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의 방주
임성순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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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과 성장 그리고 과도기를 지나 지금의 시대에 도래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떤 것 하나를 선택할 수 없는 지금의 시대에 문학과 과학이 일맥상통한 미래의 상황을 모르는 만큼, 인간성이 또 어떤 양상으로 변화할지 감히 예상할 수 없다. 이 허무함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좇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이라는 버거움에 밀려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꼈던 일들이 책 환영의 방주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나타난다.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문제들을 관통하며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상황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9개의 단편도 매우 인상적이지만 작가 노트를 차근차근 읽어본다면 작가님의 의도와 내가 파악한 것이 맞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 때론 재난의 모습으로 때론 과학 기술 발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야기들은 묵직하면서 매우 날카롭게 느껴진다.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들은 현재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을 방법이 있다면 이젠 미루지 않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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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
주영선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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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 ‘세 자매’는 우리 삶을 녹여낸 각기 다른 형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데스 레시피 / 내 이웃의 하나뿐인 존재 / 아빠, 없다 / 귀꽃 / 세자매) 5개의 단편이 뚝뚝 끊어진 듯 하다가도 마침내 이어진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족 관계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듯하다가도 그 형태를 유지하기 마련이다. 설령 우리의 모습이 보통의 것과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산산이 조각날 것 같은 일상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조금씩 마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어떤 잊히지 않는 기억은 하나의 응어리로 남아 쉽게 지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건 맞잡은 두 손이 따뜻하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 안의 따뜻함을 마주하다보면 내면에 조금씩 스며든다.  그 시듦 앞에서 미소 짓지 못하게 했던 것들이 자신을 제외한 것들로 인한 불편함이 소거된다면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매운탕은 서로 보글보글 끓여져서 하나의 맛을 내고 하나의 맛을 위해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고 너는 왜 그런 모양으로 여기에 왔느냐고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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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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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먹먹한 느낌을 주는 책을 가제본 서평단 활동을 통해 오랜만에 만났다. 단정할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기나긴 여정을 떠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더욱 흥미로웠다. 한 사람의 생애에는 요동치는 역사 또한 흐르고 있었다. 린샹푸라는 남자는 샤오메이라는 여자를 만나 평생을 살아가고 싶은 사랑을 느끼지만, 그의 마음과는 다른 듯 샤오메이는 홀연히 그를 떠난다. 치가 떨리는 배신감을 느꼈지만, 자신의 핏줄을 데려온 샤오메이를 다시 받아들일 새도 없이 다시 떠났다. 그 뒤를 따라 어린 딸과 함께 그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원청으로 떠나게 된다. 들어본 적도 없고 어딘지도 모를 원청으로 향할수록 낯선 것들과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것을 아는 사람도 없었으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던 린샹추는 모든 것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쳤지만, 그녀를 향한 여정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가 말한 원청과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진이라는 곳에 머물게 된 린샹푸는 온갖 고생을 다 하고도 찾지 못한 탓에 서글프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으나 딸아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자신이 살던 곳과 전혀 다른 곳이지만 살기 위해 적응하고 두 다리를 땅에 지탱해야만 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혼란의 시대를 눈앞에서 바라본 린샹푸는 샤오메이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어디 있는지 모를 원청으로 향하는 린샹푸의 시선을 통해 혼란의 시대를 날 것 그대로 표현한다. 혼란의 시대를 온몸으로 맞이한 사람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그때 그 시절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혹한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은 거대한 힘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비참함을 느끼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감을 반복한다.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던 이가 영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가혹한 현실이 주었던 절망감과 달리 희망을 상징하는 원청이라는 존재가 린샹푸 뿐만 아니라 샤오메이 에게도 머물 수 있는 공간처럼 다가왔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 세상에서는 어떠한 혼란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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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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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무엇이든 가져다주는 편리함에 취한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상황보다 편안함을 뒤쫓는다. 비상식적인 상황의 연속에도 사람들은 누구하나 의문제기를 하지 않는다. 금방 그 현실을 잊고 눈 앞의 흥미를 쫓기 바쁜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극적인 것을 찾는 비대면 시대의 그늘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사람과의 단절은 불편함을 가져줄텐데도 우리는 그 사실 앞에 놓이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한다.


사람과의 관계는 다루지 않았지만 단절된 사람들의 모습의 모습에서 우리가 보였다. 우리가 편안한만큼 희생 되는 것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금 살아가는 것과 흥미로운 것 그리고 자극적인 것을 쫓기만 한다. 단절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를 넘는 욕망을 당장의 편리를 위해 희생되었던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그림책이라 단숨에 읽었지만 쉽게 쓰여지지 않는 생각에 난감했지만 명확하고 굵은 목소리에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보지 않으려는 걸까 보이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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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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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익숙한 이야기는 흥밋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새로움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일반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변화가 곧 억압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은 비슷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번진다. 그 안에 생겨난 경계심은 그릇된 생각이 자리 잡기에 충분했고 곳곳에서 피어나는 맹목적인 울화, 흐릿한 전율, 희망의 엷은 그림자와 충돌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무리에서 동떨어진 삶은 낙오의 길이었으며 그것은 반복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변화를 일으킬 무언가를 예고라도 하듯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펼쳐진다.

 

폭력으로 그릇된 삶을 살아간 한 사람의 일생이 지나고 또 다른 사람의 생애를 비추며 이야기가 전환된다. 폭력에 물들어 고통을 품고 있던 이에게 찾아온 새로운 슬픔은 남겨진 것에서 살아있는 것을 찾게 했다. 살아남기 위해 폭력으로 물든 어떤 사람이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게끔 만들며 죽어갔고 대를 이은 아들은 그와 다른 삶을 살아가며 자기 생과 운명을 자기 손으로 조금은 위험하게 결정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삶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어머니에게 설명한다.

 

아들과 함께한 곳에 낯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금지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 어머니는 좁은 공간에서 이들이 하나의 정신으로 단결되는 과정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에 취하지 않았고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모임을 바라보던 어머니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뻗는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던 문제의 본질에 직면하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하나라는 믿음이 굳건하고 강력한 힘으로 조금씩 크기를 키워가는 모습이 희망으로 가득 찬 무언가를 바라보게 했다. 살아왔던 삶에 순응하고 있던 어머니가 점차 자신을 위해, 동지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 몸을 짓이기는 것보다 영혼을 짓이기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는 목이 쉴 때까지 계속해서 외친다.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는 말들이 모여 자기 내면에 스며든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하며 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표현하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졌고 소극적인 어머니가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의식하여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책의 두께 자체는 두꺼운 편이라서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사람은 익숙한 걸 앎에 머무르려는 습성이 있어 자신이 아는 공간 내에서 행동하려 한다. 내가 도전하지 않았던 고전 소설을 접하며 소설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때의 시대, 언어,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아는 것에서 오는 새로움은 항상 경탄스럽다. 이 책은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는 말들이 모여 자기 내면에 스며든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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