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으로 그린 하나님 나라 - 권정생의 작품과 삶 세움 문학 1
홍인표 지음 / 세움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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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그림책을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그림책을 사랑하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그림책은 아동용이란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림책이니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란 생각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이었는지, 이 얼마나 딱딱한 고정관념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이 편협한 시선을 산산조각 낸 그림책이 바로 권정생 선생의 [강아지 똥]이었습니다.


강아지 똥은 나에게 문화 충격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촌에서 자란 나는 개똥을 지겨울 만큼 많이 보았습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동네엔 거의 모든 집집마다 개를 키웠고(대부분 풀어놓고 길렀습니다), 지천에 널린 것이 개똥이었으니까요. 삐쩍 마른 개똥은 그 어디에도 쓸모 없는 것이란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권정생 선생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한 개똥을 전혀 다른 차원에서 보았습니다.


권정생 선생을 알아갈수록 자신을 강아지 똥에 투사한 것같단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태어나고, 한국으로 왔지만 오갈 곳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국 전쟁을 경험했습니다. 한국사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책을 통해 건강이 악화되어 한쪽 신장을 떼어냈을 뿐 아니라 방광마저 제거했다는 글을 보면서 권정생 선생이 자신을 강아지 똥에 투사했다는 것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강아지 똥을 읽은 후 저희 가족은 권정생 선생에게 매료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더 많은 권정생 선생의 책을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대표적인 그림책으로 빼떼기와 엄마 까투리를 꼽고 싶습니다. 빼떼기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수탉의 이름입니다. 빼떼기를 여러 사건 사고를 겪으며 목소리조차 잃어버립니다. 홰를 칠 수 없는 수탉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가족의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한국 전쟁을 겪습니다. 피난을 가야 할 가족은 결국 빼떼기를 죽이기로 결정합니다. 빼떼기 역시 권정생 선생의 자서전 같은 이야기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렸습니다.


권정생 선생의 또 다른 그림책 엄마 까투리를 읽으면서 지극한 모성애를 깨닫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다 알법한 이야기이지만 슬픔과 질고를 아는 권정생 선생의 책이어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 금수보다 못한 인면수심의 인간이 판을 치는 세상이기 때문에 엄마 까투리의 이야기가 마음 깊숙이 다가왔습니다.



나와 나의 아내와 아들과 딸은 권정생 선생의 글과 그림, 시를 좋아합니다. 그러던 차에 세움북스에서 발간한 [강아지 똥으로 그린 하나님 나라]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자 홍인표가 권정생 선생의 작품을 탐색하며 권정생 선생의 사상과 삶과 내면을 탐색하고 정리한 책입니다. 책을 뼈대인 구조를 살펴보면 책의 흐름과 방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 권정생의 산문 이야기

2. 권정생의 동화 이야기

3. 권정생의 소설 이야기

4. 권정생의 동시 이야기


크게 네 가지 범주로 권정생 선생의 대표적인 산문, 동화, 소설, 동시를 살펴보면서 권정생 선생의 삶을 조망합니다. 잠깐 언급한 것처럼 권정생 선생의 삶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입니다.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권정생 선생의 삶의 무게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나의 아버지 때문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38년에 태어나셨습니다. 권정생 선생은 37년에 태어나셨습니다. 비슷한 연배이며, 비슷한 시대를 살아오셨단 뜻입니다.


나의 아버지가 권정생 선생만큼 질고와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도 가난이 무엇인지 몸으로 경험하셨습니다. 창씨개명을 강요당해 일본식 이름도 가지고 계십니다. 일제강점기를 경험했을 뿐 아니라 한국 전쟁의 참상도 눈으로 목격하셨습니다. 한국사에서 가장 힘겨운 시간을 살아내셨습니다. 고맙게도 자라는 동안 가끔씩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그 이야기가 권정생 선생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권정생 선생은 참 힘겨운 삶을 사셨습니다. 마치 버려진 것 같은 인생이었습니다. 한쪽 신장과 방광을 떼어낸 후 많이 살아야 2년 정도 더 살 것이라는 사형선고도 받았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으며,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허약한 몸을 가진 권선생은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결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권정생 선생이 살아온 인생의 무게가 그의 모든 책에 고스란히 녹아들었습니다. 권정생 선생의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단박에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슬픕니다. 마음이 아릿합니다. 마음 저 깊은 곳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놀랍게도 홍인표가 보여주듯 슬픔이 가득하지만 절망으로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대단한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나 힘겨운 시간을 살아내면서, 그래서 슬픔이 그의 온몸을 감싸고 있으면서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는지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홍인표는 그 대답을 하나님을 향한 권정생의 신앙에서 찾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소망에서 대답을 발견합니다. 권정생 선생의 산문과 동화 소설과 시가 증거입니다.




이정일 목사는 그의 책 [문학은 어떻게 신앙을 더 깊게 만드는가]에서 시와 소설이 이 시대의 선지서와 같고, 시인과 소설가는 이 시대의 예언가와 같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습니다. 이정일 목사와 소통하면서 시와 소설을 읽으면서 그의 말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몇 마디 단어를 조합해서 사람의 내면 저 깊은 곳을 터치하는 시인, 인간의 내면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와 같습니다. 급속도로 인간성을 상실하고, 메말라버린 인간성으로 인해 사람다움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들려주는 하나님의 확성기와 같습니다.


이 시선에서 볼 때 권정생 선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나님의 선지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세로 많은 수입이 있었지만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자신보다 더 가난한 사람에게로 늘 시선을 고정한 채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그들과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산문과 동화 소설과 시로 담아 냈습니다. 강아지 똥으로 그린 하나님 나라에서 홍인표는 권정생의 작품을 통해 그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그의 신앙과 사상을 손에 잡힐 듯 그려줍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 한국 교회의 자화상을 권정생의 작품과 사상과 신앙과 대비대조시킵니다. 특히 "물질을 개인이 축척할 때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에게 각각 필요한 만큼 분배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누릴 수 있다."는 권정생 선생의 예언과 같은 말은 돈에 끌려다니고 돈을 섬기는 듯 보이는 한국 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낱낱이 공개한 언어로 다가왔습니다. 책을 통해 권정생 선생을 알아갈수록 더 부끄러웠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강아지 똥으로 그린 하나님 나라]는 권정생 선생의 작품과 삶을 통해 참 신앙이 무엇인지, 하나님이 계시하시고 하나님의 아들 예수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나님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보게 하고, 상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이 어디에 있으며, 살아내야 할 삶의 내용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보여주었습니다.


강아지 똥으로 그린 하나님 나라는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추구해야 할 삶의 방향이 어디에 있으며,

살아내야 할 삶의 내용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고 보여주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대목도 있었습니다. 인류 복제 문제를 다룬 권정생 선생의 소설 [랑랑별 때때롱]을 다루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입니다. 이 소설은 복제 문제 뿐 아니라 인류의 탐욕과 환경 문제까지 아우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사태는 인간의 탐욕의 결과라고 말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여기서 조금만 곁가지를 치고 나간다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환경 문제까지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다룬 책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채널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듣고 있습니다. 시골 촌부이자 주변 동식물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림책에 등장시킨 권정생 선생은 환경 문제에도 예언자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다룬 소설이 바로 [랑랑별 때때롱] 입니다. 랑랑별 때때롱으로 이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를 한 켠에서 다루어 주었다면 참 시의적절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권정생 선생의 책 소개합니다. 참고로 그림책은 아이들보다 어른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 확신합니다. 일주일에 한 권쯤은 꼭 그림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권정생 선생의 책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습니다.


빼떼기

빼떼기
저자: 권정생
출판: 창비
발매: 2017.05.04.

엄마 까투리

엄마 까투리
저자: 권정생
출판: 낮은산
발매: 2015.11.05.

강아지똥 25주년 특별판

강아지똥 25주년 특별판
저자: 권정생
출판: 길벗어린이
발매: 2021.05.17.

랑랑별 때때롱

랑랑별 때때롱
저자: 권정생
출판: 보리
발매: 200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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