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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품성 - 우리는 얼마나 선량한가?
크리스찬 B. 밀러 지음, 김태훈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5월
평점 :
사람의 사람됨에 관한 연구는 어렵습니다. 이공계처럼 딱 맞어떨어지는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해는 금물입니다. 이공계 연구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매우 복잡하고 어려우며 - 저와 같은 인문계열에 속한 사람에겐 완전 딴 세상 이야기라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저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있어 이공계의 연구가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고 확신합니다.
인간의 품성에 관한 연구라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품성을 평가하고, 더 나은 품성을 계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폭넓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오랜 기간의 사례가 필요합니다. 풍부한 지원과 탁월한 지성과 대단한 끈기와 열정을 가진 사람이 없다면 연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안타깝다고 해야겠지요. 우리는 인간성이 말살된 세상, 빛의 속도로 인간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 품성에 대한 사고 자체가 희미해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간 품성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너무나 반가운 책이 나왔습니다.
인간의 품성을 연구한 책 [인간의 품성: 우리는 얼마나 선량한가?] 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제목이 보여주듯 인간의 품성에 관해 오랜 시간(저자의 거의 평생을 쏟아부은)의 연구와 많은 투자의 결과로 나온 책입니다. 인간성을 잃어가는 시대에 참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품성을 계발해 나가야 할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책은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꼬집습니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신을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배우자, 가족, 부모, 자녀, 친구, 가까운 이웃 등)이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길 좋아합니다. 하지만 실재 우리의 내면, 우리의 마음, 우리의 품성은 매우 복잡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긴 하지만, 때론 기대감을 땅에 떨어뜨리다 못해 무지막지하게 박살을 내기도 합니다.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품성이 중요할까? 라는 질문입니다. 포스트모던 시대를 사는 사람은 조금 다르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절대적 기준이나 권위를 부정하다보니 인간의 품성에 대해서도 일치된 견해를 갖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사람은 사람다움, 고결한 품성을 흠모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선하고 고결한 품성을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흠모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듣고 보고 전수한다는 것이 증거입니다.
저자는 우리의 품성이 매우 복잡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안에 선을 갈망하는 마음도 있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타인에게 해 끼치는 성향이 있음을 꼬집습니다. 하얀 거짓말이든 새빨간 거짓말이든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우리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드러냅니다. 부정행위도 다르지 않습니다. 결코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많은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른다는 수치를 들이댑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충격을 준 이야기도 있습니다. 권위를 가지고 명령하는 사람이 있고, 그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쉽게 괴롭힌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죽음에 임박할 정도의 고통까지도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부분을 극적으로 나타낸 사건이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라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제노사이드, 인종 청소와 같은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일로는 이라크의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를 들 수도 있습니다. 구글에서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를 검색하면 평범한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거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매우 모범적이고 애국심이 강하고 반듯한 인물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이 맞아떨어지니 저렇게나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버젓이 저지른 것입니다.
믿기 힘든 사실입니다.저 순진한 얼굴로 저런 비인간적 행동을...
이 점은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보편성(평범성)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유태인 학살의 주범이었던 아이히만을 보고 한나 아렌트는 극심한 충격을 받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수백 만의 사람을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학살한 사람은 괴물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국제 재판에 회부된 아이히만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의 생각은 말 그대로 박살났습니다. 아이히만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이히만을 보면서 한나 아렌트는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악을 대면합니다. 그의 깊은 성찰과 탐색을 바탕으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란 책을 집필했습니다. 그 책에서 한나 아렌트는 악의 보편성(평범성)을 주장합니다. 당신과 나의 안에도 얼마든지 아이히만이 있을 수 있다는 섬뜩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우리 안에 악마가 있다는 것으로 몰아부치지 않습니다. 악한 성향과 함께 선을 향한 성향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상황에 따라, 주변 자극에 따라, 모범이 되는 사람의 존재 여부에 따라 우리 안에 있는 품성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발현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 안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품성을 계발하고 성숙하게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이 시대에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자 크리스찬 B. 밀러는 어떻게 품성을 계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바탕한 대답을 제공합니다. 제한적인 전략을 사용할 수 있고, 유망한 전략을 사용할 수 있으며, 종교적인 전통의 전략도 품성을 계발하는데 유용하다는 점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조망합니다. 특히 종교 중에서는 기독교를 선택했습니다. 타 종교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기 때문은 단연코 아닙니다. 기독교가 가장 거대한 종교이기도 하거니와 기독교인이 섬기는 하나님이 성품(미덕)의 계발과 성장, 성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탁월한 모범을 보이셨을 뿐 아니라, 품성(미덕)을 계발해 나가도록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성령께서도 사람을 하나님의 성품을 닮아가게 하는 일 -기독교 전통에서는 성화로 부릅니다. 품성의 계발과 직결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에 헌신하시기 때문입니다.
요점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매우 복잡한 존재입니다. 대부분은 사람은 대단히 고결한 품성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마찬가지고 대단히 악한 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습니다. 중간 어느 지점엔가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쪽으로 옮겨가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더 고결한 품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야 말로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품성]은 폭넓은 연구와 객관적 연구로 우리의 품성을 진단합니다. 나를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 보게 만듭니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과 실재 나와의 먼 거리(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를 직시하게 만들어 줍니다. 더 나아가 더 나은 품성을 소유한 사람이 되는 길을 가리킵니다. 딱 맞아떨어지는 대답을 원하시겠지만(우리나라 교육의 부작용이라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는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결국 지금의 나보다는 더 나은 나로 변화된 나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나는 목사입니다. 나는 성경을 통해서 나의 현주소를 보고 있었습니다. 가야 할 길이 끝이 없는 사람, 내가 바라는 나와 실재의 나 사이 그 엄청난 거리를 매일 보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품성]이란 이 아름다운 책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다시금 나의 모습을, 나의 현주소를 보게 도와주었습니다. 품성을 계발해 나가는데 있어 성경과는 조금 다른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방법도 제시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성령 하나님을 더 깊이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우쳐 주었습니다.
인간다움을 더 알아가시고 싶은 분, 자신의 성품을 계발해 나가기 원하시는 분,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 안나가 기독교인, 기독교를 싸잡아 욕하시는 분, 기독교에 관심이 있으신 분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