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시 2021.7.8 - 창간호
송용식 외 지음 / 마음시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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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바깥에서 우리나라를 보면 어떤 풍경일까요? 한국 사회가 돌아가는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요? 나는 어쩌다보니 한국 바깥에서 한국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유학 기간동안 한국 바깥에서 한국사회를 지켜본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사회는 매우 빠른 속도로 흘러갑니다. 진짜 빠릅니다. 외국에 나갔다 들어온 경험이 있다면 한국 사회의 빠름에 화들짝 놀랐으리라 짐작합니다. 게다가 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우리나라 자체가 큰 도가니 같다는 느낌입니다. 특별하다 못해 특이합니다. 뭔가 하나가 유행하면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어느 연예인 머리핀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옷이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음식이 전국적으로 유행합니다.

빠른 사회 속에서, 도가니 같은 분위기 속에서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한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을 주목해 본다는 것이, 자연을 눈여겨 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조금은 과한 표현일 수도 있고, 삶의 직격탄을 맞으신 분도 있고, 무엇보다 상실을 경험한 분이 많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코로나 19는 무조건 재난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삶의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습니다. 주위를 더 많이 돌아보고, 주변 사람에게 더 많이 주목하고, 자연을 더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잠깐 멈추어 서서 생각하고, 삶을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책을 가까이 하고 시를 읊조리게 되었으니까요.



코로나 시대에 매우 특이하게 [마음시]라는 이름의 시잡지가 태어났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시잡지가 우리 곁으로 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잠깐 멈추어 서서 하루 한 편 시를 읽고 읊조리면서 삶을 관찰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과 자연에 주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7-8월호 창간호를 읽었습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시를 여기저기서 만났습니다. 나는 자신을 부모님 목에 빨대 꽂아 피빨아 먹는 흡혈자식으로 종종 묘사하곤 했습니다. 목사의 길을 걸어가며 재정적으로 늘 부모님에게 부담을 얹어드렸습니다. 두 번에 걸친 유학을 하면서 최대한 부모님의 마음을 가볍게 해드리려 했으나, 소작농이신 부모님은 자식놈 뒷바라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하셨습니다. 목에 빨대 꽂아 피빨아 먹는 것도 부족해 가슴에 돌덩이까지 떡하니 얹어놓은 나는 흡혈자식입니다.

이런 나의 가슴을 묵직하게 때린 이정하 시인의 "나는 강도다"를 만났을 땐 나도 모르게 '헉' 하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인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 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를 읊조리며 시인의 마음과 언어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한동안 그 시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습니다.

하루 한 편씩 7월과 8월에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3분 길어야 5분이면 충분히 읽고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마음을 울렁이는 시를 만난다면 하루 종일 울림이 있겠지요. 그 또한 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호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시인이 참여했습니다. 각자의 시선으로 삶과 사랑,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고 시인의 언어로 곱게 담아냈습니다. 읽다보면 마음이 정갈해집니다. 삶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주변 사람에게 마음을 더 쏟게 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아낌없이 나눠주는 자연을 주목해서 보게 됩니다. 시인의 언어와 시선이 나를 그렇게 이끌어 갑니다.

이제 곧 7월입니다. 속도에 함몰되지 않고, 주변에 이끌리지 않고 잠깐 멈추어 서서 시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삶을 더 깊이 생각하고, 사람과 자연을 더 주목해 보면 어떨까요? 내면이 단단해지고 부요해지면 지금의 삶을 더 잘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 고마운 시잡지 마음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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