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낚시)

인용 ==> blog.aladin.co.kr/726341193/3808002

상기 이분은 예쁜데다, 늘씬한 몸매에, 착한데다, 머리까지 좋다.
아마 못생기고도 머리까지 나쁜 여자들과의 대자연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여성분들께 충고 한 마디. 절대로 남자들 앞에서 자신의 신체적 약점을 얘기하지 마세요.
나는 얼굴이 크다는 둥, 배가 나왔다는 둥, 종아리가 두껍다는 둥.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성의 신체를 종합적으로 보지, 그렇게 분석적으로 보지 않거든요. 그런데...

내 길고도 다채로운 연애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받아보는 질문이 그것이다.

내가 어디가 좋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듣기 좋으라고 한 답이 아니었다.
사실이 그랬다.
진선생 말대로 '대부분의 남자들'에 속할지도 모르는 내게는 그녀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하나의 그녀이다.

아마 처음에는 어느 신체 특정 부위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어느 특정부위에 끌리는가?
'대부분의 남자들'이 꼽는바와 별 차이 없이 가슴이다.
누나들은 이 걸 유아기 스킨쉽 결여 후유증이라고 하지만 누나들은 모른다.
'대부분의 남자들'에게는 얼굴도, 각선미도, 몸매도 절대 가슴을 압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내 하는 짓은 모순 투성이다.
가슴녀와는 단 한번의 경우만이 있었을 뿐이며 그것도 시들한 관계였음을 생각해보면 진정 가슴에 끌리는건지 의심스럽다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혹은 통계적으로 보면 (통계기법을 동원해서 분석해야 할 만큼 여자가 많았다는 건 물론 절대 아니다)
난 말 잘하는 여자, 혹은 글 잘 쓰는 여자, 혹은 생각이 깊은 여자, 혹은 학위 소지자 등등에 끌렸다. 꼼짝 못한다.
누나는 이런 나를 우려할 수준의 변태라 하였으나, 그녀가 보유한 조선 제일의 미모보다 그녀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더 끌린다는 것은 많은 기록이 입증해 주고 있다. 
(끔찍하게도 나는 20여년째 일기를 쓴다. 물론 문학소녀 스탈의 감정이 철철 넘쳐흐르는 그런것이 아니라 단지 몇줄의 무미건조한 기록일 뿐이지만)

그러니 그녀에게 있을 수도 있는 '신체적 약점'은 전혀 무관한 일이 된다.

통상 이런일에 대해 눈에 머가 씌였다는 식의 표현을 쓰지만 내 생각엔 이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 '신체적 약점'은 눈에 안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인다 하더라도 그게 절대 약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약점'이라는게 무엇인가.  그녀의, 그에 대한 매력포인트에 감점이 될 수 있는 요인이라는 뜻 아닌가.
(설마 채점지를 들고 나가서 부위별로 점수를 매겨 교제 기준에 미달하는가를 판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좋다. 이 말이 앞뒤가 안맞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막내 집 근처에서 우연히 마실나온 막내와 마주쳤는데 격렬히 화를 내며 집에 들어가 버렸다.
이유는 그 날 입은 핫팬츠 탓에 굵은 허벅지를 보였다는 것.
이유는 알겠지만 이해는 되지 않는 차원이다.

어쨌거나.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는 것이며 그 시작이 불과 단 하나의 매력 포인트 였을지라도
그녀에게 단지 몇개의 장점과 셀 수 없이 많은 단점이 있었을지라도
이 모든게 뭉뚱그려져서 단지 하나의 형상, 아름다운 그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역시 이해가 안되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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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7-22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레이_시즌4님은 훌륭한 분이셨어!
나는 영원한 팬~~~

조선인 2010-07-22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오랜 시간과 기억에 끌려요. 옆지기와 연애한 4년의 시간과 신혼과 마로를 낳고 기른 시간과 어머니를 보내고 힘들어한 시간과 그 시간을 함께 보낸 한 남자에 대한 기억이 생기고서야 비로소 아, 이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다락방 2010-07-2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잘하는 여자, 혹은 글 잘 쓰는 여자, 혹은 생각이 깊은 여자, 혹은 학위 소지자 등등에 꼼짝 못하는 남자사람이라니! 와- 근사해요! 다른 남자사람들도 생각이 깊은 여자에 끌렸으면 좋겠어요. (라고 쓰고보니 어쩐지 제가 생각이 깊은 여자사람이 된 것 같은 말투네요. ㅎㅎ) '꼼짝 못한다'는 표현도 엄청 좋아요, 엄청. ㅠㅠ

제목보고 후다닥 왔다가 첫줄보고 어어, 낚시인건가 했는데
아뇨, 이거 낚시 아닌데요. 좋았어요! 아침부터 읽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글이었어요, 레이_시즌4님.

아, 제 댓글에서 뭔가 감탄이 막 묻어나지 않나요? 흣 :)

Arch 2010-07-22 10:37   좋아요 0 | URL
다락방은 진심으로 감탄하는게 느껴진다니까요! 흣^^

어쩌면 전에 연애상담에서 본 것처럼 긍정적 상상력의 문제 같기도 해요.

땡땡 2010-07-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울 앤님한테 "내가 어디가 좋아?"라고 안 물어봐요. 가끔 "왜 아직도 나랑 사귀어요?"라고는 묻지만요. 흐하하.

(참고로 저기서 방점은 '아직도'에 찍혀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제가 멍청해지는 것 같거든요. 말도 어버버하고 글도 못 쓰고 책도 안 보고 공부도 항개도 안 하고, 중얼중얼중얼...)

2010-07-22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