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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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익숙한 이야기는 흥밋거리가 되지 못하지만 새로움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일반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변화가 곧 억압의 길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 믿었고 그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은 비슷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번진다. 그 안에 생겨난 경계심은 그릇된 생각이 자리 잡기에 충분했고 곳곳에서 피어나는 맹목적인 울화, 흐릿한 전율, 희망의 엷은 그림자와 충돌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무리에서 동떨어진 삶은 낙오의 길이었으며 그것은 반복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변화를 일으킬 무언가를 예고라도 하듯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펼쳐진다.

 

폭력으로 그릇된 삶을 살아간 한 사람의 일생이 지나고 또 다른 사람의 생애를 비추며 이야기가 전환된다. 폭력에 물들어 고통을 품고 있던 이에게 찾아온 새로운 슬픔은 남겨진 것에서 살아있는 것을 찾게 했다. 살아남기 위해 폭력으로 물든 어떤 사람이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어둠으로 물들게끔 만들며 죽어갔고 대를 이은 아들은 그와 다른 삶을 살아가며 자기 생과 운명을 자기 손으로 조금은 위험하게 결정하고 있었다. 모두가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삶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어머니에게 설명한다.

 

아들과 함께한 곳에 낯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금지된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의 모습을 보게 된 어머니는 좁은 공간에서 이들이 하나의 정신으로 단결되는 과정을 바라보게 된다. 그들은 자신에 취하지 않았고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모임을 바라보던 어머니에게도 따뜻한 손길을 뻗는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던 문제의 본질에 직면하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하나라는 믿음이 굳건하고 강력한 힘으로 조금씩 크기를 키워가는 모습이 희망으로 가득 찬 무언가를 바라보게 했다. 살아왔던 삶에 순응하고 있던 어머니가 점차 자신을 위해, 동지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 몸을 짓이기는 것보다 영혼을 짓이기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기에 어머니는 목이 쉴 때까지 계속해서 외친다.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는 말들이 모여 자기 내면에 스며든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하며 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어머니라는 존재를 표현하는 방식이 새롭게 느껴졌고 소극적인 어머니가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의식하여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책의 두께 자체는 두꺼운 편이라서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사람은 익숙한 걸 앎에 머무르려는 습성이 있어 자신이 아는 공간 내에서 행동하려 한다. 내가 도전하지 않았던 고전 소설을 접하며 소설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그때의 시대, 언어,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아는 것에서 오는 새로움은 항상 경탄스럽다. 이 책은 기존의 것을 변화시키는 말들이 모여 자기 내면에 스며든 또 다른 변화를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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