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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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여름 독일에 다녀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늘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있었던

독일 여행이라 설렘과 기대가 높았습니다.

독일에서 보낸 7-8일 일정은

기대감을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질서 정연하다는 것,

규칙을 잘 지킨다는 것,

깨끗하다는 것,

친절하다는 것,

그리고 가는 곳마다 나무가 너무너무 많다는 것

몇몇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독일이라는 나라는 가는 곳마다

나무가 많았습니다.

사진에 담지 못했지만 도심 한복판에도

나무가 많았습니다.

도시가 푸르게 보일 정도로 많았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받아 들었을 때

책이 너무 예뻐서 감탄이 흘러나왔습니다.

인류 문화 유산이라 해도 충분할

헤르만 헤세의 나무와 삶에 관한 성찰을 담은

책이라는 것도 지나칠 정도로 매력적이었고,

책 곳곳을 수놓은 정밀화 역시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탐스러운 책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은

나무를 사랑한 헤르만 헤세의 삶의 궤적을

엿보게 하는 고마운 책입니다.

총 18편의 나무에 관한 헤세의 에세이와

나무를 주제로 쓴 21편 시를 담은 책입니다.

나무를 주제로한 헤르만 헤세의 시와 에세이를

따로 엮어 출판한 폴커 미헬스(Volker Michels)에게

고마운 마음을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이런 멋진 책을 우리 곁으로 가져다 주었으니까요.


헤르만 헤세가 나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나무를 얼마나 깊이 생각했는지

그의 탐스러운 글이 보여줍니다.

우리가 슬픔 속에 삶을 더는 잘 견딜 수 없을 때 한그루 나무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조용히 해봐! 조용히 하렴! 나를 봐봐!

삶을 쉽지 않단다. 하지만 어렵지도 않아.

그런건 다 애들 생각이야.

네 안에 깃든 신이 말하게 해봐.

그럼 그런 애들 같은 생각은 침묵할 거야.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10 쪽.

우리가 자신의 철없는 생각을 두려워하는 저녁때면 나무는 속삭인다. 나무는 우리보다 오랜 삶을 지녔기에 긴 호흡으로 평온하게 긴 생각을 한다. 우리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동안에도 나무는 우리보다 더 지혜롭다. 하지만 우리가 나무의 말을 듣는 법을 배우고 나면, 우리 사유의 짧음과 빠름과 아이 같은 서두름은 비할 바 없는 기쁨이 된다. 나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운 사람은 더는 나무가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 말고 다른 무엇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고향이다. 그것이 행복이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11쪽.

헤르만 헤세는 나무가 되기를 갈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되길 갈망한 사람입니다. 그의 글과 그의 그림이 이 사실을 웅변적으로 보여줍니다. 그가 고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나무의 말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책 속 정밀화


헤세의 책을 읽으며 나무에 관한 그의 시선과 마음에 귀기울이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내가 나무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무에 관심조차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서 나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나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나무의 종류, 나무가 가진 특성, 나무의 성질 등 아는 것이 너무 빈약했습니다.

나무를 깊이 성찰한 헤세는 나무에 해박했습니다. 나무를 아끼고 사랑할 뿐 아니라 나무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각 나무마다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나무마다 들려주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헤세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나무의 말을 듣는 법을 배웠다는 것이 실없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벗으로 삼고 나무에게 귀 기울이고 나무에게 말을 거는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 그루 나무가 뿌리 뽑혔을 때 그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는지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무분별한 개발로 나무들이 뿌리 뽑혔을 때 헤세는 그곳을 이전과 다른 공간으로, 이질적인 곳으로 느꼈습니다. 그만큼 나무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가지 잘린 떡갈나무라는 시는 나무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헤세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나무야, 그들이 널 어떻게 잘라놓은 거니?

너 어찌 그리 낯설고 이상한 모양이냐!

.

.

.

난 너와 같아, 잘리면서 아픔을 겪은

목숨을 망가뜨리지 않고

시달리며 견딘 야비함에서 벗어나 매일

다시 빛을 향해 이마를 들어 올려.

.

.

.

백번이나 잘린 가지들에서

참을성 있게 새 잎사귀를 내놓는 거야,

그 온갖 아픔에도 나는 그대로 남아

이 미친 세상을 사랑하는 거야.

헤르만 헤세 나무들 126-127쪽


오래 전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재니스 메이 우드리의 [나무는 좋다]를 읽었습니다.

나무가 사람에게 얼마나 큰 유익을 주는지,

나무가 얼마나 사람에게 친화적인지

나무와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읽으면서 그가 사람과 나무의 관계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며, 헛된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어쩌면 나무에게 주목할 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헤세의 깊은 시선을 따라가고, 헤세의 통찰력 넘치는 말에 귀 기울이면서 나무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선을 넘어버린 지금, 멈출 줄 모르는 탐욕을 제어하고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나부터 나무에게 귀를 기울이고, 나무의 이야기 듣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헤세가 걸어간 길을 따라가보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시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자랄 것입니다. 헤세는 사람이 밀집하는 곳일수록 더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나무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나무와 사람은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나무가 많은 곳에 가면 마음이 상쾌해지고, 가벼워집니다. 나무가 제공하는 그늘과 열매와 산소와 향기는 상실하고 빼앗긴 인간성을 회복시켜 주기도 합니다.

헤세의 시선을 따라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 있는 나무를 아끼고, 관심을 갖고 주목해서 본다면 더욱 나무의 고마움을 깊이 깨닫게 될 것입니다. 나무를 심고 돌보고 아끼게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더 사람답게 살아가는 선순환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여름 휴가 때는 이 책을 들고 나무가 많은 곳으로 가서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 싶습니다. 헤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와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나무의 이야기 듣는 법을 헤세에게서 배워보아야겠습니다.


헤르만 헤세가 그린 나무 가득한 그림을 감상하며 헤세의 시선을 따라가보고, 헤세가 건네는 이야기도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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