 부모에게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기업과 사원의 관계나, 사회와 사회 구성원의 관계에서도 이 같은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세상.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마땅히 그가 누려야 할 자유와 영광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세상.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세상이 곧 조물주가 의도한 세상이 아닐까요? 만약 우리가 그런 세상을 상상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면 어쩌면 이 땅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물주가 회복하려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인문학적 상상, 신학적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쳐보았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지는 고마운 그림책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그림책 소개합니다.

세상이 조용해졌어요

세상이 조용해졌어요
저자: 에두아르다 리마
출판: 봄나무
발매: 2021.04.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